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선물 햇살고운책
안선희 지음, 박수진 그림 / 도담소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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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선물] 동화책은 먼저 제목에서 호기심을 끌었다. 이 책은 안선희 작가님이 쓰신 단편동화 7이 실려있다. 작품 각각 주인공의 사연이 어쩜 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뭉클한지 읽고 나서도 마음이 따뜻했다.

전반적으로 주인공이 엄마나 아빠가 사별, 별거인 상황이지만 나름 씩씩하게 헤쳐나가려는 단단한 마음이 느껴졌다. 부모님, 할머니, 이웃 할머니에 대한 사랑은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길거라는 생각이 든다.

 

7편중에서 특히 좋았던 5편 작품을 소개하겠다.

 

<달팽이 할머니> 작품은 포장마차를 하는 아빠, 주인공, 폐지 할머니가 등장한다. 주인공의 엄마는 주인공을 낳고 얼마 지나 세상을 떠났고, 키워주셨던 할머니는 최근에 돌아가셨다. 포장마차에 손님이 많은 날 길고양이와 함께 놀다 길을 잃어버린 주인공. 결국 포장마차에 자주 오셨던 폐지 할머니가 주인공을 알아보고 아빠한테 찾아가는 대목이 참 아름다웠다.

 

801줄부터 단어 하나 하나가 어우려져 문장이 살아숨쉬는 듯 했다. 폐지 할머니의 리어커에 쌓아올린 종이박스를 달팽이집이라고 표현한 점이 참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운 문장을 인용하고자 한다. 할머니는 높이 쌓아올린 달팽이집을 하나하나 허물기 시작했어요. 종이박스를 길가에 내려놓고 나를 손수레에 태웠어요. 내가 부르르 떨자, 할머니는 웃옷을 벗어서 나에게 덮어 주었어요. 옷에서 고양이 냄새가 났어요. 나는 할머니 옷에 코를 묻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어요. 수레 안은 포근해서 잠이 쏟아졌어요. 벚꽃들이 하얀 나비떼 되어 날아다녔어요.

 

83쪽 중간쯤. 아빠가 재빨리 손가락을 입에 대었어요. 그리고 할머니 뒷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있었어요. / "아빠, 달팽이 할머니 집에 가고 싶어요." / 살며시 아빠 손을 잡으며 말했어요. / "좋아! 우리 할머니 집에 놀러가자." 아빠는 나를 번쩍 올리더니 얼굴을 내 이마와 뺨에 마구 부볐어요. 까칠까칠한 아빠의 수염이 간지러웠어요. 나는 까르르 웃었어요. 벚꽃 떨어진 자리에서 피어난 푸른 잎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었어요.

 

<이상한 선물> 작품은 영어참고서가 주인공이자 화자가 되어 엄마와 단둘이 지내는 아들의 효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아주머니가 보물상자에 영어참고서를 집어넜었다. 왜 영어책이 보물인지 사연이 나와있다. 보물 하면 값나가는 물건을 생각하는데, 이 작품에서 사랑하는 아들이 어렸을 때 의미 있었던 물건들이었다.

86쪽에 보면 "보물이 꼭 값비싼 건 아니지. 귀하게 여기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보물이 될 수 있어. 나는 진혁이 배내옷이야." (중략) 상자 안에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낡고 쓸모없이 보여서 오히려 쓰레기통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상자 속 보물친구들은 진혁이가 유치원 다닐 때 그린 그림, 수련회에 가서 보냈다는 엽서, 어버이날 진혁이가 선물한 오래된 카네이션 등이 들어있다. 이 작품에 나오는 이상한 선물이 왜 이상한지 궁금하다면 작품을 찬찬히 읽어보면 좋겠다.

 

<살구나무 할아버지> 작품은 아빠가 살아계신 어렸을 때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한다. 전쟁중에 북한 인민군에게 도망치다가 살구나무로 주인공을 피신시킨 아빠. 내 목숭보다 더 소중한 아들을 위해 희생한 아빠. 지금 할아버지는 아빠와 추억이 담긴 살무나무를 곁에서 지켜내고 있다.

