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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들려주는 부모의 예쁜 말 필사노트 김종원의 예쁜 말
김종원 지음 / 상상아이(상상아카데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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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열두 살의 겨울을 지나고 있다. 아직 완전히 사춘기에 접어든 건 아닌 것 같은데, 벌써부터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독서모임에서 만났던 분이 아이들에게 '너 눈빛이 왜 그래?' "말투가 왜 그래?' 이 두 가지 질문만 안 하면, 그 시기를 잘 보낼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요즘은 그 두 가지가 제일 궁금하다.


순수하고 맑았던 네 눈이 때때로 왜 그런지에 대해서. 귀엽고 다정했던 말투가 왜 그렇게 되고 만 건지 이유를 묻고만 싶다.


별것도 아닌 일로 서로 날을 세우길 몇 번. 아이도 과도기에서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싶었다. 어떤 날은 아기 같고, 어떤 날은 반항아 같아진 딸을 보며 내가 먼저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그래, 내가 어른이고 내가 더 사랑하니까. 할 수 없지. 예쁜 말만 하는, 다정한 눈으로 사랑만 주는 부모가 되어보자 다짐했다.


나의 결심을 실천하는데 책 '아이에게 들려주는 부모의 예쁜 말 필사 노트'가 큰 도움이 되었다. 여기엔 내가 아이에게 해주지 못했던 아름다운 말들이 가득했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말이 많은데, 나는 그 반의반도 못해주고 살았다니 미안한 마음이 몰려왔다.


이 책이 필사 노트라는 점도 좋았다. 워낙 악필이라 필사를 즐겨 하지 않는 편이고 책에 필사를 할수록 예쁜 책을 내가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읽는 것과 적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책을 따라 필사를 하다가, 인상적인 구절은 디지털 필사로 따로 남겨뒀다. 아이의 말이나 아이의 반응을 적는 부분도 있어서, 이 책을 아이가 큰 다음에 보여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요즘 자주 하려고 애쓰는 말을 옮겨본다.

'네 생각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 언제 이렇게 생각이 깊어졌니!"

'다음에는 이 부분에 신경을 쓰면 더 멋진 결과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아, 그런 마음이었구나, 그게 안 돼서 힘들었구나'

'우리는 늘 너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단다'


말이 선언이 되고, 말이 마음을 대변한다는 걸 알기에 이 책을 오래 가까이 두고 일곱 살 아들과 열두 살 딸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엄마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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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나요 위픽
이유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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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그 무거운 마음에 대해서⠀

일하면서 누군가가 싫던 때, 어떤 사람이 너무나 상식밖이어서 이해 할 수 없던 상황에서 놀랍게도 그 사람 생각을 가장 많이했다. 친한친구에게도 이르고, 불만이 있던 동료들과 모여서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 사람 이야기를 했다. ⠀

 싫다. 너무 싫다 하면서도 하루종일 그사람에 대해 말하고, 그를 미워하는 내 모습에 괴로웠다. 그때 사람을 좋아하는 것보다 미워하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차라리 미워하는 대상을 인정하거나 내가 한 발 물러서는 편이 건강한 에너지를 유지하는 길이라는 걸, 아주 오랜 사회생활 끝에 알게되었다. 

📙이유리의 소설, 잠이오나요?에서도 주인공은 '왕방울'여사를 죽도록 미워한다. 책을 읽고 있자면 나도 이기적인 왕방울 여사가 미워죽을지경이다. 주인공이 왕방울 여사를 미워하는 감정은 너무나 커서 그 사람을 생각하느라, 또는 그 사람에게 아무말도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속상해하느라 잠을 못 이룰정도다. 그러다 왕방울 여사를 미워하는 동지를 만나게 됐고, 자의반 타의반 왕방울 여사에게 통쾌한 복수를 날려준다. 그 복수는 성공일까, 실패일까?⠀

📘이유리 작가 특유의 경쾌하고 발랄한 문체가 돋보이는 이 소설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에서 출발한다. 누구나 겪어봤을 감정을 밀착해 그려내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돌아보게 힌다. ⠀

