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by 알랭 드 보통 , 청미래, 2007, 정영목 역

 


나는 너를 머시멜로한다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관한 에세이 3편 중 첫 번째 책이다.

이미 '우리가 사랑일까'를 먼저 읽었기 때문에

앞뒤가 좀 맞지 않지만

책의 끝부분에 '우리가 사랑일까'와 이어지는 장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키스하기 전에 하는 말들'도 읽어야지...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사랑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을

객관, 과학화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위로가 된다.

실연의 아픔에 허덕이는 사람이라면 읽어 보시길...

 



알랭 드 보통의 지성, 재치, 유머는 언제나 사랑스럽다.

그의 책 모두를 쪼로로미 책꽂이에 올려 놓고 싶다.

 



in book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기 방에 혼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 - 파스칼

 



상대방에게 무엇 때문에 나를 사랑하게 되었냐고 묻지 않는 것은 예의에 속한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재치나 재능이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네가 너이기 때문이다.

네 영혼의 깊은 곳의 너 자신 때문이다.

 



마치 사랑의 끝은 그 시작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사랑의 붕괴의 요소들은 그 창조의 요소들 안에

이미 괴괴하게 전조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가...내가 무엇을 했기에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

내가 무엇을 했기에 사랑을 거부당하는가...

사랑을 베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하여 오직

한 가지 대답 밖에 할 수 없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로맨스는 우리가 오랜 기차 여행을 하다가, 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름다운 사람을 몰래 눈여겨보며 상상하는 것처럼 순수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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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by 장하준, 부키, 2007

 



경제학에 관해서라면 고등학교 정치경제 시간에 배운 이론이 다인 나이지만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뛰어난 논리를 펼쳐 보이는 데다

비유와 인용의 적절함까지...

 



장하준을 처음 접하지만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논지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한 느낌

그 주장이 계속 겹친다는 느낌은 없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적으로 힘이 센 신자유주의 이론을 조목조목 반박한다는 건

읽는 나는 쉽지만 실제로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어수선한 시국이다.

물론 이 정권 하에서는 겉으로는 너무나 조용하지만 말이다.

이 정권 하에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논리로 무장한 똑똑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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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마음을 만지다 - 시가 있는 심리치유 에세이
최영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by 최영아, 쌤앤파커스, 2010

 



세월이 지나고 나면 언젠가, 지금의 이별이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될 때가 반드시 온다

 



유독 상처가 많은 것인가, 깊은 것인가.

치유책을 계속 찾고 있다. 종교를 갈망하는 것처럼...

 



책은 아주 쉬운 문장으로 줄줄 읽힌다.

한 가지 주제만 간략히 담고 있다.

시를 큰 목소리로 낭송하면 아픈 마음이 치료가 된다는...

 



다른 이에겐 모르겠지만 나에겐 이 해법이 정말 효과가 있을 거라는 100% 확신이 든다.

왜 이제껏 몰랐을까 하고 생각될 만큼...

 



맘 속의 응어리는 나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표출될 때 다 녹아 없어진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 있다. 그럴 것 같다.

나는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다거나,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거나 한 것처럼

갑자기 마음이 시원해진다.

 



엄마는 늘 나에게 말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그냥 쌓고만 있는 딸을 보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라도 하든지 하라고....

난 노래방에 가면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데...

엄마는 속이 좁아 터진 답답한 딸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나에게 적합한 해법은 시를 큰 소리로 읽기가 될 수 있겠다고 이 책을 읽는 순간 확신한다.



나는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 채워진 책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간결하게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준 이 책에 감사한다.

작가의 경험에서 나오는 진심어린 충고가 특효인 것 같다.

 



in book

 



치유의 의미가 담겨 있는 시들을 낭송하면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상처와 고통의 잔해들이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낭송을 통해 영혼의 긴장을 풀고 잠재의식의 문을 열어,

그 속에 억압되어 있는 모든 어둡고 슬픈 기억들을 바깥으로 몰아내도록 하자

 



그 사람은 떠났어도 나의 삶은 그대로 있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언젠가, 지금의 이별이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될 때가 반드시 온다

 



우리는 종종 인생에서 가장 비참한 순간에 최고의 깨달음을 얻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너무나 가혹한 시련이라고 투덜거린다.

나 또한 모든 믿음이 사라질 정도로 고통스러운 절망을 겪었다.

그러나 가장 비참한 순간이야말로 가장 놀라운 순간이기도 하다-멜로디 비에티

 



비망록

 

-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면서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에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萬里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人跡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결혼에 대하여

 

- 칼릴 지브란

 



그러나 그대들이 함께 있을 때는 거리를 두라

창공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을 추도록

서로 사랑하되 사랑에 구속되지는 말아라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에 출렁거리는 바다를 두라

서로의 정을 가득 채우되 어느 한편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나누어 주되 어느 한 편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에 잠기도록 하라

비록 같은 가락을 울릴지라도 류트의 줄은 외로운 법

서로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서로를 마음속에 묶어두지는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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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 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by 김훈, 생각의나무, 2003년 초판

 



좋은 소금은 폭양 속에서 고요히 온다

 



'밥벌이의 지겨움'... 얼마나 위로가 되는 제목인가... 실로 얼마나 지겨운가...

사무실 책꽂이에 꽂아 놓으니 저마다 지나가며 한마디씩 한다.

'지겨우면 안 되는데'...

 



'맞벌이의 지겨움'이라고도 나는 혼자 생각해 본다.

 



작가는 노는 게 좋다고, 일하는 건 싫다고 말한다.

일을 하면 본래의 자기와 점점 멀어지고 왜곡되어 간다고... 동감...

논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부끄럽지 않지만, 벽에 박으려던 못이 휘어지는 건 부끄럽다고... 동감...

