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에서 부터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결연함 보다는 멋지게 포장된
고독이라고 하면 더 세련돼 보이려나. 첫작품인 이 소설로 일본 문예상과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는 남편과 사별 후, 소설강의를 들으러 다녔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일흔 네살의 모모코씨도 사별했다. 남편과 사별한지 십오년.
장성한 자식들과는 자연스레 소원해지고 모모코는 고독하고 우울한 날을 버티며
지내고 있다. 모모코씨에게 남은 건 소리없이 다가오는 죽음 뿐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상당부분은 모모코씨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이 차지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가슴이 아프다. 뒷표지의 추천사처럼 <세상 모든 늙어가는 여자들을
위한 이야기 >였다. 남편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고, 남편에게 사랑받은 모모코씨의
결혼생활은 행복했다.남편만 있으면 다른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그랬는데
갑작스런 남편의 죽음 후, 슬픔을 추스릴 수 있게 되자 그녀는 차츰 깨닫게 되었다.
남편을 처음 보고 반했고 결혼 후에도 행복하게 살았는데, 그럼에도 남편의 죽음에 한점
기쁨이 있었다. 바로 모모코씨 자신의 힘으로 혼자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 남편은 죽었어도
아직도 자신과 남편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날 혼자살게 하려고 죽었다.남편의
배려다. 남편의 죽음을 받아 들이기 위해 모모코씨가 찾은 의미였다.
고령이면 피할 수 없는 신체의 노쇠와 함께 마음도 약해진다고 한다.거기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혼자 낡은 집에서 지내는 할머니의 삶을 이렇게 문학성있는 작품으로 그려낸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이 소설엔 거창한 사건의 전개가 있는 것도 아니고,등장인물이
많은 것도 아니다. <모든게 낡아 황갈색으로 푹 조려진 듯한 방>이 바로 모모코씨가
지내는 방이다. 그 방에서 인생의 초겨울에 접어든 일흔 네살의 모모코씨가 고독과 우울을
벗삼아 지낸다. 문득 눈물이 나려고 한다.
산다는게 무얼까 생각한 적이 많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었으니 죽음에 대해서도 가끔
생각할 것이다. 이런 얘기가 어찌 일본에만 있는 얘기일까.우리나라에도 많은 할머니들이
자식의 전화를 기다리며 고독과 싸울텐데 하고 생각했다. 친정 엄마가 살아계시면 이런
날은 전화해서 길게 통화 했을텐데....가을에 읽기에 안성맞춤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