 

<여름 추위> 작품은 요양원에서 더운데도 항상 긴팔 옷만 고집하시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주 인공은 유치원에 다닐 때 과거를 회상한다. 엄마가 일을 나가고 할머니가 주인공을 돌봐주려 시골에서 올라왔지만 할머니한테 삐딱하게 행동하다 결국 할머니는 주인공이 다칠까 자신을 희생하다가 화상을 입고 아직까지 흉터가 남아있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할머니의 넘치는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주인공이 할머니에게 사랑으로 보답하고 있다. 55쪽에 보면 {할머니는 아이같이 좋아하면서 색연필을 꼭 잡았습니다.} 문장을 보니 흐뭇했다.

 

<진짜 사나이> 작품은 키가 작아 열등감이 있는 주인공이 아빠 때문이라고 원망한다. 하지만 키처럼 외모보다 더 중요한 크고 따뜻한 마음씨가 중요하다는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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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타고 올라가는 꽃
이희갑 지음, 양채은 그림 / 가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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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갑 작가님의 [하늘을 타고 올라가는 꽃] 동화집은 가족, 우정 등을 소재로 한 6편 단편동화가 실려있다. 이희갑 작가님은 1984년 동화작가로 등단한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알려져있다. 작품마다 소재가 다양하지만 가족, 친구, 이웃간에 따뜻한 사랑을 품고 있어 작가님께서 따뜻한 인품을 가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제작인 <하늘을 타고 올라가는 꽃>에서 다양한 가정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정수는 탈북민, 미라는 미혼모 딸, 향이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다. 미라 할머니는 능소화를 '하늘을 타고 올라가는 꽃'이라고 말했다. 미라 엄마가 집 떠날 때 같이 심었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엄마가 능소화가 네 번 필 때 온다고 하여 할머니는 능소화가 피길 간절하게 기다렸다. 아이들은 날마다 하늘을 타고 올라가는 꽃을 보며 상상의 날개를 탔다. 각자 지금 떨어져 사는 가족인 엄마, 외할머니, 아빠를 그리워하면서. 미라는 할머니가 한 말을 아이들에게 말한다.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그런 기다림까지 없다면 어떻게 살겠느냐고. 그래서 기다림은 희망이 될 수 있다고.' (26~27)

 

<무지개 골짜기를 찾아서> 작품에서 아빠가 12년전 친구들과 신비한 체험들을 회상하며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가족들을 맞이한 것은 무지개 골짜기가 사라졌다는 빛바랜 노란 리본이었다. 실망한 가족들에게 엄마는 리본 길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서 널따랗게 펼쳐진 분지를 발견했다. 비록 무지개 골짜기를 찾지 못했지만 가족간에 사랑을 재발견하고 행복한 추억을 가슴 한가득 안고 돌아오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해 뜨는 데부터 해 지는 데까지> 작품에서 사업 실패한 민아 아빠가 등장한다. 민아네는 동해 바다로 휴가를 떠났다. 민아 아빠의 주옥 같은 대사가 눈에 띄었다. 좌절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는 명언이었다. “민아야, 아빠는 해가 진다고 슬퍼하지 않아. 아침의 희망은 저녁때 결실이 되고, 저녁의 결실은 다음 날 희망이 되니까.”
엔딩에서도 작가님의 인생철학이 담겨져 있어서 현재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해가 진 황금빛 세상은 아름답기만 했다. 해 뜨는 데부터 해 지는 데까지 달려온 민아네 가족. 지금 어려움의 길을 걷는다고 해도 새 희망의 길을 찾아 다시 걸어가길 다짐하는 민아 가족의 얼굴에 고운 노을이 오래도록 어른거렸다.(66)

 

