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트

아가트
아네 카트리네 보만 지음, 이세진 옮김 / 그러나 / 2020년 9월

올해 처음 읽은 소설이다.주인공은 일흔 두살 은퇴를 앞둔

정신과 의사다.은퇴까지 5개월 남았는데 그동안 남은 상담

횟수를 카운트 다운하며 지낸다.은퇴 후에 뚜렷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다.확실한 건 은퇴 후의 삶을 예상할 때 그를 기다리는

것은 두려움과 외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그는 독신이다.

환자들과 상담하며 적당한 조언도 해주고 처방도 하는 정신과

의사를 통해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낸듯한 소설이다.

의사인 그도 나이가 들어 관절이 불편하고 심장 박동수에도

문제가 생겼다.독신으로 지냈기에 가족이 없으니, 퇴근 후에

그가 돌아가는 집은 잠을 자기위한 숙소 정도의 의미정도다.

그렇게 건조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아가트'라는 여자 환자가

새로 왔다.은퇴가 머잖았기에 새 환자를 받지않는데, 아가트가

굳이 우기는 바람에 어쩔수없이 상담을 시작했다.아가트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살도 시도했던 중증 정신질환자다.

계핏가루를 뿌린 사과가 오븐에서 익어가는 냄새를 피우는 아가트.

그 냄새는 의사의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 주던 요리의 냄새였다.

언제부터인가 아가트와의 상담 시간을 기다리게 된 의사. 그는

아가트와 상담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인생은 너무 짧기도 한 동시에 너무 길기도 한 것 같아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기에는 너무 짧아요. 하지만 하루하루 조금씩

무너져 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에 너무 길어요. 본문 p 106>

추석도 지나고 완연한 가을. 이렇게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을 읽고 보니 삶은 죽음보다 어렵다는 책속의 문장이 떠오른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어하고, 의미있게 살고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우리의 내면을 돌아보게하는 내용이 이어지다가 반전이 있으려나?

싶었는데 책이 끝났다.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사색의 계절,

가을에 읽기에 제격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