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행 2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현각 지음, 김홍희 사진 / 열림원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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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무교라는 희안한 단어까지 만들어가며 나의 무교성을 주장하곤 하지만 사실 나는 불교에 상당히 가까운 편이다. 작년 연등행사에 우연히 참여했던 것을 계기로 더욱 불교에 마음을 빼앗겨 아무것이라도 좋으니 불교계 서적을 읽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고른 책이 바로 이 "만행"이다. 저자가 외국인인데다 화려한 경력을 버리고 승복을 입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흥미로웠기에 선뜻 손이 갔고, 한 번 읽다보니 푹 빠져서 단번에 읽어버렸다. 저자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해가 가면서 점차 "하나님"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섬기는 방식인 "기독교" 에 회의감을 느껴 기독교와 멀어지게 된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젠", 바로 불교이다. 숭산큰스님을 만나며 그는 드디어 불교가 다른 종교보다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충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고민 끝에 불교에 귀의한다. 저자의 탁월한 글솜씨와 영화같은 그의 삶은 독자를 불교의 세계로 한 발 더 이끌어준다. 기독교 신자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기독교의 교리를 비롯해 기독교적 신 자체에 대해 깊은 불신감을 품고있다. 유일신 사상으로 절대 다른 신을 인정하지 않는 그 폐쇄성과 배타성에는 이미 신물이 났고, 신(영생)이 아니면 죽음(지옥)뿐이라는 극단성에는 질려버렸다. 인간과 신을 분리하고 그저 그것에 매달리는 기독교보다 자기 안의 신성을 믿고 그것을 키워나가며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는 불교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나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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