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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데미 엔젤 1 데미 엔젤 1
주예은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이 책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전반부는 주인공 '준'의 상처로 얼룩진 내면에 대한 표현이 주를 이룬다. 준수한 외모에 친절한 독실한 목사의 탈을 쓴 아버지로부터 어릴 적부터 심한 학대를 받고 어머니에게 방치되면서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받았던 준이 숨쉬기조차 버거워하는 모습. 그녀에 대한 연민을 느끼면서 전반부는 그런대로 잘 읽혀나갔던 것 같다.

 

 하지만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실망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등장하는 걸 보면서는 '뭐하러 굳이 이런 구성을 했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로맨틱한 장면에서는 준의 입장에 공감되어 부럽거나 설레이는 마음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솔직히 진부한 표현의 클리셰로 인해 인터넷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너무 유치하다고 해야 할까. 작가가 로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절대적인 사랑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감동적이거나 설레이거나 슬픈 느낌이 없는, 공감이 되지 않는 글들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았다.

 

 책 설명을 읽었을 때 많이 기대를 했던 탓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판타지 소설 장르에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고,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꽤나 흥미를 느끼며 몰입해서 보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그런 흡입력을 기대하고 책을 폈지만 솔직히 어설픈 느낌이 강해서 실망스러웠다. 판타지도 아니고 로맨스도 아닌, 둘 다 표현하려다가 어정쩡해진 느낌이 특히 강했다.

 

 친구의 소개로 읽었던 기욤 뮈소의 <종이여자>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가 톰 보이드가 천사 3부작을 쓰는데, 그 내용이 <데미엔젤>과 비슷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는 수호천사. 그래서 <데미엔젤>에 더 관심이 갔었는데, 1권을 읽고나자 그 점이 오히려 반대로 작용한 것 같았다. 책 속의 설정들이나 장면들 뿐만 아니라 로이 그 자체마저 '어디선가 본 느낌'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종이 여자나 비슷한 책들을 읽지 않고 이 책을 읽었다면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내용보다는 표현이나 설정상의 문제가 더 큰 것 같았기 때문이다. 2권을 읽고나면 내용에 대한 실망은 다소 희석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2권에 대한 기대가 그다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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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이 독깨비 (책콩 어린이) 22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는 동안 어거스트가 마치 실화속의 인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정말 안타깝고 가슴이 먹먹하며, 어거스트에 대한 주변으로부터의 사랑을 느꼈을 때는 기쁘고 감동스러웠다.

 사실 나 또한 길에서 어거스트를 마주치게 되었다면 어거스트로 하여금 상처를 받게 한 그런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몸이 닿지 않게 조심하는 전염병 놀이를 하거나 외모에 대해 헐뜯고, 뒤에서 속닥거리지는 않을 것이다. 책에서야  아이들이니 그런 행동이 어거스트에게, 또 자기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발휘하는지 모른 채 경솔하게 행동하게 된 것이지만, 철이 덜 든 어른들은 다 커서도 남의 외모로 뒤에서 속닥거린다. 이 책에서는 심지어 줄리안의 엄마가 어거스트가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학년 회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학교에서 내보낼 궁리까지 한다.

 이런 사람들은 어거스트가 스타워즈를 좋아하는지, 과학을 좋아하는지 같은 것엔 관심도 없다. 어거스트가 사려깊고 다정한 부모님과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해주는 누나, 미란다, 크리스토퍼를 가졌다는 것도 모른다. 어거스트는 축복 받은 외모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누나인 올리비아가 부러워할만큼 사랑과 걱정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래서 어거스트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더 아름답다. 사실 아름답지 못한것은 어거스트를 괴롭히거나 때리고 무시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겉모습은 꾸밀 줄 알면서 자기 속이 어떤지는 전혀 돌아볼 줄 모른다.

 학교 아이들은 처음에는 어거스트를 멀리하지만 점점 어거스트의 착한 마음씨에 호감을 느끼고, 색안경을 벗는다. 책은 등교 첫 날 학교에 가기 싫어서 벌벌 떨던 어거스트가 엄마에게 학교에 보내 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아름답게 마무리된다.

 나는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남동생을 가진 누나이기 때문에 특히 올리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동생을 위하는 모습과 다정하고 가까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어렸을 적 동생을 많이 질투했고 그래서 잘해주거나 다정하게 대해준 기억이 별로 없다. 그 때는 내가 동생을 정말 싫어한다고 생각했지만, 동생도 나도 이미 커버린 지금은 단지 내가 어렸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할머니 댁에 있다가 두 달만에 돌아온 올리비아에게 반갑게 달려 나오는 어거스트를 보면서, 내가 집에 들어올 때 마다 반갑게 현관으로 달려나오면서 귀엽게 '누나~~'하던 동생의 모습이 아련히 떠올랐다. 지금은 서로 대화도 잘 하지 않는 무뚝뚝한 오누이가 되버려서 잠시 잊고 지냈기 때문에 왠지 마음이 찡해졌다. 내 동생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나는 그 아이가 태어났던 순간부터 지켜봐온 누나로서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동생을 가진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서머, 잭, 미란다, 저스틴, 올리비아의 시점으로도 구사되어 있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어거스트에 대해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이 얼마나 어거스트를 좋아하는지, 어거스트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어거스트의 누나인 올리비아가 얼마나 외로운 아이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을 얼마나 아끼는지도 알 수 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 어거스트를 몹시도 못살게 굴던 줄리안의 시점으로도 이야기를 펼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봐왔기 때문에 어거스트를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아이나, 어거스트의 모습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남다른 생각을 하는 어른스러운 아이나, 어린아이답게 쉽게 실수를 하곤 하지만 어거스트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에 대해선 알 수 있지만 싫어하고 괴롭히는 아이에 대해선 별로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괴롭히는 아이에 대해서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해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어거스트와 같은 입장에 있는 아이도 마음을 덜 다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린이 문학을 읽을 때마다 항상 놀라는 부분이지만, 어린이 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인 나에게 무언가 가르쳐준다. 심지어 내가 '누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상당히 뜻밖에 부분까지 들춰낸다. 이 책을 덮을 때 쯤 더 이상 어거스트가 불쌍해 보이지 않았고, 어거스트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가족들처럼 나도 어거스트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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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밴던 어밴던 시리즈
멕 캐봇 지음, 이주혜 옮김 / 에르디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현대사회로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는 <어밴던>은 피어스와 존의 신화에 대한 시작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작에 대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다소 김이 빠지는 결말로 1권이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집중과 몰입력을 이끌어내는 스토리로서 "괜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으로 인해 기우로 끝났다.

