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드는 핸드폰 소품
종이나라 편집부 엮음 / 종이나라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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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심각한 병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여러가지 만들기에 취미를 갖고 거기에 필요한 재료를 몽땅 구매한 다음 정작 만들지는 않고 모셔만 둔다는 것이다. 재작년에는 퀼트를 한다고 퀼팅솜과 천을 몇만원 어치나 사놓고서는 아직까지 시도도 하지 않았고 작년인가에는 인형을 만든답시고 펠트를 샀지만 결국 여기도 손을 대지 않았다. 언젠가는 만들거라고 큰소리 탕탕치며 샀던 제과제빵 용품도 아직 창고에 그대로 있고 이탈리아 요리에 관심이 있었을 때 샀던 스파게티면은 이미 유통기한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 내가 이 책에 나와있는 가방에 마음을 빼앗겨(?) 재료를 사자마자 재봉틀을 꺼내놓고 만들어 버렸다. 표지에 오른쪽에 보이는 체크무늬 가방도 예쁘지만, 내가 만든 빨간색 가방은 깜찍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꼭 맞아 만드는 동안에도 아주 즐거웠다. 아주 간단한 가방이었기 때문에 본을 그리는 것부터 재봉질까지 어려운 점은 없었다. 조금 어려웠던 옆판과 밑판 붙이기는 결국 어머니께서 손을 보아주셨지만, 나도 재봉틀이 아닌 손바느질로 한다면 (시간은 조금 걸려도) 예쁘게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대부분의 소품은 나같이 손재주 없는 사람도 잘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제작 과정이 어렵지 않다. 만약 천으로 만든 가방이나 비즈공예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단! 가방을 만들 때 절대 두꺼운 천을 쓰지는 말기 바란다.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앞, 밑팥을 연결하기 어렵다. 아주 기본적인 지식이지만 은근히 잘 잊는 경우들이 많아서 한 번 더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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