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시베리아의 숲에서 - 바이칼에서 찾은 삶의 의미
실뱅 테송 지음, 비르질 뒤뢰이 그림, 박효은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4년 2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실뱅 테송은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겸
여행가이다. 여러 권의 책을 펴내고 여러 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글은 실뱅 테송이 쓰고 비르질 뒤로이가 그래픽 노블로 완성한
책이다. 프랑스에서는 유명한 작가인가 본데 나는 저자의 책이
처음이었다.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도 저자에게 매료되었고
저자의 다른 책에도 관심이 생겼다.
예전에 읽은 ' 월든' 이 생각나는 책이다.책을 읽어나가다
우리나라의 '류시화' 작가가 이 책의 저자와 비슷한 류의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시베리아의 숲으로 떠날 준비를 하면서 기본 식료품
구입을 위해 슈퍼마켓에서 케첩을 고르던 저자는 케첩의 종류가
열 댓 가지나 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으며 이런 복잡한 세계를
얼른 떠나고 싶어진다.
저자가 바이칼호를 처음 찾은 건 2003년.그때 저자는 호숫가
주변에 드문 드문 서 있는 오두막에서 지내는 은둔자들이
이상하리만치 행복해 보였단다. 울창한 숲속에 홀로 파묻혀 고요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저자는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긴다.
바로 7년 후에. 저자가 그곳에 도착한 것은 2 월인데, 늦가을에
해당된단다.육 개월 후 저자는 호수의 얼음이 녹고 보트를
노 저을 수 있게 된 봄에 그곳을 떠난다.
저자가 시베리아의 숲에서 지낸 육 개월 동안 전혀 사람들을
만나지 않은 건 아니다. 걸어서 한나절 거리에 있는 오두막을
찾아 그곳에서 지내는 이들과 술을 마시기도 했다. 나중엔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지냈다.
저자는 육 개월 동안 무얼하며 소일 했을까? 아침마다 호수가
근처의 빙판에 뚫어 놓은 구멍에서 물을 길어 온다. 당연히
식사 준비도 스스로 했다.어떤 날은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
요리하기도 했다. 저자는 숲 속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며
원시인처럼 지낸다. 차가 없으니 걷고, 슈퍼마켓이 없어 낚시를
한다.보일러가 없어 장작을 팬다. 텔레비전이 없어 책을 읽는다.
눈보라가 몰아 칠 때는 따뜻한 오두막에 머물며 창가에서 밖의
풍경을 내다본다. 책 읽기, 글쓰기,고기잡이,산 오르기,숲 거닐기...
저자는 숲에서 지낸 여섯 달을, 도시의 지하 묘지를 떠나 타이가의
성당에서 여섯 달을 살았다고 했다. 완벽한 삶의 여섯 달을.
책의 끝 부분에서 저자는 다시 그곳을 찾을 거라는 암시를 남겼다.
나도 어떨 땐 어딘가에서 한두 달 지내다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그렇지만 그곳은 시베리아의 숲 같은 오지 중의
오지는 아니다. 기껏해야 바닷가나 섬 정도다.그런데 이젠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오래 되었다. 작년부터 일주일에 한번 성당에서
봉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역시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자신이 속한 세계를 장기간 떠나는 게 마냥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내 취항의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