다 읽고나니 구성도 전개도 결말도 흠잡을데 없이 너무나 재밌는 소설이었다. 가뜩이나 짧은 위픽인데 너무 금방 읽혀 아쉬울 정도로. 어딘가 있을 듯한 왕방울 여사와, 그런 사람에게 매번 당하고 잠 못드는 답답한 피해자들. 그들에게 해피엔딩이 있긴할까 고민해보며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의 무거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있었던 소설이었다. 위픽시리즈에서 좋은 소설 많이 읽었는데 이 책도 너무나 추천! ⠀

#위픽 #위픽시리즈 #위즈덤하우스 #단편소설 #문장들서평단 #이유리_잠이오나요 #잠이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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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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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곧 믿음✨️⠀

조남주 작가의 소설 ‘네가 되어줄게’는 엄마와 딸이 일주일간 서로의 삶을 경험해보는 이야기다. 그것도 타임슬립을 통해 딸이 엄마의 열네살 시절로 돌아간다. 여기까지가 책을 읽기 전에 알고 있던 내용이라 이 소설이 엄마와 딸의 몸을 바꿔가면서 무엇을 이야기할지 궁금했다.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단순한 결말 너머에 무엇이 있는걸까.⠀

📒내가 발견한 건 믿음이었다. 사랑하면 믿어주는 것❣️⠀

엄마인 수일은 열네살 윤슬이 되고 나서야 잊고 있던 우정, 10대만이 할 수 있는 뜨거운 경험을 하며 윤슬을 향해 있던 불안을 지우고 아이를 통제하는 대신 더 많이 이해하고 믿어주기로 결심한다.⠀

엄마의 열네살로 간 윤슬 역시 이해하지 못했던 ‘시대’를 몸으로 겪으며 엄마와 폭을 좁혀나간다. 자신이 아닌 엄마의 몸으로 일주일을 살면서 윤슬은 엄마의 노트에 짧은 문장을 하나 남겼다. ⠀

‘30년 후의 최수일은 회사에서는 유능한 팀장이고, 딸에게는 고마운 엄마이고, 작년에 커피를 끊고 하프마라톤을 완주했다.’⠀

수일은 누가 남겼는지도 모를 이 문장 덕분에 스스로를 향한 단단한 믿음을 갖게됐다. 이 문장을 수일이 기억해 낸 장면은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수일은 살아가면서 힘들거나 불안했을 때, 자신에게 실망했을 때 이 문장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 과거로 돌아갔던 윤슬이 엄마인 수일을 위해 남긴 짧은 메모는 수일이 수없이 힘든 문턱을 넘을때마다 자신을 믿게 하는 열쇠가 되어줬다. ⠀

누군가를 끝까지 믿어준다는 것.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먼저 믿어주는 것. 그건 깊이 사랑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수일의 언니이자 윤슬의 이모가 93년으로 날아간 윤슬의 말을 믿어주었던 것처럼,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믿음'에 꽃혀서 사랑한다면 믿어줘야 하는구나, 생각하게 됐다.⠀

📘예상한 결말이었지만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이 감동적이고 뭉클한 소설이었다. '나는 아이를 얼마나 믿고 있나, 아이가 스스로를 믿을 수 있도록 뜨거운 사랑과 단단한 지지를 보내고 있나' 돌아보게 되었다. 육아서는 아니지만 재미와 더불어 사춘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내가 어떤 부모가 되면 좋을지 방향을 알려준 책이라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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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
임후남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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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대신 책방, '동네책방'을 좋아한다. 책을 내주기 전에 안부를 먼저 물어주는 동네책방엔 대형서점이 갖지 못한 분명한 따스함이 존재한다.⠀

그뿐일까, 동네책방의 힘은 '모임'에 있다고 생각한다.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을 통해 독서문화를 향상시키고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유대를 형성하는 건강한 자리. 그 속에서 서로를 향한 애틋함이 피어오르는 곳.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묵은 이야기를 꺼내게 하고 빗장을 풀어 눈물짓게 하는 건 동네책방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책 너머에 사람을 만나는 곳, 그곳이 바로 동네책방이다.⠀

