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릿광대의 견해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9
하인리히 뵐 지음, 신동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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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이 제일 좋았다.
무대에 오르기 위한 여행의 과정을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써 내려간 부분은 생각없이 살아가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가난에 6년동안 동거해온 여자친구가 떠나고, 술에 찌들려 그 마저 제대로 해내지 못하게 된, 어릿광대가 자신보다 더 성실하고 번듯하게 살아가는 것 같은, 부유한 가족과 친지, 이웃들에 대해 조롱을 해댄다.
그들은 나치에 동조했고 충성을 다 했음에도 전쟁이 끝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제껏 인류애와 평화만 사랑해 왔던 사람들마냥 살아가고 있다.
얼굴에 분칠하고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시작되는, 자기연민과 술에 찌든, 어릿광대의 주절거림 속에서 부유하고 성실해 보이는 그들의 삶이 대비되어 조롱된다.
읽다보니 얼굴에 분칠한 사람은 더이상 어릿광대가 아니었다.

"카타리나불룸의 잃어버린 명예"에서와 같이 시대의 문제에 눈감지 않고 폭로하듯 반성하듯 써나간 하인리히뵐같은 작가를 지원하고, 존중해 주는 독일의 문단도 멋있다. 그런 독일이기에 스스로가 저지른 과오를 끊임없이 반성하고, 사죄하며,, 난민들의 문제에 제일 먼저 나서게 되는 지금의 나라로 성장시킨 것일 게다.
그런 독일의 모습과 자신들의 과거를 부정하며, 과오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내는 작가에 비난만 퍼붙는, 부끄러운 과거사를 날조하여 위대하게 포장해버린 일본의 모습이 대조되어 떠올랐다.
일본이 얼굴 한가득 분칠을 떡칠한 모습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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