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마녀 미루 2 개똥이네 만화방 41
류승희 지음 / 보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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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마녀

검정마녀 미루는 '남자' 아이이다.

만화적 편견으로 '당연히 여자'일 줄 알았겠지만 - 표지 그림에 나온 미루를 보며 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만화적 편견으로 당연히 남자일 수도 있다 - 순정 만화의 남자주인공들을 떠올려 보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것이다. 그들은 지극히 여성 같으나 남성이니까.- 는 것을 생각하다보면

허허, 하는 실소와 함께 머쓱함과

그림과 낱말만 보고 제멋대로 오해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고,

작가적 상상력에 박수를 치게 된다.

세상에 하나뿐인 남자 마녀라니!

#마녀시험

지극히 평범했던 미루는 (2권은 9화부터 시작한다. 고로 나는 곧 1권을 사서 1-8화를 읽어야 한다는 소리다 ㅎㅎ)

검정마녀의 수련마녀가 되어 마법을 익히며

마녀 시험을 준비하게 된다.

마녀들의 진정한 힘은 소중한 것을 지키는 거야. (48p)

오리 아저씨의 말처럼 미루는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마녀 시험을 시작한다.

#친구_복희와 가문비

복희는 미루의 인간 세계 친구로, 슈퍼 집 딸이다.

힘이 어마어마하게 세서 친구들이 미루와 복희가 (성별이) 완전 반대라고 놀리지만

복희는 무심한 듯 미루를 살뜰히 챙긴다.

가문비는 미루의 마녀 세계 친구(가 된다. 나중에 ㅎㅎ)로 초록 마녀의 딸이다.

대대로 대단한 상급마녀 집안의 딸이지만

마녀 시험에 한 번에 붙지 못한 가문비는 항상 언니와 비교 당한다.

자존심은 세지만 자존감은 낮은, 그래서 괴로운 마녀.

#아빠의_기일

미루는 아빠의 기일에 고모를 만나게 된다.

아빠를 잃는 것을 감당하기에 여전히 버거웠던 미루는

고모와 함께 아빠를 추억한다.

미루야, 고모 마음속에는 말이야. 아직도 오빠가 살아 있어.

투덜투덜 불만도 많고 잔소리도 많지만 늘 재미있었던 우리 오빠로 말이야.

미루야, 아빠는 사라지지 않아. (68-69p)

#침묵의_숲

검정마녀는 결계가 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마녀의 숲으로 떠난다.

복희와 미루 앞에 나타난 가짜 가문비.

미루는 가짜 가문비가 침묵의 숲으로 자신을 이끌고 있음을 알아 차리고

복희와 함께 가문비를 찾아 나서지만

스스로 불러낸 그림자 속에서 아빠를 만난다.

미루는 아빠와 온전히 헤어질 수 있을까?

복희와 함께 가문비를 구해내고

침묵의 숲을 다시 봉인할 수 있을까?

성장의 과정이라고 하기엔

여전히 아프고, 감당하기 어려울

가족과의 이별,

친구와의 우정,

맞닥뜨린 문제들을

아기자기한 그림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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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일 #블라인드가제본 #블라인드서평단 #창비 #창비청춘소설 #청춘 #첫사랑 #성장 #치유 #호정 #은기 #나래와지후 #차마

이야기의 시작은 뜬금없었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p.7)

내 마음은 호수요, 할 줄 알았는데

그대 노 저어오오, 할 줄 알았는데

'얼어붙은 호수'랬다.

그래서 '안전'하다고 했다.

뭘까, 이 사람은 또 무슨 이야기를 품고 있는 걸까

한 페이지를 넘기니

의사가 등장했다.

호수요?

의사가 물었다. 호수라는 말이 뜻밖이었나 보다. 나조차 그랬다. (p.8)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였군.

좋지는 않은 것이겠군.

나와 가까운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거겠군.

벌써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분명히 청소년문학으로 알고 받은 책이었는데.

아, <아몬드>와 <유원>을 잇는다고 했었나?

#호정

호정이는 여느 고1과 다름 없는 아이다.

매일 들어야 할 인강을 미루게 되고,

야자 시간을 째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야자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

헤드폰을 끼고 있지만

그냥 친구들의 잡다한 소리를 듣는 게 좋은

평범한 애.

#은기

전학생이 왔다.

강은기라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페북이나 인스타만 없는 게 아니다.

카톡계정도 없다.

호정이는 은기가 궁금하다.

하지만 묻지 못한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말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다른 사람의 눈길만으로 아파지는 것들이 있다. 돌이킬 수 없으면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사라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p.131)

#첫사랑

호정이는 은기와 만두를 먹으러 갔다가

눈물이 터지고 만다.

'미쳤나봐, 너 왜 이래?'

했지만

"나 잘 안 울어. 안 우는 애야."

