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스에노부 게이코 지음 / 세주문화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한동안 가슴이 아팠다. 성에 대해 빠삭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무책임하고 무지한 10대 청소년들. 그리고 고통 받는 것은 언제나 '청소녀'인 여자들 뿐이다. 학교에서 섹스할 것을 강요하는 남자친구에 의해 성교를 하다가 같은반 급우에게 들키는 주인공. 그 다음날 그녀는 바로 '가장 친한 여자 친구들' 에 의해 이지메를 당한다. 지켜주겠다던 남자친구는 급기야 그녀를 차버리고 이제 그녀에게 남은 것은 자기 자신밖에는 없다. 그녀는 어떻게 이 지옥같은 나날을 살아나갈까. 작가는 그녀에게 '만화'라는 희망을 준다. 그리고 주인공은 너무나도 '주인공답게' 역경을 헤쳐나가고 모두에게 복수한다.
하지만 그걸로 끝일까? 나는 이 만화를 보면서 현실에서 괴로워하고있을 많은 청소녀들과 그녀들을 생각하며 울었다. 여성에게만 성적인 행위에 대한 징벌이 가해지는 동양 국가에 살면서 '걸레'라는 가당치도 않은 꼬리표를 붙이고 힘겹게 살아나가는 그녀들. 가족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하고 자기 안에서 분노를 삭히며 사는 그녀들, 아니, 나. 이지메가 심해져 밥을 먹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 위장약을 복용하면서도 엄마가 눈치챌까봐 '비타민이야'라고 속이는 장면은 제목과 연관되어 묘하게 내 가슴에 남았다. 그리고 나중에 엄마가 비타민제를 달라고 하자 조용히 말하는 주인공. '엄마, 그건 위장약이었어.' 지금, 이순간에도 위장약을 비타민인 것처럼 위장하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힘겨운 삶을 사는 그녀들이 있기에 나는 가슴이 아린다. 나의 친구들, 나의 가족들도 혹시 '비타민'을 먹으며 내게 웃음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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