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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데에는 '장영희'라는 이름값이 컸다. 조선일보의 주말 북리뷰에 격주로 나오는 장영희씨의 글에 그녀만의 강직한 마음과 따뜻한 시선이 묻어나기 때문에 이 책도 분명 그러리라 생각하고 읽게 되었다. 그리고 내 예상은 전혀 빗나가지 않았다. 나는 장영희씨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사실 무언가 핸디캡을 갖고 있는 사람이 큰 인물이 되었을 때 가장 많이 쓰는 것이 그 핸디캡을 어떻게 극복했으며 그 핸디캡이 자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뭐 그런 얘기다. 그러나 장영희씨는 (장애인 치고는) 정말 너무하다싶을 정도로 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적다. 그리고 중간중간 장애의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그것이 삶에 쩔어 비루하거나 스스로 가슴아파 하며 한탄하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일상에서 나오는 평범한 소재로 등장한다. 마치 우리가 '콩나물' 이나 '뾰루지' 또는 '커피'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간에 있었던 사건에 관해 수다를 떨 때 처럼.
처음에는 이 분이 장애를 부정하고 일부러 말을 하지 않으시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오산이었다. 장영희씨에게 장애는 이미 장애가 아니기에 글 소재로 자주 오르지 않는 것이다. 장애에 관해 마음의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부러 애써 숨기거나 또는 과장되게 드러내며 자기 연민에 빠지지만 장영희씨는 장애를 그저 자신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자랑스러워하지도 않는다. 나의 삶의 마이너스적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을 그렇게 인정을 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글에는 전혀 나타나있지 않은 이런 저자의 모습에 나는 진심으로 감동 받으며 나를 되돌아 보았다. 도대체 무슨 컴플렉스에 불만이 그리 많은지. 내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했다. 글 자체도 상당히 소담하고 가슴을 촉촉히 적셨지만 내게는 글 이면의 저자의 마음가짐과 삶이 더욱 더 인상적이었다. 에세이는 다 똑같다고, 다 뻔하고 진부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뻔한 것'의 힘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