손수 집을 짓는 목수들의 건강한 몸에 대한 경탄... 동감...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좋다... 동감...

시간의 흐름과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 동감...

 



2003년에 쓰여진 에세이라 조금은 지나간 듯한 느낌이 있지만

김훈의 칼 같은 문장은 여전히 갓 벼린 것처럼 생생하고 푸르다.

 



그의 작품 모두도 나의 전작 리스트에 올려야지.

 



군더더기 없는 사유, 치장이 없는 문장은 단연 압도적이다.

자신의 문장을 '내면에서 올라오는 필연성'이라고 과감히 선언할 수 있음이여.

질투하기도 어려울 만큼 완벽하다.

 

in book

 



내 문장은 내면에서 올라오는 필연성이다

 



늙으니까 두 가지 운명이 확실히 보인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벼락치듯 눈에 들어오고, 봄이 가고 또 밤이 오듯이 자연현상으로 다가오는 죽음이 보인다.

그리고 그 두 운명 사이에는 사소한 상호관련도 없다는 또 다른 운명이 보인다.

 



그래서 음악은, 그리고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결핍의 소산인 것만 같다.

스스로의 결핍의 힘이 아니라면 인간은 지금까지 없었던 세계를 시간 위에 펼쳐 보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상상력은 스스로의 결핍에 대한 자기 확인일 뿐이다.

 



깎아지른 벼랑 끝에 앉아 있는 독수리 한 마리는 저 혼자서 이 세상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 한 마리는 외롭고 또 위태로워 보이지만, 이 외로움은 완벽한 존재의 모습을 갖춘 것이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본래 혼자일 뿐이라는 운명을 일깨운다. 

 



오히려 헛된 희망이 인간을 타락시킨다. 

...결정적으로 인간이 무지몽매해지는 것은 어설픈 희망 때문이다

 



나는 내 당대의 사람들이 친일과 반민족의 고통을 말할 때, ‘늙음’의 바탕 위에서 말해주기 바란다.

내 말은 그 ‘늙음’의 마음으로 친일과 반민족의 치욕을 뭉개버리자는 말이 아니다.

치욕을 긍정하는 또다른 치욕이 아무리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그 또한 감당되어야 할 치욕인 것이다.

 



대학 현수막의 이념은 작동되지 않는, 아름다운 이념이다.

‘색깔론’의 이념은 구체적으로 작동되는, 더럽고 강력한 이념이다.

 



좋은 소금은 폭양 속에서 고요히 온다.

인간이 가장 고통스러운 날에, 가장 향기로운 소금은 인간에게로 온다.

 



공간 속으로 저무는 것들이 시간 속으로 저문다. 저무는 것들은 애잔하고도 강력하다.

저무는 것들은 그 느슨한 헐거움으로 삶의 모든 궤적들을 지워버리고, 경험되지 않은 신생의 시간과 공간을 펼쳐 놓는다.

 



"연어들은 자신의 몸과 자신의 몸을 준 몸을 서로 마주보지 못한다.

이 끝없는 생명의 반복인 무명과 보시는 인연이고, 그 인연은 세상의 찬란한 허상이다"- 고형렬



 

나는 노동을 싫어한다. 불가피해서 한다. 노는 게 신성하다.

노동엔 인간을 파괴하는 요소가 있다. 그러나 이 사회는 노동에 의해 구성돼 있다.

나도 평생 노동을 했다. 노동을 하면 인간이 깨진다는 거 놀아보면 안다.

나는 일할 때도 있었고 놀 때도 있었지만 놀 때 인간이 온전해지고 깊어지는 걸 느꼈다.

기자를 보면 기자같고 형사를 보면 형사같고 검사를 보면 검사같이 보이는 자들은 노동 때문에 망가진거다.

뭘 해먹고 사는지 감이 안 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다.

그런데 노는거.

그게 말이 쉽지 해보면 어렵다.

놀면서 돈 쓰고 돌아다니는 거는 노는 게 아니라 노동의 연장이다.

돈에 의지하지 않으면 못 노는 거는 돈 버는 노동세계와 연결돼 있어서 노는 게 아니다.

노는 거는 그 자리에 있는 세상하고 단둘이 노는 거다.- 남재일과의 인터뷰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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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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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률, 2010개정판, 달

 



자기 마음에 꼭 맞는 책을 만나기란,

리고 그 책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란 쉽지 않다.

그런 책을 말없는 누군가에게서 선물 받는다면

그건 3가지 행복의 겹침이다.

 



시인의 유리같은 감성이 묻어나는 예쁜 문장들.

어느 페이지도 다 놓치고 싶지 않다.

 



읽고 또 읽는 음악같은 아름다움.

 



in book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지요.

사랑을 하면 마음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돼요. 마음이 엉키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

 



사랑해라,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잃어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사랑해라, 사랑하고 있을 때만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며, 아름다운 유일한 한 사람이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은 있어.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새에게도, 나무에게도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은 있는 법이지.

기억하고, 추억하고, 감싸 안는 일, 그래서 힘이 되고 기운이 되고 빛이 되는 일.

손에서 놓친 줄말 알았는데 잘 감췄다고 믿었는데 가슴에 다시 잡히고 마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이어서 온 몸에 레몬즙이 퍼지는 것 같은...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우리는 결코 알 수가 없다.' 티베트 속담이다.

이 속담은 티베트의 칼날 같은 8월의 쨍한 햇빛을 닮아 있다.

살을 파고들 것만 같은 말이다.

내가 지금 걷는 이유는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올 것이 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힌두교도의 말 중에는 '중요한 것은 우주를 한바퀴 도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중심을 한바퀴 도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장 그르니에의 <섬>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중심'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겪고, 무엇을 이해하는지의 핵심은 항상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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