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눈이의 사랑
이순원 지음 / 해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릉 출신의 소설가 이순원씨는 국내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다.그럼에도 나는

이순원씨의 작품을 이제야 만났다. 책을 읽으면서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내용에 흠뻑

취해 읽었다.작가의 말에 의하면 오목눈이는 흔히 뱁새라고 불리는 새란다. 크기는 꽁지

까지합쳐 12센티미터. 무게도 10그램이 채 되지 않는단다. 그 작은 새를 통하여 작가는

독자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크나큰 지혜를 일러주고 있다. 바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

이라면서.

이 책은 작가의 정성이 참 많이 들어간 책이다.두께도 두껍지 않고 내용도 어렵거나

복잡한 내용은 아니다.그런데 읽다보면 작가가 새에 대해 참 많이 공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주인공인 오목눈이 말고도, 뻐꾸기, 새매,제비, 참새, 기러기,고니,북극 제비갈매기,

노랑발도요,북방사막딱새 등등. 특히 북방사막딱새는 이 책에서 처음 들어본 새 이름이다.

기러기는 이동할 때 왜 <ㅅ>자 형의 대열을 지어 이동하는지.북방사막딱새는 하루에

200킬로미터씩 1만 5천 킬로미터를 날아가 겨울을 난다는 얘기. 농사에 해로운 새로

알았던 참새가 없어지니 오히려 흉년이 들었다는 얘기 등등 모두 흥미로운 얘기다.

실제로 작가는 이 소설을 구상하면서 새들의 특성과 생태, 지구를 반바퀴 가로지르는 기

나긴 여정에 착안해 이 작품을 구상했단다.

자신의 둥지에 탁란한 뻐꾸기 알을 부화시켜 열심히 벌레를 잡아다 먹인 주인공 육분이.

육분이는 비록 뱁새긴 해도 참 사려깊은 새다. 그런 육분이가 뻐꾸기 딸 앵두를 찾아 떠나는

멀고 먼 여행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그 여행을 통해 육분이는 넓은 세상을 보고 겪으며

더욱 너그러운 마음을 소유하게 된다.

나는 육분이가 뻐꾸기 앵두를 찾아가는 여행을 하면서 가장 멀지만 가장 안전한 코스를 선택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큰 착각이었다.시리아에서 이스라엘을 지나 이집트로 넘어가는 곳곳에는

포성이 울리고 건물이 무너지며 화염이 치솟기도 했단다. 육분이는 이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새가 보기에 사람들은 거의 한 모습처럼 똑같은데 서로 땅 위에 보이지 않는 금을 긋고

으르렁 거리며 포성을 울리고 화염을 터뜨리며 피를 흘리고 싸운다. 정말 얼마나 더 포성이

울리고, 피를 흘려야 그들에게 평화가 오고 안식이 오는지 나 육분이로서는 짐작할 수 없다 p143>

그렇게 무시무시한 정경을 목격하며 아프리카로 접어들어 이집트에서 나일강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 육분이.사막이 끝난 지점에서 열흘 쯤 날아간 거리에서 육분이는 탕가니카 호수에 도착한다.

<..해는 바다와 같은 호수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석양 속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안으로 신의 기호가 깃드는 느낌이었다. p146> 아, 나도 그렇게 멋진 호수를 보고싶다.

책을 다 읽고 덮는데 표지의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의미 없는 비교속에서 갈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작고 고독한 오목눈이가 전하는 삶의

아름다운 가치.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야" > 참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진다.그리고 나도 육분이처럼 용기를 내면

그토고 멋진 탕가니카 호수를 보러 갈수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