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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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려면 에피소드, 지식, 가치관 같은 여러 개의 서랍이 필요한데, 소설을 쓰고 난 뒤 남는 서랍을 꺼내 에세이를 쓴다고 하는 하루키. 소설이 본업인 그에게 에세이는 '맥주 회사에서 만드는 우롱차' 같은 거라고. 

그렇다면 난 맥주보다는 우롱차를 훨씬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 그의 에세이는 눈에 띄는대로 다 읽지만 책장 한칸을 하루키의 우롱차를 위해 비워 두어야겠다는 생각.

시사적이지도 심각하지도 않아 얼핏 '쓸데없는 이야기' 같지만, 휴일날 아껴 먹는 수제 초콜릿처럼 언제나 설레고 달콤한 글맛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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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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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자리 A형의 비애. 

별자리나 혈액형에 관심이 없지만 이성적으로 믿지 않거나 그런 걸 믿는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그런 것이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하루키가 좋다. 

나도 혈액형별 특징 이런 걸 즐겨 찾으며 즐거워하곤 한다. 그저 재미있다. 그런 걸 믿는다는 게 아니라. 

이참에 나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별자리별 특성을 검색해 보니 그것 또한 쏠쏠한 재미가 있다. 

어떤 그룹에 속한다는 것, 분류되어진다는 게 어떤 희열감을 안겨 주는지도. 

글쓰기 방식론으로서의 챈들러 방식. 

책상을 정한다. 그 위에 종이와 필기구를 준비한다. 
매일 두 시간씩 그 자리에 앉아 멍 때린다. 
글 한 줄 써지든 안 써지든.
단, 잡지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려선 안된다. 

소설을 쓰기 위해 청새치를 잡으러 가는 헤밍웨이의 방식은 부자연스런 소재 획득 방법이라 싫다는 하루키가 좋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모두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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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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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갖고 싶다. 

재미와 아름다움을 다 갖춘...
소설 읽기의 즐거움.  아주 오랜만. 

운다. 웃는다. 

in book 

절의 이끼 위의 동백꽃, 교토에 있는 산들의 보랏빛, 푸른 도자기 찻잔, 덧없는 열정 한가운데에서 개화하는 순수한 이 아름다움. 

고독한 영혼의 지하생활 속에서 지나간 이 모든 내 삶, 골방 속에서의 이 모든 기나긴 독서, 병들었던 저 모든 겨울들, 리제트의 아름다운 얼굴 위에 떨어진 십일월의 그 겨울비, 지옥에서 와서 절의 이끼 위에 자리잡은 그 모든 동백꽃들, 우정의 따뜻함 속에서 나누었던 그 모든 찻잔들, 팔로마 아가씨의 입에서 나왔던 그 모든 경이적인 단어들. 그토록 '와비'한 정물들, 그들의 독특한 반영을 빛 속에 던져 주었던 저 영원한 본질들, 그리고 기쁨의 놀람 속에서 찾아왔던 그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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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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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는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인간 본성의 적나라함에 2백 페이지 넘게 읽고 기분이 참담해져 그만 책을 덮을까 고민했는데, 끝까지 읽었다. 결국은. 

마르케스같은 마술적 리얼리즘, 문장부호 생략, 직접화법을 문장 안에 녹여 넣은 문체, 자극적인 소재로 한번 잡으면 놓지 못하게 한다. 마음은 읽는 내내 불편해도. 

그래도 다시 읽고 싶진 않다.
소설은 때때로, 아니 자주 감당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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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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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르다. 하루키의 에세이와 소설은. 

에세이를 읽으면 맑고 경쾌한 선명함이, 소설을 읽으면 어둡고 우울한 모호함이 그 잔향으로 남는다. 

다자키가 소중히 여긴 이들은 어떤 이유도 설명해 주지 않고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거나, 그를 거부한다. 

이유를 설명해 주었더라면, 
이별을 미리 통보하였더라면
상처의 깊이는 덜했을까. 

분리불안, 소멸, 무의식 속의 갈구...

고통 속에서 죽음에까지 근접한 시간을 통과해 낸 후 몸과 마음이 모두 크게 변한 다자키. 

통과의례를 거치면 더 단단해지고 흔들림이 없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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