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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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로 후덥지근한 날,오랜만에 류시화 시인의 에세이를 읽었다. 류시화 시인의

시나 에세이를 읽다보면 불교적 색채 짙은 글이 대부분이다. 그 글의 영적인 내용에

깨달음을 얻고 아하! 할 때가 꽤 있다. 이런 경험은 다른 말로 작가와 독자인 내가

취향이 같다거나,코드가 맞는다고 표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밝히자면

나는 성당에 다닌지 오래 되었다. 성당에 다니기 전에는 불교에 관심을 가지고

불교 관련 책을 여러권 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처음으로 종교에, 인생에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불교 관련 책을 읽던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다.

시를 쓰고 명상 서적을 번역하는 류시화 시인은 '길위의 시인'이라고도 불리운다.

이 책은 시인이 15년 동안 매해 인도를 방문하며 얻은 삶의 교훈과 깨달음의 기록이라고

한다. 시인은 여행을 가면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다고 했다.세상이 곧 책이라면서

 말이다.그 책을 읽었다는 시인.시인의 재치있는 문장력 덕분에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한편 인도 여행의 백미라고 한, 시인과 사두와의 대화가 감칠 맛을 더했다.

맨 앞부분에 나온 사두가, 표를 사지않고 기차에 무임승차 했음에도 전혀 주눅들지않고

당당하게 검표원과 설전을 벌이는 것이 흥미로웠다.결과는 사두의 압승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목걸이 장수 가네샤 얘기였다. 갠지스강

건너편에 사는 가네샤는 난민촌 움막집과 다를바 없는 곳에 살았다.찌그러진

냄비두개와 삼지창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집에 사는 가네샤 였다.아내와 

 늙은 아버지, 그리고 자식들이 수두룩 했단다.

가난한 목걸이 장수 가네샤를 도와 주려고 시인은 3백달러를 주고 벽돌집을

짓도록 했는데.....강 건너로 직접 벽돌을 나르던 가네샤.두달동안 퍼부은 폭우는

가네샤가 날랐던 3천장에 가까운 벽돌을 흔적도 없이 쓸고 갔다. 가네샤는 2014년

갠지스강에서 발을 헛디뎌 세상을 떠났단다. 가네샤의 늙은 아버지와 아내와

수두룩 했던 자식들은 어찌 되었을까.

시인은 처음 인도여행을 꿈꿀 당시 인도라는 나라를 영적인 나라,깨달음의 나라라고 

 상상했단다.그런데 첫 여행에서 그 환상이 깨졌다. 인도는더럽고 혼란스럽고 믿을 수

없고 전혀 대책이 서지않는 나라였단다.그러나 다시 여행 하면서 시인은 먼지밑에서

 보석을 발견하게 되었단다.

시인은 인도여행을 하면서 무엇보다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했다고 했다.세상을 .

사람들을.태양과 열기에 들뜬 날씨를......시인은 인도여행만을 고집하다보니

다른 많은 것들을 놓쳤는지도 모른다고 했다.그러면서 '그러나 그것들은 이 생에선

내가 걸어갈 필요가 없는 길들이었다'고 했다.오랜 인도여행 끝에 이제는 시인도

웬만큼 인도식 사고방식에 젖어든듯 했다.

가볍게 읽으면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주변에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으로 생각한다. 다시 한번 책을 펴낸 류시화 시인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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