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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
펄 벅 지음, 안정효 옮김 / 문예출판사 / 2003년 5월
평점 :
개화와 불안의 시대,봇 터지듯 밀려든 서구의 물결과 혁명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세월과 시류에 흘러가고 또한 움직이며 살아가던 왕룽 일가의 일대기. 이 것은 그 길고 혹은 짧은 기록의 시작이다. 왕룽 일가의,아니 그 시대의 중국을 비추는 거울.
빈곤한 안정 속에서 전통과 관습에 따라 혼인을 올린 왕룽,그리고 변혁을 시작하는 중국.중국이 열강의 틈에서 몸부림 치는 사이 왕룽은 빈곤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 대고 희망조차 없으면서 그 몸부림은 끝을 모른다. 혹은 그 몸부림 자체가 그에겐 위안이었을지도,아니 그 시대의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현실 도피의 수단이 그 당시의 중국에겐 필요했는지도 모른다.왕룽에게 있어서 부유와 행복이란 오직 땅으로서만 이해되었고 그에게 삶이란 부유로의 매달림 그 자체였다. 그 또한 몰락해가던 중국의 체제와 사회,그리고 자존심에서의 추락과 결별이 함께 한다.
오란의 죽음은 어찌 보면 그러한 일변도적 몸부림의 브레이크의 완벽한 사망,그리고 근대 중화 그 존재의의가 이제는 힘을 잃었음을 시사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왕룽은 부유해져 가고,대지는 그에게 행복감 그 자체로서 남는다. 그에겐 아들들이 있고,큰 집과 첩이 있고,무엇보다도 그가 그토록 원했던 대지가 있다.
그 또한 부의 껍질을 얻었으나 그의 마음에 있어 의지는 구시대적 가치인 대지일 뿐,그 뿌리는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왕룽은 대지에서 행복을 얻고,대지에 꿈을 싣고,대지를 얻은 후에도 자신의 소유가 아닌 자신의 목표로서 몸은 나태하고 추하되 대지를 향함만은 순수하다.그리고 아들들은 성장하고,그들과 함께 중화의 불안 또한 다른 형태로 자라난다.
죽어가는 왕룽,그리고 그의 땅에 대한 집착,아들들에게 매달리는 대지의 꿈,그러나 그의 영원할 듯한 생명,대지는 아들들의 웃음 속에 비친 서로간의 암묵적 합의 속에서 사라져 가고,전통은 종말을 고한다. 그리고 중국은 또 한 번의 물결을 맞이한다. 대지의 경우는 연작소설의 첫번째 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름의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면,나머지 두 권도 읽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