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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당부 - 마지막까지 삶의 주인이기를 바라는 어느 치매 환자의 고백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2월
평점 :
누구도 피할 수 없지만, 누구든 피하고 싶어한다고 생각 했던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나의 마음의 온도와 시선을 바꿔놓은 책이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늘 무겁고, 슬프고, 아픈 부정의 온도를 많이 가졌었던 것 같다.
심지어 신앙을 가진 나에게도 '죽음'은 그 이후의 최종 목적지로 갈리는 그 순간은 솔직한 말로는 가장 기다려지지만 어쩌면 가장 피하고 싶은 순간이기도 하다.
10여년을 치매환자로 살아온 저자는 잔잔하게, 그리고 강하게 말한다.
'죽음에 대해서 대화하라'고.
지금 이 순간부터, 평소에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할 수록
지금 현재의 삶도, 그리고 모두에게 언젠가 다가오는 '죽음'도 편안해진다는 그의 말에
그리고 그렇게 삶 속에서 그런 대화들을 계속해서 하며
그 죽음을 의연하게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그 모습의 기록들이
대단하다라는 생각과 함께, 부럽기도 했고, 닮고 싶기도 했다.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1단계일 뿐,
'지금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오늘 이 시간부터 해야할 일이 뭘까?'라는 생각이 곧장 떠오르며
하루종일 머릿속에 맴돌았다.
저자가 원하는 방향이 이런 것이지 않을까?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너무 좋아하고 여전히 릴레이 n차 정주행중인 나로서
'의사'라는 직업과 그 일에 대해 참으로 존경하고 감사하고 있다.
그 수많은 삶의 갈림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은'살리는 것'에 집중하고 '고치는' 의무를 완벽히 해내기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선 조금 더 다른 시선으로, 다른 생각으로 바뀌었다.
의사들이 살려줬기때문에 그에 대한 감사한 마음으로, 의무감으로 살아가는 환자들,
고쳐지고 살려진 후, 그 이후의 삶은 본인의 몫인 것. 그 남은 연장된 삶이 비참할지라도.
나도 양보다 질을 더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시간들을 더 가치있고 더 값지게 살아내는 것이
허송세월을 보내며 길게 오래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 '질이 중요하다'라는 말 안에
내 사랑하는 사람의 짐을 덜어주는 것, 그들의 힘듦을 줄여주는 것, 아픔을 줄여주는 것도
내 몫이라는 것과 이 모든 것이 포함된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며 채워진 나의 삶과 죽음에 대한 온도와 생각의 변화이다.
임종 도우미, 사전 돌봄 계획 등등 정말 생소한 것들이
정말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에. 그것들을 알게 되었고 나 또한 그 모든 부분들을 염두해두고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책을 읽고 남편과 '죽음'과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 먼저 가게 되었을 때,
헤어짐에 대한 슬픔, 앞으로 볼 수 없음에 대한 아픔에 온전히 애도의 감정에만 집중 할 수 있게.
그 이후의 정리 절차로 인해 아픔의 상처를 다시 긁어 곪지 않게 하기 위해
평소의 이런 행동들과 대화들은 정말 중요하고 귀한 것 같다.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이후의 내 삶은, 그리고 죽음에 대한 온도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