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부 - 성공을 부르는 1%의 나눔
토마스 람게 지음, 이구호 옮김 / 풀빛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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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에 가수 김장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그동안 연예인으로 일하면서 번 돈을 거의 다 기부했다고 한다. 기사를 찾아보니 9년간 20억 원을 기부했으며 본인은 월세 집에 살고 있다고 되어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아마도 나는 그럴 자신이 없어서인 것 같다. 요즘 나오는 광고 중에 부모님께 받은 재산 전부를 기부한 청년의 이야기도 있던데, 역시 나로서는 이해도 좀 안가고, 나는 그러지 못할 거라는 것에 뭔가 양심에 가책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에 읽은 책 <행복한 기부>는 기부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찰한 책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기부는 꼭 물질적인 기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원봉사와 같이 나의 시간과 능력을 남을 위해 쓰는 것도 포함한다.

 이 책의 부제가 ‘성공을 부르는 1%의 나눔’인데, 이 책의 내용만 보면 <행복한 기부>라는 제목보다 <행복한 나눔>이라는 제목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기부라고 하면 대개 재산을 기부하는 것만을 생각하니까. 이 책에 <행복한 기부>란 제목이 붙은 것은 아마도 ‘나눔’이라는 말이 너무 막연하게 느껴져서일 수도 있고, 봉사보다는 재산 기부에 대한 비중이 더 커서일 수도 있고, 이 책의 독일어 원제 자체가 <행복한 기부>여서 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옮긴이의 말’에 원제가 나와 있는데 독일어로 되어 있어서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이 책에는 ‘2-1=3’이라는 수식이 나온다. 이 수식은 우리가 흔히 듣는 “사랑은 나누면 더 커집니다.”라는 말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2-1=3’이라는 수식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나누면 더 많아진다. 왜냐하면 준다는 것은, 그것이 잘 조직되고 올바로 이해되기만 한다면, 사회자본 및 인간자본에 투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사랑은 나누면 더 커집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는 듣기 좋은 말이긴 하지만 별로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었다. 너무 추상적인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설명을 읽으면서는 우리에게 왜 나눔이 필요한지, 나누면 왜 커진다고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사는 사회와 분리될 수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 자체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나 혼자 잘 산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하다. 결국에는 영향을 받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도록 양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나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부를 할 때도 준비가 필요하며,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알았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의 모금가들은 부자들에게 그들 부의 실제 규모를 정확히 알려 주는 것을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로 본다고 한다.

 일제 시대에 어떤 부호가 전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한 군자금으로 내놓았는데, 결국 후손들은 너무 가난해서 비참한 삶을 살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앞서 말한 김장훈 등의 사례에 약간은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이렇게 전 재산을 기부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일단은 내가 가진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이 중에서 어느 정도의 재산을 기부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등에 대해 조언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불안감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책에서 미국 사회가 서로 경쟁적으로 기부를 하는 분위기여서 기부가 더 많이 일어난다고 미국 사회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부하게 되어서는 안 된다. 나눔은 어쨌든 개인의 영역이고, 개인의 영역에서 자발적으로 내린 결단이기에 열성적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기부, 나눔의 사례들은 사실은 나에게도 희망을 주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끝없이 이기적인 세상으로만 바뀌는 것이 아니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리고 나도 그 흐름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봉사를 하거나, 기부를 할 때는 내가 준비가 부족해서 도움을 많이 주지 못했었다. 이번에는 좀 더 생각을 해보고 어떤 곳이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지,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 지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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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자연속에서 찾은 자유의 세계 청소년 철학창고 4
장자 지음, 조수형 풀어씀 / 풀빛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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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에는 “이래 이래야 한다.”는 기준들이 있다.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명문이라고 불리는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대학을 나온 뒤에는 많은 연봉을 주는 기업에 취업해야 한다. 그리고 취업한 다음에는 이른바 결혼적령기라는 시기를 놓치지 말고
결혼을 해야 한다. 그런데 결혼을 하더라도 아무나와 결혼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인 조건이 자기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를 낳으면 그 자녀는 어릴 때부터 조기에 영어 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 입학하면 공부를 잘 해서 명문이라고 불리는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에서 “잘 산다, 부럽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위와 같은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인다.
입시가 전쟁이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사실이고, 이제 대학생들은 대학교에 입학 했을 때부터 취업 전쟁에 뛰어든다. 결혼할 나이가 되면, 사람들은 누가 어떤 사람과 결혼했는지를 입에 올리면서 그가 결혼을 잘 한 것인지 못 한 것인지를 평가한다.

