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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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배경이 중세시대여서일까. 다른 추리 소설에 비해 더욱 미스터리하게 느껴진다. 배경이 영국이어서인 것도 있겠지만, 역사적 시대 속에서 놓여진 단서로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 재구성하며 사건을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이기에 그 어떤 작은 실마리도 놓칠 수가 없다. 캐드펠 수사나 그를 돕는 조수 등을 제외하고 등장한 새로운 인물들에 대해선, 특히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에 대해선 그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더욱 면밀하게 살필 수 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처럼 과학적이지 않은 시대, 그러나 직감과 더불어 의외로 과학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듯 보이는 것은 그만큼 캐드펠 수사가 보여주는 추리와 근거가 흥미롭다는 얘기가 아닐가 생각된다.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들어간다. 제목이 알려주는 배경 역시 세인트 자일스라는 영국의 중세병원으로, 해체 후 헛간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지만 현재는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존중인 곳이다. 슈즈베리 수도원에서 얼마 되지 않은 거리인 세인트 자일스 병원은 나병환자를 위한 곳이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캐드펠은 그 후에도 정기적으로 오갔고, 뭔가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으로 약을 가지고 다시 이곳에 오게되었다. 그러다 혼례를 위해 들어오는 귀족과 그의 행렬을 보게된다. 구경하는 나환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경멸스럽게 여기는 이, 나환자가 채찍질에 쓰러졌는데도 아무일 없다는 듯 지나가는 무리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 외에는 그 어떤 관심도 감정의 동요도 없는 사람들의 모습에 이 책에서는 두려움이 사람을 잔인하게 만든다고 표현을 한다. 여기서 두려움이란 내 세계, 나의 영역에 어떠한 침범이나 해가 될까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대조적으로 마크수사의 말과 행동은 그의 인품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사건은 혼례의 당사자, 신랑인 돔빌백작이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사실 이 혼례는 정상적인 혼례는 아니었다. 열여덟 살의 고아 상속녀와 은발 노인의 결혼이라니 말이다. 예비신부였던 이베타, 그리고 그녀에게 마음을 품고 있는 조슬린. 이 둘의 감정선을 쫓다보면 사건의 실마리가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람의 욕망, 사랑, 분노 등의 감정과 때론 어떤 실수 등이 사건을 만들어내지만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위한 이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감추고있는 것들을 파고들다보면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인물과 상황, 그리고 심리적 변화에 대한 묘사가 매우 잘 되어 있어 스토리에 쉽게 빠져들게 만든다. 또한 사진 한 장 나와있지 않지만, 사건이나 상황, 인물의 모습 등을 상상하기에 충분하다. 이것들이 추리에 더욱 도움이 되는 요소라 여겨진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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