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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은 작고 조용하게 - 한 장의 페리 필사집
한 장의 페리 지음 / 리틀프레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날이 너무 더우니까 딱딱한 내용의 책보다는 힐링 되는 문장이 그리워졌다.
시집을 읽을까 생각하다가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동안 만난 몇 권의
필사 책은 모두 좋은 문장으로 이루어졌다.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마치
닉네임을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이 책에 나오는 문장들은 감성적인 에세이면서
한편으론 아름다운 시다.힐링을 주제로 쓴 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2022년 10월 부터 2024년 11월까지, 지난 3년간 작가가 운영하는
유튜브 <한 장의 생각>에 쓰고 내보냈던 원고들을 추리고 골라서 완성한 것이라고 했다. 그 시기는 바로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몸살을 앓던 시기였다.그런 시기에 날마다 꾸준히 힐링이 되는 문장을 쓴 작가의 꾸준함, 성실함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것을 축하한다. 한편으론 같은 시기를 겪으면서 나는
무얼 남겼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는 자신의 삶을 의외의 타이밍에 훅 부풀기도 하는 식빵이 아니라, 한 겹 한 겹
착실히 쌓아야 비로소 완성되는 페이스트리라는 걸 어려서 일찍이 알았다고 했다.요행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삶.처음부터 끝까지 다 내손으로 쌓아야 완성되는 인생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페이스트리'라는 말은 작가에게 늘 낙관이고 희망이었단다.
어찌 이 책 작가의 삶만이 페이스트리와 같을까. 우리네 모두의 삶이 그렇지
않을까. 작가는 얇은 것으로 표현했는데 ,사소한 것들이 모여 크고 거창한 것을
이루는 것을 가끔씩 주변에서 만나지 않는가 말이다. 늘 그 자리에서 한결같이
꾸준히 계속한다는 것이 참 중요한 일이고 대단한 일이라고 새삼스레 생각해본다.
책을 몇 장 펼쳤을 때 정말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을 만났다. 오래 전 마음이 외롭고
힘들 때 달을 바라보던 습관이 있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엄마, 외국에 나가있는
남동생을 생각했다. 남동생이 귀국하면서 달을 바라보는 일도 점점 줄어 들었다.
-자주 연약한 눈빛을 하고 나를 만나러 오지만 , 나는 당신이 강하고
특별하다는 걸 알아요. 매일 밤 나는 , 당신만을 아주 특별하게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내 우주는 온통 당신의 편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 나의 인간에게, 달 드림]
[나의 인간에게, 달 드림] 외에도 몇 개의 문장을 옮겨본다.
- 당신 주위를 좀 둘러보세요. 얼마나 많은 존재가 당신을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까. 가끔은 어둠의 편안을 누리세요. [케이크의 소원]
-좋음을 함께할 때 기쁜 사람이 아니라,나쁨을 나쁘지 않게 해 주는 사람이
여러모로, 최고다 좋은 것은 누구와도 좋을 수 있지만 나쁜 것은 누구와
보내느냐에 따라 조금 덜 나쁜 것이 되기도 한다. [나의 이상형]
- 아가, 세상을 바꾸는 일도 중요하지만
세상을 잃어버리지 않는 일은 더 중요하단다. [ 할머니]
그동안 여러 종류의 책을 필사했다. 성서와 기도문,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 등.
그런데 이런 힐링 을 주제로 쓴 문장을 필사하는 건 처음이다. 요즘은 폭염으로
밖에 나가는 게 겁날 정도인데 차분하게 필사하며 가을을 기다려야겠다. 필사에
관심 있는 지인 뿐 아니라 시를 좋아하는 분들께도 선물하기에 좋은 책이다.
좋은 문장, 힐링 되는 문장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낸 작가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