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한 장처럼 -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을 위한 이해인 수녀의 시 편지
이해인 지음, 오리여인 그림 / 샘터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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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있어, 시가 있어,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이해인꽃잎 한 장처럼, 샘터, 2022.를 읽고

 

 

  “계절의 봄과 달리 우리의 진정한 봄은 언제나 올까요? (108)” 유독 혹독했던 겨울도 저만치 가버리고, 어느 덧 따스한 봄의 초입에 서있다. 그런데 매일 들려오는 사건사고들로 봄이 항상 가져다주던 고유의 포근함을 느끼기 어렵다.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 감염병과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가지고 온 전국적인 산불 피해, 그리고 인간의 잔혹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해준 타국의 전쟁까지, 아직도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이해인 수녀는 차갑기만 한 마음을 녹여주는 시집을 우리에게 선사해주었다. 이해인 작가는 천주교 수녀이지만 책과 글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가슴을 울리는 시와 수필을 집필한 작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이해인 수녀가 새롭게 출간한 본 시집은 시대의 지성이자 종교인, 작가로서 그녀 특유의 담박한 목소리가 담기어 메마른 독자들의 심정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인 감염병 증상이 되기 시작한 2020년 초반부터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감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면서 개인으로서 인간이 얼마나 고독하고 나약한 존재인지 하루하루 느끼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 타인과 연대하고 함께 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물리적 개념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심리적 영역까지 확장하려 애쓰는 듯하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몰인정성이 심화되기를 예견이라도 한 듯 이해인 작가는 그녀의 작품 전반에서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기를 독려한다.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 있다면 용서일 것이고, 용서 없는 사랑은 거짓일 것입니다. (218)”

  본 시집에는 50년이 넘는 수도 생활 동안 그녀가 마주한 모든 상황들 그리고 만났던 모든 사람들을 통해 깨달은 지혜가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승화되어 있다. 하지만 이해인 수녀는 단순히 아름답고 고상한 이야기만을 전하지 않음으로 오히려 더욱 독자에게 큰 감동을 전한다. 수도 생활을 하며 느꼈던 당신의 한계, 그리운 어머니와의 추억, 나이가 들며 겪게 되는 신체적 고통 등을 거부하기보다 받아들임으로써 더욱 고차원적인 정신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이해인 작가는 시집 곳곳에서 시사한다.


  이해인 작가의 시를 읽어 나가는 동안 지난 봄들이 선사했던 가슴 벅찬 몽글몽글함이 다시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특히 시와 함께 필자가 덧붙인 짤막한 이야기들은 마치 그녀가 옆에서 직접 책을 읽어주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차갑고 삭막한 세상 속에서 방황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해인 수녀의 시집, “꽃잎 한 장처럼을 권하고 싶다. 방황을 끝낼 해답이 되어 주지는 못할지라도, 혼자 방황하게 내버려두지는 않을테니까.

 

* 신대한 /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4학년

* ‘샘터출판사 2022년 봄여름 물방울 서평단에 참여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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