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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 박찬일 셰프의 이 계절 식재료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달 / 2019년 5월
평점 :
요즘 좀 더워졌나 싶었는데 마트엔 본격적인 여름 과일이 줄줄이 대기하고
고객을 기다린다. 수박, 참외를 비롯하여 토마토, 자두, 살구, 천도 복숭아까지....
게다가 바다 건너 멀리서 온 수입 과일들까지 ....과일 코너를 지나치려면
향굿한 향으로 유혹한다.
동네마트엔 국산 과일보다 수입 과일이 더 많다. 이렇다보니 주로 마트에서
장을 보는 나는 제철음식에 대한 느낌이 떨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제철 음식 장보가 요령>이 있다. 마트에서 그날 그날 세일하는 값싼 채소가
바로 제철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00%는 몰라도 90% 가량은 그렇다.
이 책의 저자 박찬일 셰프는 셰프와 에세이스트 라고 소개돼 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제철 음식에 대한 요리법보다는 제철 음식에
관한 추억이나 역사 또는 문화까지 아우르며 구수한 문장력을 과시하였다.
제철 음식에서 채소, 과일보다는 주로 생선을 많이 다뤘다. 채소를 좋아하는 내겐
좀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런데 어찌나 감칠 맛나게 글을 썼는지 읽다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성질이 급해 빨리 죽는다는 멸치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조용한 고기라는 광어에
대한 얘기도 아주 재미있다. 빨리 상하는 생선, 고등어가 안동까지 오려면 먼길
이었기에 탄생한 <안동 간고등어>얘기도 처음 알게된 얘기다. 저자의 말대로
지리적 조건에 의해 음식문화가 달라지는 것이 맞다.
내가 좋아하는 '포도'편에서 맛있는 포도 고르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아울러 사온
포도를 맛있게 먹는 법도 알려주고있다.(이건 이미 내가 하고있는 방법이다.) 한편
꼬막의 집산지라는 벌교에 가면 저자의 오랜 단골집이라는 <국일식당>에 가보고 싶다.
그래서 느릿느릿 움직이는 할머니들이 오봉에 그득히 담아주는 반찬을 먹고 싶다.
이왕이면 꼬막백숙을 주문해서 말이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도 안되었다. 그럼에도 제철 음식에 대한 얘기를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가을과 겨울이 기다려 진다. 저자가 소개한 가을, 겨울의 제철 음식중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많다. 포도, 갈치,메밀, 꽁치,딸기, 굴,꼬막,명태....
예전엔 미식가들을 이해 못했다.먹는 것에 그렇게 돈과 시간을 쓰는걸 말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나도 미식가 까진 아니라도 맛집을 검색하는 일이 많아졌다.
누군가는 <좋은 사람과 함께하는 맛있는 음식>을 행복의 첫번째로 꼽는데,
그럼 나도 이제서야 행복의 맛을 알았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