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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리운 것은 시가 된다 - 서정윤의 어떤 위안 ㅣ 마음시 시인선 2
서정윤 지음 / 마음시회 / 2021년 7월
평점 :
요즘은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에 지치고 폭염에 지쳤다.
꼼짝없이 집에 갇힌 기분인데 , 이런 나를 위로해주는 책이 있어
참 다행이다. 바로 오래전' 홀로서기'라는 시로 유명한 서정윤
시인의 시집이다. '홀로서기'를 발표했을 당시, 국민시로 등극하여
시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암송하기도 했었다. 시 한편의 힘을
실감했던 시절이다.
오랜만에 서정윤 시인어 시집이 나왔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시를 읽다보니 폭염에 짜증스럽던 마음도, 코로나로 지친 마음도
어느새 다독여짐을 느낀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면 아마도 내 마음이
더 촉촉해졌을 것이다.
시인의 시는 성숙했으되 여전히 젊음의 기운이 흘렀다.그 말인즉
시의 세계는 깊어졌는데, 시인의 김성은 여전히 청년의 감성이라는
뜻이다. 책에 실린 여러 시를 읽다가 문득 서정윤 시인이 종교를
가지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쓸쓸한 그림>이라는 시에는 '사마리아 사람'과 '사막의 선지자'라는
표현이 나온다. <어렵다>라는 시에서 시인은 신의 뜻을 궁금해 하는
인간의 궁금증을 극대화 시킨다. <화살기도>라는 제목의 시도 있는데,
화살기도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즉석에서 하는 기도를 말한다.
여러 시에서 시인은 신의 뜻을 궁금해 하며, 미완의 인생을 노래한다.
젊음의 뒤인길에서 삶을 돌아보며, 아직은 사랑에 마음을 두고
진지하게 신의 뜻에 귀를 쫑긋하는 모습. 책에 실린 시를 읽으며
내 느낌이 그랬다.나 역시도 코로나로 오랫동안 집콕하다보니
가끔은 신의 뜻이 궁금해진다.
' 이제 코로나는 지구촌에 눌러 앉을 기세인데
그게 바로 당신의 뜻이온지요?' 하고 묻고 싶어진다.
시의 힘은 진정 위대하다. 생각해 보면 시는 언어의 유희인데,
시 한편을 읽고 마음이 조금은 차분해진다., 한편으론 뾰죽했던 생각들도
어느새 조금씩 둥그렇게 변해간다.
일년 중 가장 덥다는 삼복더위를 겪는 요즘이다.지치고 짜증난
마음을 시를 읽으며 달래본다 어느새 마음 속의 파도가
가라앉는게 느껴진다.오래전 ' 홀로서기' 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시집이다. 가끔 시집을 읽을 때 마다 생각하는 건데
좀 더 자주 시를 읽어야 겠다. 모두들 나처럼 시를 읽고 위안받기를
바라면서 마음에 다가온 시 한편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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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아름다운 것들>
서리온다는 소식에
미리떨어지는 코스모스 꽃잎이 마음에 자리잡는다
논바닥 물이 마르면 가야 할 준비로 바쁜
메뚜기 날개가 투명푸르다
이른 아침, 마을 감싸는 안개가 고독과 외로움의
한숨 숨기는 발걸음을 사뿐거린다
가을 할머니 기침소리에
고개 숙인 해바라기 허리가 출렁이면
누군가를 사랑해야 할 것 같은 햇살이 어깨에 얹힌다.
엽서라도 올 것이라는 기대가 칠십 년 노을처럼 가라앉아도
소나무의 가슴에 너의 이름을 새긴다 내 사랑이라고
서로 잘난 체하는 어깨가 빈궁하다
까마귀처럼 꺼억꺼억 울고 싶은 날이 있다.
아버지도 그랬던가 보다
잔디 위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귓가에 소름을 일으킨다
아무 것도 가지지 못했다고
육십년 인생을 헛살았다고 느꼈었나 보다
답답한 하루들이 지겨웠을 수도 있다
지는 가을이 시가 되어
새털구름처럼 하늘에 긴 깃털하나 그려 놓는다
가을은 지나가는 바람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