<왕가오리연> 작품에서 연으로 친구들한테 위협을 가하는 준호가 등장한다. 결국 준호의 왕가오리연은 하늘 높이 솟아 먼 산 쪽으로 떨어졌다. 연은 경호네 집 감나무에 걸렸다. 경호는 친구들에게 차례대로 왕가오리연을 건네준다. 같은 왕가오리연이지만 준호는 친구들간에 우정을 멀게하는 소품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준호는 연으로 우정을 좀더 다지는 소품으로 활용했다. 정월 대보름달이 뜨는 날 경호는 왕가오리연을 보내면서 연을 보내준 누군가에게 소원을 빌어주었다. 경호의 마음을 알아들은 연도 함께 사이좋게 지내며 산다는 게 좋은 일이라는걸 배웠다. 경호는 친구들과 연까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다. 경호의 엄마를 만나게 해달라는 소원을 왕기오리연이 알았다는 듯이 바람 따라 달빛 따라 훠이훠이 날아가고 있었다. (86)

 

<호숫가에 사는 순영이> 작품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한 철민이가 갑자기 어지러워 쓰러지고 시골 호숫가에 사는 이모네 집에 요양차 간다. 이모네집에 찾아온 여자아이가 어느날 손때 낀손으로 참외를 주는데, 철민이는 더럽다며 호의를 무시한다. 하지만 그 아이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철민이를 멀리서 지켜보고, 철민이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구해준다. 철민이는 요양생활이 끝나는 이듬해 다시 축구경기에 임하고, 그 여자아이는 곁에서 철민이를 응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 아이는 동생으로 철민이랑 살지만 어쩜 엄마처럼 품어주는 큰 사랑을 할까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윙윙 형> 작품 시간적 배경은 6.25사변이다. 큰고모 아들인 윙윙 형은 전쟁중 비행기 정비사가 되고 나중에 무스탕 비행기 조종사가 되어 주인공 정우네 집이 적기의 폭격 위기상황에서 지켜주었다. 전쟁이 끝나 휴전이 되었지만 윙윙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형이 휴가때 가져온 비행기 과자의 선물과 형에 대한 추억은 우리나라 아픈 현대사를 알려주고 있어 가슴이 먹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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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골초등학교 연못단 즐거운 동화 여행 194
배정순 지음, 주민정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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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골초등학교 연못단] 동화책은 배정순 작가님의 첫 동화집이다. 동시를 25년동안 쓰셨던 동시인답게 이 동화집에서 동심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7편 단편동화는 각각 개성과 특색이 있다. 장르도 생태 동화, 의인화 동화, 판타지 동화, 생활 동화 등 다양하다. 각 작품마다 소재와 주제가 달라 각 작품마다 읽는 재미가 쏠쏠하고, 읽고나서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각 작품을 잠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양골초등학교 연못단>

- 학교 연못의 물고기가 밤마다 사라진다. 연못 침입자가 누구인지 밝히려는 아이들과 교장이 등장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지 궁금증을 일으켰다.

 

<2. 동전들의 감옥 탈출기>

공간적 배경이 저금통 안이다. 등장인물들이 동전들로 사람처럼 의인화해서 독특했다. 동전들은 감옥이라고 생각하는 저금통 속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3. 산불 범인을 잡아라!>

산불로 갑자기 터전이 없어진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 묘사가 잘 표현되었다.

등장인물인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은 이런 주인공한테 어떻게 대하는지 살펴보면 좋겠다.

 

<4. 딱새야, 미안해!>

딱새의 생태를 자연스럽게 표현한 작품이다. 딱새가 사람을 왜 쪼는지, 사람들은 왜 딱새를 미안해하는지 사연을 읽어보면 좋겠다.

 

<5. 선개야, 힘내!>

특이한 행동으로 아이들한테 문제아라고 지목된 예준이. 예준이만 알고 있는 선개와 나개는 누구일까? 그 비밀을 안다면 예준이 마음과 행동을 공감할 것이다.

 

<6. 성민이와 배롱나무>

마음의 상처로 말을 안 하는 성민이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배롱나무를 친구로 맞이한다. 성민이는 배롱나무한테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엄마한테 오래만에 말을 건넨다.

