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
장석주 지음 / 나무생각 / 2023년 10월
평점 :
늦가을이다. 어제 오늘은 초 겨울 추위가 찾아 왔다.
계절적으로 주부들이 바쁠 때다. 옛날과는 다르다고는
하지만 김장도 해야 하고 겨울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니
말이다.이렇게 바쁜 시기에 나는 여느 해처럼 가을을
타는 것인지 마음 한편이 허전하고 쓸쓸하다.
올해는 봄부터 지금까지 다른 해에 비해 좀 바쁘게 보냈다.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 올해부터 새로 맡은 일들 때문이다.
바쁘게 지내서 올해는 가을을 안 타고 지나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얼마 전에 내 생일 이었다. 해마다 가을이 깊어지면
맞는 생일. 그때마다 나는 내 삶을 돌아보게 된다.
가을이 깊어져 감성이 풍부해진 탓인지 요즘은 무엇보다
시를 생각하게 된다. 올해는 별로 시를 쓰질 못했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한 가지는 시집을 출간하는 것이다.
아마도 자비 출판이 될 것이다. 시집을 출간하려면
시를 써서 모아야 하는데 올해는 별로 시를 쓰지
못했다. 그런데 시를 생각하고 쓰기엔 아무래도
다가오는 동절기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이제부터
시에 대해 더 생각해야겠다.
머리 속에선 늘 시 쓰기를 생각하고 있기에 반가운
마음에 읽게 된 책이다. 작가는 무척 많은 책을 펴낸
시인이자 문학 평론가다.
'풋 것의 입에서 뱉어져 나온 것은 시다.' '시란 항상
풋 것의 말이었다'라는 두 문장을 읽으며 공감했다.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는 지금보다 시가 더 잘 써진 것
같아서다. 아마도 감성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시란 일단은 느껴야 하고 낯선 언어로 풀어내야 하는
것이기에 감성이 풍부한 젊은 시절이 시 쓰기엔 더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젊은 날을 불러 올 순
없으니, 내가 택한 방법 한 가지는 감성이 풍부한 날이나 시간에
시나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비 오는 날엔 감성이 풍부해진다는 말을 듣고 해보니 과연
맞는 말이다. 사실 이건 아마추어들에게 해당하는 말 일 것이다.
정말 시를 쓰고 글을 써서 밥을 먹는다면 비 오는 날을 골라
시를 써 서야 얼마나 쓰겠는가. 이제 가을 지나 겨울로 가면
비 대신 눈이 올텐데 눈 오는 날을 기다려 시를 써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