📗'내 꿈은 신간 읽는 책방 할머니'의 작가 임후남님도 이 책에서 사람이 좋아 책방을 한다고 말한다. 도심 한복판도,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곳도 아닌 숲으로 둘러싸인 외진곳에서 책방을 하는 그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에게 어서오세요! 가 아니러 어떻게 오셨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곳을 어떻게 알고 왔는지, 어떻게 찾아왔는지 궁금할 정도의 공간이지만 사람들은 기꺼이 시간을 내서_심지어 대중교통으로 꽤 많은 시간과 노력를 투자하기도하며_시골책방을 찾는다. 책방주인이 내주는 뜨거운 마음이 좋아서. 모닥불을 앞에 두고 서로의 삶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아서.⠀

축제를 기획하고 독서모임과 음악회를 여는, 그렇게 사람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는 책방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책방주인의 애환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용인에 있다는 이 책방이 너무나 궁금해지고, 내 버킷리스트 바닥에 깔려있던 책방주인이 선명해진다.⠀

당장 용인으로 달려갈 수 없는 나는 우리동네에 있는 오래책방을 떠올린다. 너른 마당은 없지만, 따뜻한 미소로 언제든 날 반겨주는, 안 가는 동안에도 자꾸 생각나곤 하는 공간. 책을 읽는 내내 우리동네 책방을 떠올리며, 공감하고 몰입했다. 나도 그랬지, 그런경험 있었지 하며.⠀




📒나는 책방을 차리고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책방을 차리길 백만번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큰 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책방하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그 즐거움은 바로 '책'과 '사람'에서 나오는데, 그건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아주 은밀한 것이다. 이 즐거움을 책방을 찾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오래 누릴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p229)⠀

살다보면 나도 책방을 하는 날이 올까, 마음속으론 꿈꾸고 있지만, 아직은 경험도 용기도 부족하다. 대신 언젠가, 치열한 삶 끝에 찾아올 그날까지 동네책방에서 오래오래 신간을 읽는 손님으로 남아있을 생각이다. ⠀

헤스티아(@hestia_hotforever)님이 모집한 문장들 서평단에 당첨되어 생각을 담는 집 임후남 작가님(@countrybook_im)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책방을 차리고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책방을 차리길 백만번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큰 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책방하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그 즐거움은 바로 ‘책‘과 ‘사람‘에서 나오는데, 그건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아주 은밀한 것이다. 이 즐거움을 책방을 찾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오래 누릴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p229)⠀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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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마음
임이랑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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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할 일이 많아 정신없이 급한 불을 끄다가 밤이 되어서야 마음을 만져보려고 책을 펼쳤다. 어지간한 문장이 아니고서야 딱딱해진 내 마음을 녹일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책 '밤의 마음'이 생각도 못한 위로가 되어줬다.


'밤의 마음'이란 책 제목부터 마음에 닿긴했다. 고요하고도 광활한 그렇지만 차갑고 내밀한 '밤'이라는 단어와 따뜻하고 개인적인 동시에 이타적인 단어인 '마음'의 조합이라니, 이렇게 아름다운 단어를 이을 줄 아는 작가의 글을 당연히 좋겠지 싶었다. 


이 책은 글을 쓰고 노래하는 임이랑 작가의 오랜 일기를 엮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작가가 건너온 무수한 날들의 촘촘한 기록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누군가는 그냥 스치고 말 감정들에 기어이 이름을 붙이고 자신을 들여다보려 애쓰는 글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위로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나조차 잘 몰랐던 마음에 대신 이름을 붙여준 책으로 밤의 마음을 기억한다. 겨우 2년차 프리랜서인 나는 무려 7년차 프리랜서인 작가에게 한 수 배우고 흐르러진 마음을 잘 다독이며 덕분에 다소 버거운 밤을 지나 올 수 있었다.


-내 마음은 어째서 이렇게 어렵고 무거운가, 왜 나는 자꾸 넘어지나, 그렇지만 마음에는, 적어도 마음만은 가성비와 효율을 따지지 말아야지. 이 끝부터 저 끝까지 모두 돌보고 바람을 쐬어  줘야지. 


내 마음은 어째서 이렇게 어렵고 무거운가, 왜 나는 자꾸 넘어지나, 그렇지만 마음에는, 적어도 마음만은 가성비와 효율을 따지지 말아야지. 이 끝부터 저 끝까지 모두 돌보고 바람을 쐬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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