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 개정증보판
한국문화인류학회 엮음 / 일조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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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문화를 중립적으로 받아들인 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국가나 마을, 가족에 속한 사람일 경우, 우리의 몸에 그 문화만이 가지는 독특한 습성이 배어있다. 그 습성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떨쳐내기 또한 힘들다. 아니, 떨쳐내기가 아니라 그저 잠깐 그 습성을 배제하기도 힘이 드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국가, 마을, 가족에 속해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할 때 위에서 지적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나'의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일을 충실히 수행하려면 우선 보는 '나'를 중립적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고 어렵기만 한 일도 아니다. 중립화에 성공하여 타인과 타문화를 바라보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인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하게 되고 또 우리 자신도 좀더 정확히 알 수 있게 된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는 바로 이점을 시사해주는 책이었다. 낯선 문화 속으로 들어가 그 문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의 문화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낯선 타지에서 나를 좀더 정확히 볼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웃기도 했고 갑자기 뜨끔하여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으며 '아하~' 하는 탄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다른 나라의 여러 관습은 우리의 관습과 너무도 달라, 우리의 관습에만 젖어있던 내게 웃음을 주었다.

또 가끔은, 내가 너무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아 왔다는 것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탄성을 내지를 때는 문화들이 왜 이렇게 다르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였다. 이처럼 이 책은 내게 많은 표정을 선사하였다. 표정 뿐만은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조금 더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게 되었다. 내가 얼마나 차별적인 사람인지도 깨닫게 되었고, 사람들을 계급으로 나누는 것이 잘못된 일인 것도 깨달았다. 사실 나에게도 인종차별적인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흔히 말하는 피부색에 따른 계급분류였다. 나는 피부색이 흴수록 조금 더 높은 계급에 있다고 생각해왔다. 피부가 검은 사람들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는 이 책을 통해서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말로만 뇌까려온 내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피부색은 그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인류가 여성과 남성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그 차이가 두 성별의 계급관계를 나타낼 수는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우리(-사람-)는 모두 '인류'라고 불린다. 흑인, 백인, 황인, 남자, 여자, 어린이, 노인...... 이 모두를 통틀어서 '인류'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은 것이다. 사람은 다 가지각색이지만 또 한편으론 이처럼 하나이다. 가지각색의 우리가 하나로서 평화롭게 살아가려면 자기 자신과 서로를 모두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 우리에겐 인류학이 필요한 것이다. 하나 하나를 떨어트려 보지 않고 문화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며, 이렇게 이해한 것을 올바르게 수용하여 더욱 다양하고 발전된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만이 우리의 앞길을 밝혀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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