하고 말했지만

그때 은기가 내 손을 잡았다. .. 우리는 그저 손을 잡고 있었고, 온통 흔들리고 있었다.

은기는 왜냐고 묻지 않았다. 울지 말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은기도 알고 있는 거였다.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눈물이 있다는 걸. 은기도 그렇게 울어 본거였다. (p.160)

호정이는 은기에게 마음이 기운다.

#A군

"너 우리보다 한 살 많고, 수원 살다 왔고, 맞지? 정호정이 그랬다는데?"

은기의 놀란 눈이 내게로 날아들었다.

... 그 순간 은기는 농구공을 떨어뜨리고 교실에서 나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p.203)

은기가 사라진 후,

은기가 사라진 자리에서 은기를 파먹는 많은 말들이 있었다.

은기가 있던 모든 자리에서

그 말들은 호정이를 물어뜯었다.

하지만 호정이는 울지 않는다. 나는 울지 않는 애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침몰

호정이 곁을 지켜준 건 나래와 지후였다.

은기가 있기 전처럼 돌아간 것 같지만, (아니 그렇게 행동해 주는 나래와 지후가)

버겁다.

호정이는 얼려 놓았던 자신의 마음이 우르르 무너지는 걸 느낀다.

외롭다는 말보다 그 마음을 먼저 배운 호정이는

봉인해 두었던 오래된 내가 한꺼번에 걷잡을 수 없이 비어져 나오게 둘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우울은 내 안에서 숨죽여 나를 지켜보다 어떤 계기로 행동에 나선다고 한다. 그걸 우울증 삽화라고 하는데, 의사는 내 경우를 중증의 우울증 삽화라 했다.

어떤 계기. 그 말이 내 안의 그 애를 아픈 나를 슬프게 한다. 손쓸 겨를 없이 눈물이 쏟아지곤 한다. 의사 앞에서도, 침대를 둘러싼 커튼 속에서도. (p.301)

비로소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들과 함께 그 아이가, '아픈 나'가 달래진 걸까. 그 애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p.302)

호정이의 마지막 말이 여전히 가슴에 남는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p.350)

안온하길 바랐던 나의 생활은, 가족은, 상처는

끝까지 평안할 수만은 없었던 거다.

흔들리고, 소리치고, 싸우면서, 또 무너져가면서 다시

멈추고, 귀기울이고, 화해하며 또 나아가는거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녹기 시작한 호수의 심연이 더 단단해지면 좋겠다.

아무 걱정 없을 것만 같던 나래도,

확고한 꿈이 있는 지후도,

혐오와 비난을 지고 살 은기도,

모두의 이야기가 내 어릴 적 이야기인 것만 같았던 이야기.

<호수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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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아가타 투신스카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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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두 작가 아가타 투신스카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가

게토의 생존자 조시아의 이야기를 담았다.

여느 홀로코스트의 이야기와는 다른 회고록인 셈이다.

어둡고 암울한 시기를 살아낸 어린 아이의 이야기이지만

조시아는 인형 주지아와 엄마가 있어 괜찮았다.

조시아는 게토의 벽이 세워진 후

어떤 집 지하실에서 숨어 살게 된다.

엄마는 선생님이자 사회주의자로

나치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한편 지하실에 숨어서 온종일을 보내는 조시아가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애쓴다.

시간이 될때마다 조시아에게 바깥 세상의 이야기를 해주고,

마로니에 열매며, 석탄을 가져다 조시아만의 세계를 그려준다.

조시아는 하루 종일 혼자 있어야 했지만 외롭지 않았다.

나는 왜 엄마가 밖에 나갈 때면 나한테 가도 되냐고 허락을 구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난 나가야만 해, 알았지? 조시엔카, 내 사랑하는 딸. 내 작은 태양. 내가 나가도 되지? 엄마가 지금 나가지만 꼭 돌아올 거야, 엄마는 항상 너에게 돌아와." 그러면 나는 울면서 말했다. "네, 네, 엄마. 가도 돼. 좋아, 가." 그런 다음 나는 주지아에게 말했다. "넌 바보야. 왜 소리를 질러, 왜 울어. 너무 크게 울면 안 된단 말이야. 독일인들이 들으면 좋겠어? 여기 여자아이가 살고 있다는 건 아무도 알아서는 안 돼. 조용히 해! 봐, 여기 우린 자코파네에 와 있어." 그렇게 계속 말하며 나는 주지아를 달랬다. (p.26)

하지만 이별의 시간은 점차 가까워 진다.

엄마가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고,

더 이상 지하실에 숨어 지낼 수 없게 된다.

조시아는 여러 집으로 떠돌게 되고,

다시 만난 엄마는 예전 같지 않다.

