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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만날까 ㅣ 이야기친구
최영희 지음, 곽수진 그림 / 창비교육 / 2026년 1월
평점 :
<우리 만날까>를 읽으며 “인간의 상상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 책은 로봇과의 우정, 땅의 소리를 듣는 능력을 지닌 아이, 먼 미래에서 온 존재와의 만남 등 다소 기묘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설정을 통해 현실과 상상을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그러나 단순히 기발한 아이디어에 머무르지 않고, 그 안에 사랑과 연대, 동정과 연민 같은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점이 인상 깊다. 특히 ‘인간 중심 세계관’을 벗어나 다양한 지성체가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인간이라는 종의 위치와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은 환경과 미래 세대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진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만남’의 순간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걷는 나무를 보았다는 아이의 진술, 직진만 하도록 설계된 로봇과 아이가 나누는 우정, 능력이 없다고 여겨지던 아이가 땅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장면들은 모두 조심스럽고 느리게 다가온다.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두려움을 넘어서는 힘은 거창한 용기가 아니라 작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또한 녹취록, 안내문 등 다양한 형식의 서사는 읽는 재미를 더하고, 중간중간 삽입된 삽화는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상상은 한층 멀리 확장되고, 독자는 이야기 속 세계를 직접 체험하는 듯한 몰입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특정 연령대에만 머무르지 않는 힘을 지녔다. 초등 고학년과 청소년에게는 흥미로운 상상과 따뜻한 감정을, 성인에게는 삶과 미래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단편들의 배치 역시 읽을수록 감정의 밀도가 점차 높아지는 흐름을 만들어,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오랫동안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