 

 사실 신화 이야기에 상당히 흥미가 있기도 하고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원작자인 맥 캐봇이 저자라고 해서 무척 흥미를 가졌던 책이었다. 하지만 시리즈의 1권인 줄은 몰랐기도 하고, 책이 집에 도착하자 너무 궁금해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가득 담고 책을 펼쳤다. 잠깐 맛만 봐야겠다는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결국 책을 펼쳐서 하루만에 모두 읽고 말았다.

 

 주인공인 피어스는 열 다섯살의 나이에 죽음을 한 번 체험한 소녀이다. 그녀는 2년 전에 겪은 죽음으로 인해 평범한 소녀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했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큰 혼란을 겪어야 했고,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심지어 단짝 친구인 해나를 잃는 아픈 일까지 경험하게 되면서, 그러던 차에 해나를 잃게 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뮐러 선생님과의 일로 학교에서도 쫓겨나게 된 피어스는 엄마의 고향인 우에소스 섬의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그 곳에서 피어스는 일곱 살 때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도 만났고 자신이 죽음을 체험한 동안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존을 다시 묘지에서 만나게 된다. 피어스는 존의 비밀을 알게 됨과 동시에 그의 매력에 끌리고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되는데...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피어스와 존의 차이점이라면...

하데스는 범죄형 행동력(?)을 발휘해 페르세포네를 강제로 보쌈해오지만 존은 자신이 사랑하는 피어스를 지켜내기 위해 지하세계로 데려오려고 하고, 피어스는 처음에는 그런 존을 거부하지만 이내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그와 함께하기로 마음 먹는다. 책속에서는 묘지기 스미스씨의 입을 통해 하데스와 존이 같은 동기로 자신의 여자를 보호하려고 했다고 나오지만, 실제 신화 속에서는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강제로 잡아두기 위해 어머니에게 돌아가려는 페르세포네에게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이기까지 한다.

 

 단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된 일들만 나열하면서 1부를 마쳤다면 "그렇고 그런 로맨스물이 되겠구나"하는 마음이 들어서 다음 시리즈를 별로 기대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피어스의 죽음 뒤에 숨겨져 있었던 분노의 신들과 관련된 비밀이 후반부에 등장하면서 시리즈에 대한 흥미를 더욱 끌어올린다. 또한 피어스와 존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2부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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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읽었던 책 중에 내 개인적으로 서평을 쓰기 가장 어려운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내가 지상의 노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점도 크게 작용하겠지만, 여태 접해 본 적 없던 모습을 한 낯선 소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천산 수도원에 대해 글을 쓴 강영호, '지상의 노래'의 장본인인 후, 천산 수도원이 역사적 사건이 아닌 형제들의 믿음의 역사로 남게 한 한정효, 천산 수도원이 지상에서 비로소 하나님에게로 도달하는 모습을 지켜본 장의 이야기가 섞여 있는 것은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흐름을 쉬이 잡아내기도 어려웠다.

이 책은 마지막까지 모두 읽고나서야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동안 '이 이야기가 왜 이 부분에서 등장하나'하는 의문이 반복적으로 들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구성을 조금 달리 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교도들의 믿음에 대해서는 이해 할 수 있었다. 천산 수도원의 형제들의 믿음에 대한 거룩하고 성스러운 느낌이 잘 전달 되었던 것 같다. 범인이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세상과는 동떨어진 듯 한 "절대적인 믿음"이 지상에서 그들이 부르는 노래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다소 매끄럽지 못한, 몰두 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고 느껴졌던 것은 일종의 반복 어법이었다. 가령 예를 들자면 "그가 그녀에 대해 느끼는 것은 죄책감이 아니었다. 그가 그녀에게 느끼는 것은 후회가 아니었다. 그가 느끼는 것은 후회도 아니고 죄책감도 아니다. 그가 그녀에 대해 느끼는 것은 죄책감도 후회도 아닌 다른 무언가라는 것을 그가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식의 표현이랄까?

강조하기 위한 반복인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전반에 걸쳐 아주 수없이 반복되는 부분이라 읽다보니 쉽게 지치는 느낌이 들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내면의 심리와 죄책감, 기억의 파편에 대해 표현을 해내는 데는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독자로 하여금 이러한 표현이 지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닌지. 때문에 책을 완독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제법 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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