오른쪽 눈이 없었고, 상처가 난 몸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나는 엄마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우리 엄마 냄새가 맞았고, 우리 엄마처럼 말했다. 나를 데리고 가려고 했지만 나는 무릎에서 내려오려고 하지 않았다. 엄마는 같이 가자고, 이제 다시는 혼자 남겨 놓지 않겠다고, 오래 설명했다. 그제야 나는 그러자고 했다. (p.39)

같은 시대(시간)를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그 시간은 분명 유대인들에게 참혹할 시간이었을테다.

하지만 엄마가 만들어준 조시아의 시간은 참혹하지만은 않았다.

애틋했지만 따뜻했고,

외로웠지만 기다릴 수 있었다. 엄마는 언제나 돌아오니까.

반 백년이나 지난 이야기이지만

할머니가 되어버린 조시아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지금에 놓여 있는 듯 하다.

한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었던 소용돌이 안에서

아이와 엄마가 할 수 있었던 그 때의 최선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읽는 이는 결코 담담할 수 없는 이야기.

<엄마는 언제나 돌아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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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째 열다섯 텍스트T 1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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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언니 상담소>와 <헌터걸>, <판타스틱 걸>의 김혜정 작가가

이번에는 영혼불멸의 존재 가을이와 돌아온다.

김혜정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놀라웠던 것은

아이들을 어쩜 이렇게 잘 알까?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말,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

아이들이 읽고 싶은 이야기

김혜정 작가가 그 간 써온 작품들에서 보여준 그만의 의식이었다.

오백 년째 열 다섯의 삶을 살고 있다는 김혜정 표

'도깨비'(혹은 뱀파이어?)의 이야기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망설임 없이

서평단에 신청했다.

그리고 책이 왔다.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신화의 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단군이 내려와

곰과 범에게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놓쳤을 한 장면

그 곁에는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던 '여우'가 있었다.

여우 '령'은 환웅이 내린 원구슬을 받고 영원불멸의 존재 '야호'가 된다.

몸 속 구슬은 500년에 한 번씩 늘어나는데,

서희는 엄마, 할머니와 함께 령의 도움을 받아 죽을뻔한 그 날에

종야호가 되어 영원히 열 다섯으로 살게 된다.

벌써 89번째 이름, 서희는 '가을'이가 되었다.

중학교만 오백년째 다니고 있으니,

가을이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튀고 싶지 않아 그리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1등은 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학교 생활이 다른건,

둔갑술로 엄마와 할머니까지 가을이와 함께 세쌍둥이로 위장하고

함께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봄,

엄마는 여름,

가을이는 가을이로.

요상한 세쌍둥이가 한 교실에 전학온 날,

가을이는 신우의 옆자리에 앉게 된다.

무언가 쓸쓸한 눈빛을 가진 아이,

주변에 아무 관심도 없이 그저 엎드려 있거나 창밖만 보던 신우가

가을이와 가까워지면서

가을이와 신우 모두의 삶이 변하기 시작한다.

친구라는 대상과 사랑이라는 감정이 일으키는

관계의 시너지는 가을이와 신우에게도 적용되지만

가을이는 신우에 대한 마음이 커져갈수록

신우를 속여서 미안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우가 모든 것을 알아버리는 날이 온다.

거짓이어서 미안하고,

진실이어서 미안한 가을의 마음이

어딘가 알 것 같았다.

"나도 미안해. 속여서 미안해. 사실대로 말해서 미안해."

가을은 다 미안했다.

"가을아."

신우가 가을을 불렀다. 가을은 "응."하고 대답했다.

"그것 봐. 너는 가을이야. 나는 상관없어. 네가 야호든 뭐든 다 괜찮아. 너는 가을이니까."

p.166

오백 년을 살았지만

인간에게 배신당하고 싶지 않고, 인간과의 사랑이 늘 슬퍼서

거리를 두고 멀리서만 바라봤을 가을에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준다는 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 마음은 어떠했을까.

작가로부터 또 한 방 먹어버렸다.

인간과 동물이 균형을 이루며 살아야 한다는 야호족과

인간을 정복해야 한다는 호랑족의 전쟁도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할머니와 엄마가 이번엔 가을이를 따라 학교에 다녔던 것도,

야호의 우두머리 령의 동생 휴가 가을이 반에 전학 왔던 것도,

그리고 의문의 전학생 유정이 신우 옆에 어슬렁거렸던 것도

모두 호랑족과의 구슬 전쟁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몸에 원구슬이 없는 령이 죽은 채 발견되고,

가을은 호랑족이었던 아빠가 유정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원구슬이 자신의 몸에 있음을 알게 된 가을은

원구슬을 호랑족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우선이며,

구슬 전쟁동안 몸을 숨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휴의 생각에 동의하지만

신우가 사라져버린 것을 알게 되고는 마음을 바꾸게 된다.

