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할 권리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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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0.4.24.

 

by 김연수(2008, 창비)

 

" 그리고 우리에겐 오직 질문하고 여행할 권리만이 "


김연수의 생각과 문장... 참 좋다.

소설보다는 더 쉽게 생각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연변, 도쿄, 버클리, 중국, 독일 체류중 만난 사람들, 나눴던 대화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 수 있으니 책이 좋다.


경계를 허물고, 국경을 넘어 ~


말할 수 있는 걸 말하는 건 작가가 아니란다.

말할 수 없는 걸 말하는 게 문학이라고...


책의 마지막 부분 동경대학부속병원에서의 이상의 죽음 이야기는

그의 다른 책 '굳빠이 이상'을 읽어보게끔 할 것이다.

29살에 요절한 식민지작가의 슬픈 예술과 삶.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에서의 맥락과 이어지는...

한동안 김연수에게 빠질 듯 하다.


in book


동무여

우리가 만일 개(犬)이거든

개인 체 하자

속이지 말고 개인 체하자!

그리고 땅에 엎드려 땅을 핥자

혀의 피가 땅 속으로 흐르도록

땅의 말이 나올 때까지......


동무여 불쌍한 동무여

그러고도 마음이 만일 우리를 속이거든

해를 향하여 외쳐 물어라

'이 마음의 씨를 영영히 태울 수 있느냐'고

발을 옮기지 말라 석상(石像)이 될 때까지

- 조명희 "동무여' P-27


'이것이 바로 나의 삶이다'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왜 글을 쓰느냐면 바로 그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의 리얼리티는 이 현실에서 약간 비껴서 있는 셈이다. P-47


"그리고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지"라는 그 말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소설가가 되고 나서부터였겠지만, 나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뭔가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절대적으로 좋아하게 됐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말은

내게 되려 자기 자신이 되고 싶다는 말처럼 들린다. 한번만이라도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내 인생도 완전히 바뀌어버릴 것이다. P-100


'빅 웬즈데이(Big Wednesday, 그러니까 정말 보기 드물게 높은 파도)'를 기다리는 삶을

계속했다. 언제 빅 웬즈데이가 올지 오지 않을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오든 오지

않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그게 빅 웬즈데이를 만나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법이다.

P-112


"Our destination is fixed on the perpetual motion of SEARCH. Fixed in its perpetual

EXILE"... 차학경은 '딕테' 중 어머니의 생애를 다룬 칼리오페 서사시에다 이렇게 썼다.

'당신은 움직입니다. 당신은 옮겨집니다. 당신이 곧 움직입니다. 따로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정의를 내릴 수도 없습니다. 고정된 어휘가 없습니다. 아무것도, 단 하나도 업습니다.

P - 151


도쿄대학 부속병원에서 이상의 죽음이 낭만적인 천재의 요절이 아니라 한 식민지 작가의

안타까운 죽음이 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임종의 자리에서 찾았다는 멜론이나 레몬, 프랑스식 코페빵이란 바로 이 안타까움을 증언해 주는 소도구일 뿐이다. 이상은 그렇게 가짜 멜론과 가짜 프랑스식 코페빵을 갈구하면서, 동시에 거부하면서 영원히 대소없는 암흑 속으로

들어갔다. P-264


그리하여 공항은 마침내 삶에 대한 절절한 역설이 되는 셈이다. 맞다. 덧없이 반복적으로

스쳐가는 것들만이 영원하다. 두말할 나위없이 삶은 영원하다. 다만 우리를 스쳐갈 뿐이다.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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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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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2.

 

by 성석제(2008, 문학동네)

 

" 농담 유전자의 힘."

 

재미있는 책.

개인적으로 이 시대 최고의 미덕이라 생각하는 “유머감각”을 거침없이 풀어 놓는다.

가볍게 술술 읽히면서도 유쾌하고, 농담 안에 진담도 요기조기 들어 있고.

코드가 맞는다. 세상엔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지?

이런 스타일의 수필. 정말 맘에 든다.


