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천사 3
카와하라 유미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은 나날이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한 여러가지 취미(특히 인형 등을 모으기)에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심취하는 사람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많아졌다. 그렇게 된 이유는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그 이유 중 하나가 인간 소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밖으로 나와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와 대화하며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이해하고... 그런 당연한 인간의 사회 작용이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점점 줄어들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인간들이 모두 골방에 틀어박혀 네모난 상자로만 누군가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인격장애인 사람들도 예전보다는 많아졌고 또 사람을 깊게 사귀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도 늘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은 사회적 동물. 늘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적인 충족이 없으면 불안해지고 허무해진다. 자, 예전에는 주변의 많은 사람이 있었기에 충족되었던 애정을 곁에 아무도 없는 현대에는 어디에서 갈구할 것인가.

그래서 애완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날이 갈수록(인간 소외, 인간 불신과 비례로) 늘어갔고 그 중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의 취미에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게 된 것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형 수집이 할 수 있겠다(정서적인 사람의 대용품으로 가장 가까운 것은 살아있는 동물이지만 형태적으로라면 역시 인형이 가장 사람에게 가까우니 사람들이 인형을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감정이 없기에 나를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역으로 날 거부도 하지 않는 무생물의 인형. 내가 믿고 사랑해도 절대 배신하지 않을 아름다운 인형. 인간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인(그러나 현실에는 절대 없는) '영원한 나의 편'이 되어줄 인형.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게다가 내게 생떼를 쓰지도, 나를 화나게 하지도, 나와 다투지도 않는다!)

<나만의 천사>에 나오는 인형들은 이 인형들보다도 업그레이드 된 버전이다. 위에 나열한 조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인형인데 거기에다가 감정까지 있어 생물에 가깝다!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결국 주인이 나이므로 저 아름다운 생물은 나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오죽하면 번역 제목이 '나만의 천사'일까). 감정적인 욕구를 모두 채워줄 영원한 나의 사랑이 현실로 나타난 살아있는 인형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환상적이며 운명적이고 만족스럽기 그지 없다(물론 절정에 다다른 작가의 바들바들 떨리는 듯 가냘프지만 그만큼 애처롭고 화려한 펜선도 그 만족감을 더한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나는 이 책을 읽고 씁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이상향을 추구하며 골방에 들어가 있는 나약한 인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세상은 그런 쪽으로 제한 속도도 무시한 채 치닫고 있고 있는 것을. 그저, 유려한 작가의 펜선을 보면서 모든 것을 잊고 기뻐할 수 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