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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책세상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년 시절'은 존 맥스웰 쿳시의 자전적인 책이다. 앞서 읽었던 쿳시의 문학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쿳시의 고향이라던 남아공 내륙 고원지대의 풍광 하나하나를 목장을 오가는 과정에서 목격하며, 복잡다단한 남아공의 인종지형을 작가의 태생에서 실감할 수 있다. 야만적인 광야에서의 생과 죽음에서 쿳시의 문장은 탄생했다.
남아공 통치계급의 주류이며 네덜란드인의 후손을 일컫는 아프리카너도 아니고 당연히 피지배계급도 아닌 쿳시의 혈통을 따라가다 보면 절묘한 위치에 있었던 문학적 시선의 연유를 조금이나마 납득할 수 있다. 요컨대 쿳시는 지배계급의 소수자였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르게 영국계는 남아공의 비주류였던 것이다. 소년 쿳시는 거칠고 덩치좋은 아프리카너 또래들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며 국가의 권력구도를 체득한다.
쿳시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어머니부터 언급했다고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쿳시 역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각별했던 모양이다. 그의 문학에서 중심에 섰던 여성의 목소리의 근원이었을 어머니에 대한 묘사 역시 본 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통해 작가의 많은 작품에서 혼란스러웠던 구조가 어느 정도 해석된다. 다만 간명한 쿳시의 문장은 모자의 뜨거운 감정에 별 관심이 없다. 어머니와 아버지와 자신의 삼각관계를 통해 세상의 진실을 조금씩 엿보기 시작하는 과정은 작가의 이름값에 걸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