강원도에 가서는 꼭 막국수를 맛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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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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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30.

 

by 김연수(2009, 문학동네)

 

"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김연수 작가의 글을 이 소설집을 통해 처음 대한다.

지성미와 예술적 감수성 둘 다 놓치지 않는다.

비 오는 창가에서 문득 생각날 때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꺼내 읽어도 좋을 듯.

아름다운 책이다. 단편소설의 매력을 조금 알 것 같다.


김연수도 하루키처럼 레이먼드 카버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다음엔 레이먼드 카버를... “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들이 하는 이야기 ” , “ 고요 ” 등


 

in book

 

“삶은 한 사람이 살았던 것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재 그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며,

그 삶을 얘기하기 위해 어떻게 기억하느냐 하는 것이다.” _가브리엘 마르케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 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기러기>

- 메리 올리버

착해지지 않아도 돼.

무릎으로 기어다니지 않아도 돼.

사막 건너 백 마일, 후회따윈 없어.

몸 속에 사는 부드러운 동물,

사랑하는 것을 그냥 사랑하게 내버려두면 돼.

절망을 말해보렴, 너의. 그럼 나의 절망을 말할테니.

그러면 세계는 굴러가는 거야.

그러면 태양과 비의 맑은 자갈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야.

대초원들과 깊은 숲들,

산들과 강들 너머까지.

그러면 기러기들, 맑고 푸른 공기 드높이,

다시 집으로 날아가는 거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너는 상상하는 대로 세계를 볼 수 있어.

기러기들, 너를 소리쳐 부르잖아, 꽥꽥거리며 달뜬 목소리로-

네가 있어야할 곳은 이 세상 모든 것들

그 한가운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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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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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by 폴 오스터(2008, 열린책들, 황보석 역)

 


" The New York Trilogy "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 3개의 중편 소설이 함께 어우러져 변주곡을 만들어 낸다.

폴 오스터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현란한 문체와 추리소설의 구성이 쉽게 읽혀지지는 않지만 천재적이다.

 

광란자를 추적하다 자신이 오히려 무너져 내리는 '유리의 도시',

추적자와 피추적자가 결국에는 뒤바뀌는 '유령들'에 이어 마지막 3부인 '잠겨 있는 방'에 이르면

갑자기 사라진 팬쇼의 인생을 송두리째 차지하게 되지만 감시당하는 압박감으로 절망하고 방황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끝까지 읽고 나면 각각의 소설이 따로가 아니라 일체를 이룬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람이 망가지는 데 한 달이면 충분하다든지, 인생의 바람결따라 이리저리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이 서글프기도 하다.


난해하고 우울하기도 하지만 역시 매력 있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처럼...

 




in book

 

삶은 대체로 이리저리 갑작스럽게 방향을 바꾸며 떠다밀고 부딪히고 꿈틀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한 방향으로 나아가다 중도에 갑자기 방향을 틀어 옴짝달싹 못하거나 이리저리 떠돌거나 다시 출발을 하면서,



알려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원래 가려고 했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에 이르고 만다.

 


우리는 독자적으로 존재하고 때로는 자기가 누구인지를 어렴풋이 알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게 된다.

리고 삶이 계속될수록 우리 자신에 대해 점점 더 불확실해져서 우리 자신의 모순을 점점 더 많이 알아 차리게 된다.

누구도 경계를 넘어 다른 사람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누구도 자기 자신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바로 그 간단한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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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윤상인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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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6.

 


by 나스메 소세키(2003, 민음사, 윤상인 역)

 


" 은방울꽃, 백합, 비에 젖은 향기들 "

 


나스메 소세키를 처음 접한다.

아름다운 책이다. 은은한 꽃 향기와 촉촉한 비로 감싸인 심상.

정말 손에서 놓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러일전쟁 이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근대 소설이다.

우리나라의 이광수 같은 작가...

그러나 지금 읽어도 삶의 본질을 꿰뚷는 작가의 생각이 돋보인다.

