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끝에 정 나지요
장선용 지음 / 동아일보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요리책을 여러 권 펼쳐 본 적이 있는가? 아무래도 요리 초보인 나는 요리를 위해서 여러가지 요리책을 보게 될 때가 많다. (한가지 예로, 나는 남들이 다 끓일 줄 안다는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서 요리책 일곱 권을 보았다. 요리 초보일수록 요리책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느끼는 점 하나. 아니,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자화자찬인 건데? 정말이지, 요리 하나 잘 하는 게 그렇게 어깨에 힘 들어가는 일인가? 무슨무슨동 누구누구로 이름만 대면 안다는 사람, 명문가 며느리들 요리 선생으로 유명한 사람, 쟁쟁한 대학 나와서 칼 들었다는 사람...... 서문만 봐도 질린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 요리법 중간 중간에 자기 얘기를 넣는것. 그것도 여러가지 미사여구와 자랑스레 웃는 얼굴 사진을 동원하여. 그리고 실생활에서는 저-언-혀 쓰이지 않는 조리도구와 재료등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여 요리법을 적어나가는 것. 하나쯤 장만해두라는 것은 왜 또 그리 많은 건데? 요리법 보려다가 속만 뒤집힌다.

그런데 이 요리책은 다르다. 그저 주부일뿐이라는 저자는 화려한 경력도 또 그에 따른 유려한 수식어구도 없다. 그저 요리를 다른 사람보다 잘 한다는 것이 요리책을 낸 이유일 뿐이라나. 읽어보다보니 점점 이 책의 진가가 드러난다. 생활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음식의 조리법을 집안에 늘 상비되어있는 일반 조리 도구(!!중요하다!!)로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상세히 곁에서 조근조근 이야기하듯 가르쳐준다. 설명하는 말투도 잘난체라는 기름기가 쏙 빠져서 담백하고 소화도 쉽다. 요리법도 다른 책들과 비교해보니 가장 실생활에 근접해있었고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던지. 나는 반해버렸다. 저자의 겸손한 태도는 조리기구의 설명에도 드러난다. 너무 갖고 싶어서 샀다거나 큰 맘 먹고 샀다거나 몇 달을 졸랐다거나... 이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보통 사람들이 조리기구를 살 때도 다 이렇지 않던가? 요리도 선정이 잘 되어 있어서(뜬구름 잡는 요리들이 없다) 가정 상비 요리책으로 적합할 듯 하다.

아, 단점 하나. 이 책의 저자가 예전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을 썼다고 한다. 제목이 심히 거슬린다. 아내가 가사 담당이라고? 아내가 요리할 때 남편이 손을 놓고 있는다고? 하하, 맞벌이하는 요즘 세상에? 결혼할 나이 되어서 요리도 못하는 사람, 그냥 굶어 죽어도 무방하다. 그게 여자든 남자든. 요리를 포함한 가사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로 익혀야 하는 것이다. 요리를 몽땅 며느리에게 맡긴다니, 그 댁의 아들도 아직 아기다, 아기. 분명 제 손으로 밥 차릴 줄도 몰라 아내 죽으면 가정부라도 들여야 살아나가겠지. 차라리 '나의 아이들에게 주는 요리책' 쪽이 100배 나을 듯. 뭐, 이러한 시대의 변천으로 제목도 바뀐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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