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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산책 - 사유하는 방랑자 헤르만 헤세의 여행 철학
헤르만 헤세 지음, 김원형 편역 / 지콜론북 / 2024년 10월
평점 :
시월은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이며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나는 올 가을에 여행을 하는 대신 여행 에세이를 읽기로 했다.
위장이 탈이 나서 먹는 게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 평소에
좋아하던 작가, 헤르만 헤세의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서,내가
가보고 싶은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기분을 간접으로라도 느껴
보려고 했다.
헤세는 소설가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철학자 같은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편 헤세의 소설을 읽을 땐 몰랐던 그의
취향도 엿볼 수 있었다.책에도 여러 번 언급됐지만 특히 미술품과
예술작품 그리고 성당의 조형물을 좋아했던 헤세다.
헤세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를 여행했다.
그리고 마음에 와 닿는 풍경이나 예술품은 몇번씩 다시 찾아 갔다고
했다. 이런 부분이 헤세의 여행을 '사유하는 철학자의 진지한 산책'
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헤세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스위스, 남독일, 아시아 등을 여행했다고 했다.인간본질에 대한
탐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그의 여행에서 그는 바로 방랑자였다.
헤세의 '무해한 산책'은 여느 여행기나 여행 안내서와는 다르다.
헤세는 유명 장소에 대한 소개나 정보보다는 어떤 사물이나 상황에
대한 느낌을 자세히 표현하여 독자로 하여금 마치 그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마저 주었다.
평소에 자주는 아니지만 에세이를 가끔 읽는 편이다. 헤세의
'무해한 산책' 은 읽어 나가면서 호숫가에 번지는 물결이 떠올랐다.
맑고 쨍한 느낌의 물결 말이다. 청년 헤세의 감성 깊은 문장이
책 전체에 밝음과 진지함과 낭만에서 오는 여유로움을 선사했다고나
할까. 나는 특히 헤세의 책에서 만나게 되는 이런 면을 좋아하는데
이 책에서도 만나고 보니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행복한 독서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독서의 계절 가을에 여행을 좋아하거나,
헤세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