 


다이스케, 히라오카, 미치요의 삼각 사랑을 기본 구도로 하고 있으나

불륜이나 연애 소설이라 말할 수 없다.

다이스케의 독백, 생각의 흐름을 지극히 담담한 어조로 풀어 간다.

 


다이스케는 부유한 사업가의 막내 아들로 나이 서른까지도

생업에 종사하지 않고 아버지의 경제력에 기대어 산다.

의미가 없는 노동,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는 노동을 경멸한다

그러나 미치요를 다시 만남으로써 거대한 사랑의 힘에 의해 움직이게 되고

소설의 끝에는 취업을 위해 거리로 뛰어 든다.

 

미치요에 대한 사랑을 '자연'이라 표현한다.

미치요와 이별해 있던 3년 동안 멀리했던 강렬한 백합의 향기를

다시 들여 놓고 비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는 영상은

처절할 정도로 아름답다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하기가 힘들다.

 


이 책을 책꽂이에 꽂아 놓으면 은은한 향기로 가득할 것 같다.

나스메 소세키의 다른 책도 같이 꽂아 놓아야겠다.

 



in book

 





개미가 방으로 기어드는 계절이 되었다. 다이스케는 커다란 수반에 물을 붓고 그 안에 새하얀 은방울꽃을 줄기째 담갔다.

떼 지어 핀 작은 꽃들이 짙은 무늬가 있는 수반 가장자리를 뒤덮었다. 수반을 움직이면 꽃이 넘실거렸다.

다이스케는 그것을 큰 사전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그 옆에 베개를 놓고 벌렁 누웠다.

검은 머리가 수반의 그림자에 포개지니 꽃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가 기분 좋게 코에 스몄다. 다이스케는 그 향기를 맡으면서 선잠을 잤다.

 

좀 전에 미치요가 들고 들어 온 백합이 여전히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감미롭고 강렬한 향기가 두 사람 사이에 서려 있었다.

다이스케는 코 끝에 와 닿는 숨 막힐 만큼 강렬한 자극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함부로 치워버릴 정도로 미치요에 대해 거침없는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 p171

 


비는 점점 세차게 내렸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빗소리가 집을 에워싸고 있었다. 가도노가 나오더니, 약간 추운 것 같으니 유리문을 닫을까요 하고 물었다. 유리문을 잡아당기는 사이에 두 사람은 똑같이 뜰 쪽을 보고 있었다.

푸른 나뭇잎들이 전부 흠뻑 젖었고 온화한 습기가 유리창 너머로 다이스케의 머리를 적셨다.

세상에 떠 있는 것은 남김없이 대지 위에 내려앉는 듯이 보였다. 다이스케는 오랜만에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비로소 자연의 옛 시절로 돌아가는구나...'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 때, 그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안위를 온 몸에 느꼈다.

왜 좀 더 일직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왜 자연에 저항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는 비 속에서, 백합 속에서, 그리고 재현된 과거 속에서 순수하고 완벽하게 평화로운 생명을 발견했다.

그 생명은 어디에도 욕망이 없고 이해관계를 따지려 들지도 않았으며 자기를 압박하는 도덕도 없었다.

구름과 같은 자유와 물과 같은 자연이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행복했다. 따라서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 p276

 


그는 신경이 예민해진 나머지 어떤 미신에 빠져 들었다. 미치요가 위험하다고 상상했다. 미치요가 지금 무척 괴로워하고 있다는 상상도 했다.

또한 미치요가 지금 빈사지경에 있다는 상상도 했다. 그리고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자신을 만나고 싶어 해서 죽지도 못하고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상상도 해 보았다. 다이스케는 주먹을 불끈 쥐고서 부서질 정도록 히라오카의 집 문을 두드리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은 히라오카가 소유하고 있는 것에 손가락 하나 댈 권리가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다이스케는 무서워진 나머지 뛰기 시작했다. 조용한 골목 안에 자신의 발소리만이 크게 울렸다.

다이스케는 뛰면서도 여전히 무서웠다. 걸음을 늦추었을 때는 너무 숨이 차서 괴로웠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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