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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한 구가 더 있다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2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1권에서 이미 등장인물들 중 범인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2권 역시 복선이 앞부분에 있을 것이라 예상하며 읽었다. '소년이 처음 왔을 때' 로 시작하는 2권에서 이 소년 역시 어떤 의미로는 복선의 한 부분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각 캐릭터의 묘사와 인물간 심리구도가 스토리를 더해가며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주목해서 읽으면 더욱 재미있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그렇듯 숨기려는 자에게서 보여지는 허점과 상황 속 단서들이 이야기의 구성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한다.
잉글랜드 왕권을 둘러싸고 자기들끼리 다툼이 일고 있는 수도권 밖 상황. 누구의 편에 설것인지의 정치적 신념에는 인간 본연의 욕망이 함께 내재되어 있다. 나의 선택이 옳아야 하는 법, 상대가 무너져야 내가 사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어디에나 있다. 여기에서 사랑하는 사람들 간의 신념이 맞지 않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무엇을 더 우위에 두게 될 것인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서로 왕의 편에서, 또 황후의 편에서 서서 시간을 흘러보낼 수 밖에 없었던 이들.
사건은 스티븐 왕이 학살시킨 죄인들의 시신을 매장하는 일을 수도원 측에서 담당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다른이들이 담당하였으면 몰랐을 터, 수도원에서, 그것도 시신을 한 구 한 구 면밀히 살피는 캐드펠 수사로 인해 시신이 아흔넷이 아닌 아흔다섯 구임을 알게된다. 가늘고 탄탄한 줄에 목이 휘감겨 눈을 뜨고 죽은 시신. 살해하고 시신을 학살당한 시신들 틈에 몰래 둔 진범은 누구인지를 추리해나간다. 마지막에 진범을 확실시하고 진범과의 결투를 신청하는 베링어. 결국 끝은 자신이 놓은 덫에 자신이 걸리듯, 범인은 자신의 교활한 책략에 결국 죽고만다. 단검의 날이 몸에 깊이 박힌채 말이다.
이것은 곧 정의가 실현된 것처럼 보이지만, 베링어는 자신 또한 누군가의 죄를 밝히기 위해 또 다른 진실을 은폐한 것이기에 정의롭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완전 정의는 없는 걸까. 어느편에 설 것인가 하는 선택 자체가 상대의 허점, 실수를 찾아 깎아내리려 들고, 올라 가려고 드는 것인데 여기서 완전한 정의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 스토리에서의 왕권다툼처럼 우리네 정치도 그러하니 말이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명확한 사건에서야 어느정도 정의를 논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을 보면 결코 완벽한 정의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개인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