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피아노 치는 이유 - 개정증보판
안인숙 지음 / 오송숲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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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근 이년 가까이 외출을 자제하고 지냈다.마스크는 생활의

필수품이고, 손씻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해야하는 중요한 일이 됐다.

코로나에 짓눌려 지친 마음은 별것 아닌 일에도 예민해졌다.백신 접종을

완료했음에도 남의 집 방문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삼가고 지냈다.

모임도 없고 지인들과의 연락도 점점 뜸해질 무렵, 고대하던

코로나 종식 대신 <위드 코로나 > 라는 새로운 시기로 접어 들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지쳐가고 있어도, 계절의 변화는 정확하다.

추석이 지나고도 오랫동안 따뜻하던 날씨는 이젠 제법 초겨울

느낌이다. 겨울 밤의 간식, 군고구마와 귤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긴 겨울밤은 책 읽기에 좋다. 취향에 따라 고른 책을 읽다보면

긴 겨울밤에 책만한 친구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에세이나 소설도 좋을 것이다. 나는 딱딱한 책을

몇 권 읽으면 술술 잘 읽히는 책을 읽는다. 이번엔 시집을 읽기로 했다.

안인숙 시인은 처음 알게 된 시인이다. 이 책< 그녀가 피아노 치는 이유> 는

안인숙 시인의 세번째 시집이다.

 

 

시를 읽으면서 나름 시인의 나이를 기늠해 보았다. 아마도 중년의 나이는

되지 않았을까 싶다. < 미움받을 용기> 라는 시를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젠 남들이 미워하는 것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살겠다는 각오 내지는 선전포고 이다.

 

 

이 책에 수록된 여러 편의 시가 마음에 와 닿았다. 가을이라 더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휴일 오후 시간에 귤을 까 먹으며, 시집을 읽으며 행복한 시간이었다.

늦가가을인 요즘, 더 감칠맛 나게 다가온 <낙엽> 을 옮기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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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 안인숙

바삭바삭 밟히는 마른 낙엽 소리에

세포 하나하나가 되살아난다.

애수 어리지만 넉넉한 이 그리움은

가는 세월의 연민이며

슬프게 아름다운 계절의 예의 이리니

 

 

너와 나 우리는 왜 그토록 존재 의미에 괴로워 했나?

나는 너의 기꺼운 낙엽이 되리니

어느 평범한 늦가을

맑고 찬 가을공기 아래 놓인 바삭한 낙엽이 되어

상념에 무심한 너의 발아래 사뿐히 밟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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