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세르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꼽으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역시 '매의 단'이 전멸하는 장면일 것이다. 혀가 뽑혀나간 그리피스의 소리 없는 한마디 '바친다'와 그 후로 끊임 없이 부르짖게 되는 가츠의 '그리피스!'라는 절규.신,혹은 악마라고 부를 수도 있는 5인의 고드핸드. 신과 마의 경계가 유동적이라는 설정의,어쩌면 가장 인간적인(세상엔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만 존재한다는 식의 일부 종교인들의 기독교식 편견은 사양한다.)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 또한 이들이다. 끝없는 공포의 주인이지만,그들 또한 절망의 인간이었던 과거,그리고 그 절망과 공포의 산물,'서랍 속의 면도칼'논리를 반증하는 또 하나의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 선이고 또 악인가라는 이제는 식상할 정도로 만화에서 흔히 써먹는 고민은 이 만화에서 또다른 모습으로 보여졌다. 그리피스 의 선택이라는 기로에서 그 것은 또 한 번 진지하고 복잡하게 독자를 괴롭혀 온다.계속해서 이어지는 가츠의 여정,새로 태어난 그리피스의 꿈(그 것을 꿈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으리라.).여행이 길 수록 점점 불어나는 갖가지 이유와 갖가지 원한,그리고 갖가지 희망들. 자,당신은 누구를 응원할 것인가?회를 거듭하면서 초반의 문제의식과 독자를 향한 정신적 고문은 많이 옅어졌지만,정형화 될대로 정형화 된 환타지에 대한 새로운 시도라는 과제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이 시도를 가까이서 바라보아 주는 것도 또한 이 책을 읽는 묘미이리라.1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추리만화다.탐정만화가 아니다.넓은 의미에서 독자에게 추리를 하게 만드는 만화라는 뜻이다. 김전일이나 코난 같은 만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드고어적인 요소나 스펙터클함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그래서 더 좋다.사실적이면서도 잔잔한 분위기의 작품.하지만 실제로 아무 힌트도 주지 않고 어이 없는 단서로 역추적의 억지를 갖다 붙여 결국 사실은 아무 추리도 존재하지 않는 여타 추리만화에 비교하면 독자의 머리를 팽팽 돌게 만든다는 점에서 훨씬 과격한 추리만화다.'엄청난 천재소년'과 '싸움 잘하는 히로인'이라는 식의 억지 설정은 분명히 존재하지만,그런 부분들이 또 어떤 재미의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책장에 꽂아두고 생각 날 때마다 사색하듯 읽으면 즐거운 만화.
이트맨의 복간. 어렸을 때 해적판으로 봐왔던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손에서 무슨 레이저가 나가고 변신하고 날아다니는 식의 식상한 공상만화가 아닌,먹어치우고,뱉는다라는 소재를 굉장히 잘 써먹은 작품.각각의 독립된 에피소드가 묘하게 서로 연결된 점(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씩 구심점이 드러나는)도 읽는 이를 묘하게 잡아끈다.폐허 같지만 절제되고 차가운 극단적 도시의 느낌,과묵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주인공 볼트,하지만 작품 내내 시종일관 흐르는 물결은 감정을 뿜어내고 있다.잔잔하게,혹은 격렬하게 즐길 수 있는 만화다. 최근의 복제인간 논란이나 생명공학의 인명 경시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묘한 시기에 묘한 만화가 출판된 점도 재미있는 일이다. 판단은 각자의 몫
이 만화에는 인간의 일생이 모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꿈,절망,투지,인간이 가질 수 있는 정서의 모든 면을 격정적인 그림 속에서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이 만화만큼 독자들로 하여금 논쟁에 휩싸이게 한 만화도 없을 것이다.친구의 정체는 과연 누구인가?켄지는 살아 있는가?또 켄지의 누나의 행적은? 이렇게 각 편이 나올 때마다 수많은 예측과 가설을 이끌며 여기까지 왔다.이 만화에 대해 설명을 하기는 도저히 무리다. 모든 것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감정 묘사의 치밀함,정서에 대한 자극,20세기에 대한 향수의 짙은 표현과 켄지의 록과 칸나의 라면으로 대표되는 시적 함축까지. 이 만화는 만화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미덕을 갖추었다. 무리다. 이 만화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어떻게 말을 한다 해도 왜곡이 되고 말 것이다.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대로 구독하기를 권한다. 어느 누가 읽는다 해도,그 것이 20세기 소년이든 21세기 소년이든간에,절대로 후회할 리 없다. 아니 어쩌면,이 작품의 마력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게 된 것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만화에는 아무 것도 없다. 자유롭다. 아무 의식도,딱히 무엇을 깨려는 의도도 아니다. 그저 극도의 자유로움일뿐.고로 엽기만화가 아니다. 그냥 넓은 의미의'개그 만화'로만 불러주자. 도를 도라 부르면 도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엽기라는 코드도 마찬가지다. 엽기를 의식하게 되면 추잡해질 뿐이다. 진짜 엽기를 바란다면 모를까,만화에서 그런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이 만화에는 어떤 이념도,주의도 없다.전혀 없다.단지 작가의 난무하는 아이디어만이 존재하는,그래서 더 읽기 편하고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본편 외에 중간중간에 꽤나 길게 나오는 과일들-_-;의 이야기도 백미다. 특히 3권에서 양갱이 사과군에게 도망오며 '손님!살려주세요!'라며 절규하는 부분에서는 누구라도 박장대소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