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자연속에서 찾은 자유의 세계 청소년 철학창고 4
장자 지음, 조수형 풀어씀 / 풀빛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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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에는 “이래 이래야 한다.”는 기준들이 있다.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명문이라고 불리는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대학을 나온 뒤에는 많은 연봉을 주는 기업에 취업해야 한다. 그리고 취업한 다음에는 이른바 결혼적령기라는 시기를 놓치지 말고
결혼을 해야 한다. 그런데 결혼을 하더라도 아무나와 결혼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인 조건이 자기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를 낳으면 그 자녀는 어릴 때부터 조기에 영어 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 입학하면 공부를 잘 해서 명문이라고 불리는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에서 “잘 산다, 부럽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위와 같은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인다.
입시가 전쟁이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사실이고, 이제 대학생들은 대학교에 입학 했을 때부터 취업 전쟁에 뛰어든다. 결혼할 나이가 되면, 사람들은 누가 어떤 사람과 결혼했는지를 입에 올리면서 그가 결혼을 잘 한 것인지 못 한 것인지를 평가한다.

  그리고 자녀를 낳으면, 자녀가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자녀 교육을 잘한 사람으로서 존경의 대상이 된다. 자녀의 성적이 좋지 않은 사람은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왜 저 기준에 얽매여서 살아야 하는가? 명문대를 나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행복이 보장 되는가? 조건이 좋은 사람과 결혼하면 행복한가?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이래 이래야 한다.”는 기준에 들었다고 해서 꼭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이 기준에 들지 못했다고 해서 평생을 괴롭게 사는 것만은 아니다.

  예전에 인간극장에서 쓰레기를 수거해서 파는 사람의 이야기를 방송한 적이 있다. 보통 우리는 쓰레기를 줍는다고 하면 늙은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벌이도 정말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방송에 등장한 사람들은 젊은 부부였고, 한 달에 500만원이나 벌고 있었다.

  장자의 내편 제3화에는 ‘혜자의 박’ 이야기가 나온다. 혜자가 위나라 왕에게서 받은 박씨를 심었더니 열매가 열렸는데, 그 크기가 다섯 석(石)에 달했다. 마실 물을 들어도 너무 무거워서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박을 둘로 쪼개 표주박을 만들었다. 하지만 갈라진 표주박도 바닥이 너무 얕아 제 구실을 못할 것 같아 홧김에 부셔버렸다.

  혜자의 말을 듣고 난 뒤 장자는 “다섯 석짜리 큰 박을 배로 만들어 강이나 호수에 띄울 생각은 하지 않고, 평평하여 소용이 닿지 않는다고 부쉈다니, 그대의 옹졸한 행동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라고 말한다.

  편견은 우리의 삶을 좁은 틀에 가둔다. “이래 이래야 한다.”는 좁은 틀에 자신의 가능성을 가두어 두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장자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사람은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일생을 좁은 우물에서 보낼 수도 있고, 광대한 바다를 누비며 다닐 수도 있는 것이라고.

  내편 1화에는 곤과 붕의 이야기가 나온다. 곤은 북쪽 끝 바다 검푸른 곳에 사는데 수천 리에 달할 만큼 거대한 물고기다. 이 물고기는 어느 날 홀연히 붕이라는 일음의 새로 변했는데, 그 크기 역시 수천 리에 달했다. 붕이 힘껏 날아오르면 활짝 펴진 날개가 마치 하늘에 드리워진 구름 같았다고 한다. 이 새는 풍랑이 일면 천지(하늘의 연못, 혹은 하늘만큼 큰 연못)라는 이름의 남쪽 바다로 날아가려 한다.

  붕은 한 번의 날갯짓으로 구만 리 먼 하늘을 날아올라 남쪽 바다로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로 살 것인가, 아니면 구만리를 날면서 살 것인가. 장자는 우리가 날개를 펼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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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1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레기 수거로 한달에 500만원을 번다니 대단하네요. 오늘부터 쓰레기 주우러 다녀야 할까봐요.^^;
장자의 이야기들이 삶을 바라보는 눈을 크게 넓혀줄 거란 기대감을 갖게 하는군요.

inherb7 2015-07-1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서 장자를 제대로 이해하신거 같네요.
현대인들은 남은 잘 알아도 정작 자기자신은 누구인지
모른다는데 문제가 있는거 같습니다.
왜 고전을 읽어야하는지 그 이유도 모르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