 

<7. 임금님의 단오 선물>

할머니가 가문의 보물이라고 아끼는 부채의 비밀은 무엇일까? 주인공은 눈을 감고 부채질을 하다가 갑자기 판타지 세계인 시간 여행을 가게 된다. 부채의 사연을 알게 된 주인공은 현실세계로 돌아와서 단오제에 가고 싶어한다. 시간 여행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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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마주 보기 책 먹는 고래 54
함영연 지음, of Linda(최예진) 그림 / 고래책빵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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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상대방 마음을 볼 수 있을까? 동화 [마음 마주 보기] 작품은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내 마음과 상대방 마음을 마주 본다면 오해하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쓴 함영연 동화작가님은 문학박사이면서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하여 작품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주인공 형규는 3학년으로 뇌성마비를 앓은 동생 지호가 있어 일상생활에서 힘든 경험을 겪는다.

 

어느날 형규가 지호를 돌보다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지호가 사라졌다. 형규는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나중에 선미가 지호를 돌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형규는 선미가 지호를 불쌍하게 바라본다는 오해를 품게 된다.

 

3학년인 선미는 어떻게 지호를 잘 돌볼 수 있을까? 선미는 마음의 장애를 겪고 있는 엄마가 있다. 불안장애로 층간소음에 예민한 선미 엄마. 그리고 이를 위해 선미가 생각한 기발한 해결방법이 눈에 띄었다.

 

이 작품은 장애인을 둔 가족의 심리, 장애인의 행동이 구체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또한 장애인을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바라보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을 둔 가족, 일반인들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모범이 되는 작품이라 생각든다.

 

작품을 읽다보면 문장 하나하나 아름답지만 특히 눈여겨 볼 만한 대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장애인 지호가 엄마에게 나 바무야?”라고 물어보니까 그에 대한 엄마 대답이 멋지다.

바보는 아니야. 하지만 네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어야 해. 친구들과 같다고 생각하면 네가 더 힘들어져. , 지호가 소중한 것은 다른 친구들과 같아.” (53)

 

지호가 다니는 유치원 엄마들의 불만에 대해 원장은 회의를 열었다.

원장님이 어머니들 마음 불편한 거 충분히 이해한다고 하셨어. 그리고 통합교육 하는 취지를 말해주고 어머니들을 이해시키셨어. 원장님 말을 들은 어떤 어머니는 아이들이 장애우를 만나도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을 보니 미래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바탕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어. 다들 이해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했어.” (59)

 

선미의 대사를 보면 선미가 얼마나 엄마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은 아이인지 알 수 있다. 이런 아이를 보면 성인인 나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너희 집에 간 건, 소리 불안에서 엄마가 벗어나게 하고 싶어서였어.”

내가 놀고 있는걸 보면 엄마가 덜 불안해할 것 같았어. 너한테 등 떠밀려 나왔지만 속마음은 그랬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은 선미. 그리고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형규. 서로 마주보는 형규와 선미는 마음도 마주 보고 있다.

선미가 손을 내밀었어요. 나는 선미의 손을 잡고 한참 동안 마주 보고 있었어요.(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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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을 그리는 아이 - 2024년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85
한현정 지음, 이로우 그림 / 시공주니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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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복을 그리는 아이라는 작품 제목이 흥미를 끌었다. 도대체 어떻게 복을 그릴까?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조선 후기이다. 주인공 복동이는 12세 남자 노비다. 그림의 재능이 있는 아이인데, 노비라는 신분을 뛰어넘어 과연 화가로서 성장할까 궁금했다.

 

책을 읽다보니 복동이가 억울하게 당한 부분이 있어 안타깝기도 하고, 꿋꿋하게 버티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응원하면서 이야기에 몰입하였다.

 

복동이를 조력하는 인물이 다행히 여럿 있었다.

첫 번째로 복동이 주인어른은 그 시대 최고 화원이었다. 복동이가 주인 어른의 시중을 들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주인어른은 귀엽게 봐주며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주인어른은 좋은 붓을 복동이에게 선뜻 내어준다. 죽기 직전에는 이전에 도화서에서 함께 일했던 송무영에게 복동이를 제자로 키워줄 것을 부탁한다.