  그리고 자녀를 낳으면, 자녀가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자녀 교육을 잘한 사람으로서 존경의 대상이 된다. 자녀의 성적이 좋지 않은 사람은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왜 저 기준에 얽매여서 살아야 하는가? 명문대를 나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행복이 보장 되는가? 조건이 좋은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한가?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이래 이래야 한다.”는 기준에 들었다고 해서 꼭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이 기준에 들지 못했다고 해서 평생을 괴롭게 사는 것만은 아니다.

  예전에 인간극장에서 쓰레기를 수거해서 파는 사람의 이야기를 방송한 적이 있다. 보통 우리는 쓰레기를 줍는다고 하면 늙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벌이도 정말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방송에 등장한 사람들은 젊은 부부였고, 한 달에 500만원이나 벌고 있었다.

  장자의 내편 제3화에는 ‘혜자의 박’ 이야기가 나온다. 혜자가 위나라 왕에게서 받은 박씨를 심었더니 열매가 열렸는데, 그 크기가 다섯 석(石)에 달했다. 마실 물을 들어도 너무 무거워서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박을 둘로 쪼개 표주박을 만들었다. 하지만 갈라진 표주박도 바닥이 너무 얕아 제 구실을 못할 것 같아 홧김에 부셔버렸다.

  혜자의 말을 듣고 난 뒤 장자는 “다섯 석짜리 큰 박을 배로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은 하지 않고, 평평하여 소용이 닿지 않는다고 부쉈다니, 그대의 옹졸한 행동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라고 말한다.

  편견은 우리의 삶을 좁은 틀에 가둔다. “이래 이래야 한다.”는 좁은 틀에 자신의 가능성을 가두어 두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장자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사람은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일생을 좁은 우물에서 보낼 수도 있고, 광대한 바다를 누비며 다닐 수도 있는 것이라고.

  내편 1화에는 곤과 붕의 이야기가 나온다. 곤은 북쪽 끝 바다 검푸른 곳에 사는데 수천 리에 달할 만큼 거대한 물고기다. 이 물고기는 어느 날 홀연히 붕이라는 일음의 새로 변했는데, 그 크기 역시 수천 리에 달했다. 붕이 힘껏 날아오르면 활짝 펴진 날개가 마치 하늘에 드리워진 구름 같았다고 한다. 이 새는 풍랑이 일면 천지(하늘의 연못, 혹은 하늘만큼 큰 연못)라는 이름의 남쪽 바다로 날아가려 한다.

  붕은 한 번의 날갯짓으로 구만 리 먼 하늘을 날아올라 남쪽 바다로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 것인가, 아니면 구만리를 날면서 살 것인가. 장자는 우리가 날개를 펼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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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1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레기 수거로 한달에 500만원을 번다니 대단하네요. 오늘부터 쓰레기 주우러 다녀야 할까봐요.^^;
장자의 이야기들이 삶을 바라보는 눈을 크게 넓혀줄 거란 기대감을 갖게 하는군요.

inherb7 2015-07-1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서 장자를 제대로 이해하신거 같네요.
현대인들은 남은 잘 알아도 정작 자기자신은 누구인지
모른다는데 문제가 있는거 같습니다.
왜 고전을 읽어야하는지 그 이유도 모르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