"너, 그 아이를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가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우를 만난 뒤 처음으로 가을은 살아 있는 게 감사했다.

계속 그 아이와 함께 살아가고 싶었다.

p. 204

가을은 무사히 신우를 구할 수 있을까?

야호족과 호랑족의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호랑족이었던 가을이의 아빠가 다시 나타난 이유는 무얼까?

촘촘하게 짜여진 이야기 속에

개성 있는 등장 인물들이 쉴새없이 드나들며

탄탄한 흐름을 만들어 간다.

220여 페이지,

길지 않은 페이지 안에

상당히 거대한 세계가 담겨 있지만

순식간에 읽힌다.

(아들은 2편이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ㅎㅎ)

​​

"돌이켜 보면 같은 삶은 없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오백 년째 열 다섯을 살고 있지만

이번엔 뭔가 더 다른

가을이의 열 다섯을 만나고 싶다면

어서 페이지를 넘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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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의 요정 1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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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웹소설은 이런 것이었군. 하게 만든 소설

웹툰으로 연재할 웹소설이라고 해서 얼른 서평단 신청서를 작성했다.

별 깊은 뜻이 있었던 건 아니고,

요즘 많이 소비되고 있다는 웹소설의 세계를 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약간은 긴 사연이 있다.

우리 6학년 꼬꼬마가 웹툰 도장을 모두 깨고 '할 일이 없어서' 웹소설에 발을 들였다고 생각노트에 적은 바 있었다.

ㅎㅎ 과연 '할 일이 없어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재미있어서 그랬을 테니까.

내 확신에는 이유가 있다.

작년과 올해 나를 대장으로 만나면서 불운(?)했다고 말한 지은(가명이니 놀라지 말길)은

나름 토요일은 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의 만화 코너를 지키는 죽순이였다.

(뜻하지 않게 같은 코너에서 나랑 만났더랬다 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2년간의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쳐

어쩌다 책 재미에 빠진 탓에,

학원으로 이동하는 짬 시간에는 웹툰을 읽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짧지만 '쪼는 맛'과

길지 않게 '기다리는 맛'을 알게 되었을 터다. (사실, 내게 고백했다 ㅋㅋㅋ 샘.. 책이... ㅠ 재밌어여...)

어쨌든 그렇게 웹툰에서 웹소설로 넘어갔다 하니,

웹소설 1.0 버전만 알고 있는 내게는 최신버전의 흐름을 알게 해줄만한 작품 하나정도는 필요하게 된 셈이었다.

사설이 길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신청했고,

당첨됐고,

도착한 책이

밀당의 요정이었다.

하지만 ㅠ 착오가 하나 있었으니,

ㅡㅡ;;; 내용을 잘 읽지 않고 일단 신청서만 작성한 것이 문제였다.

참고로 이 책은,

말 그대로 '소설'이다.

또한, 결혼관과 연애관에 관한 책이다.

따라서

초등학생은 절대 읽을 수 없으며,

고등학생도 읽기 전에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음을 밝힌다.

매우 솔직하고,

적나라한 장면들이 있더랬다.

웹소설이라

사이사이 인물의 말이나 결들이 새롭기는 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바로 직행하는 서술이나,

장마다 (아마도 회차별로) 서술 시점이 달라져서

읽는 내내 감정 이입이 수월하게 되는 것들

생각이나 심정을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내뱉는 것이 그러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매 회차별로 끊겨서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웹소설만의 특징이 소설책에서는 덜 느껴진다는 것일까?)

사랑의 끝은 결혼이라고 믿는, 그래서 결혼이 하고 싶은 웨딩플래너 이새아와

완벽한 조건을 갖춘 남자 둘이 등장한다.

(이새아 버리고 간 전남친은 바보인 건가 싶을 정도로 완벽한 남자 둘이 갑자기 이새아한테 반하는 설정은

아무리 봐도 웹소설이라 가능한 것 같기도.)

새아는 재벌 3세와 세계적인 포토그래퍼 사이에서

결혼을 두고 갈등한다.

마음이 떨리는 연애를 택할 것인가,

안정적인 삶과 결혼을 택할 것인가,

줄거리로만 보면 이게 다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응답하라..에서 남편이 누가 될 것인가를 두고

여러 장면에서 끝을 상상하는 것과 같은 재미를

누리는 맛이 있다고 해야할까?

결혼을 업으로 삼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결혼에 대해 잘 알 것 같지만,

사실은 결혼'식'이 하고 싶었던 것이지

결혼에 대해서는 정작 아는 것도 없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새아의 모습을 보면서

미혼자들의 생각은 다양하게 나뉠 것 같다.

분명한 건,

결혼은 '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은 '삶'의 시작이라는 것이겠다.

새아의 마음이 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3권도 기대가 된다.

새아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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