두 번째로 송무영이라는 스승이 있다. 겉으로는 복동이 그림에 대해 적나라하게 비판을 가하는 엄격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복동이를 양아들과 제자로 품어주었다. 송암 선생을 소개해주었고, 복동이를 노비에서 평민 신분으로 바꾸도록 도와주었다.

 

<136> 송무영 노인 대사

복동아, 너는 까치다. 호랑이가 아니란 말이다. 그래도 대들어 볼 수는 있지. 그러려면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야 한다. 너는 아직, 글도 모르고 그림은 더 모른다. 네가 아는 것은 그리는 방법 뿐이다. 양반의 그림을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 그림 안에 너만의 개성과 혼을 담아라. 그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예술작품에는 다른 사람을 흉내낸 모작이 많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책이든 작품 안에 예술가나 작가만에 개성과 영혼이 들어가야 오래오래 예술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든다.

 

세 번째로 송암 선생이 있다. 대를 이어 궁정 화원을 지낸 고령 신씨 집안의 어른이자 도화서의 최고 벼슬인 제조까지 지낸 인물이다. 공정하게 평가를 하여 양반의 아들인 원이를 제치고 복동이를 도화서 합격생으로 뽑는다.

 

네 번째로 신윤재 도령이 있다. 송암 선생의 손자이면서 문하생 중 제일 실력이 뛰어났다. 그렇지만 노비인 복동이한테 존댓말을 하며 존중한다. 집안과 실력과 인품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

 

반면에 복동이를 힘들게 한 악역으로 주인어른의 아들 원이가 있다. 복동이를 악랄하게 괴롭힌다. 주인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원이한테 그림에 대한 기대를 많이 걸었을텐데 노비인 복동이보다 실력이 부족한 원이에게 대놓고 복동이와 비교를 했다. 그래서 원이는 열등감에 사로잡혔으며, 그 화풀이로 복동이한테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꼬투리를 잡았다. 원이는 송암당에서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복동이를 만나며 또 괴롭힌다. 도화서에 불합격하자 박차고 나간다. 그렇지만 나중에 원이는 철이 들어 복동이 그림 실력을 인정하였고, 우치에게 당해 쓰러진 복동이를 구해주었다.

 

결국 도화서 화원이 된 복동이. 그러나 김 참판댁 노비인 우치한테 한쪽 눈을 다쳐 도화서에서 일 년도 못 버티고 나가게 된다. 궁중의 그림은 정교한 솜씨가 필요한데, 한쪽 눈으로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복동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망을 담은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고 있을 때가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3년이 지나 복동이는 하동의 쌍계사로 갔다. 스승이었던 송무영이 벽화를 그리라는 부탁 때문이다. 거기서 복동이는 복을 기원하는 그림을 그린다.

 

<2121> 복동이의 마음은 흥겹고 가벼웠다. ‘이렇게 즐겁게 그림을 그릴 수도 있구나!’ 복동이는 붓을 놀릴 때마다 가슴이 뛰었다. 새어 나오는 웃음을 막을 수 없어 혼자 큭큭거리며 웃기도 했다. 며칠 동안 쉬지 않고 그 넓은 벽을 채워 나가면서도 힘들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복동이는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당당하게 하며 가슴이 설레고 행복해 한다. 우리도 진정으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 때 가슴이 설레고 행복한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214쪽 엔딩> 복동이는 마지막 아이의 얼굴을 그렸다. 거리의 화가처럼 땅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 세상의 고통과 두려움을 없애고 복을 그려 나누어 주는 아이. 바로 자신의 얼굴이었다.

 

이 부분에서 복동이는 다른 사람들의 복을 염원하면서 그리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뛰어 넘어 다른 사람들의 행복까지 그리는 예술가 복동이! 복동이의 인품과 개성이 듬뿍 담긴 예술 작품이 내 앞에 펼쳐지는 듯 마음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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