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세르크 24
미우라 켄타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베르세르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꼽으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역시 '매의 단'이 전멸하는 장면일 것이다. 혀가 뽑혀나간 그리피스의 소리 없는 한마디 '바친다'와 그 후로 끊임 없이 부르짖게 되는 가츠의 '그리피스!'라는 절규.

신,혹은 악마라고 부를 수도 있는 5인의 고드핸드. 신과 마의 경계가 유동적이라는 설정의,어쩌면 가장 인간적인(세상엔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만 존재한다는 식의 일부 종교인들의 기독교식 편견은 사양한다.) 캐릭터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 또한 이들이다. 끝없는 공포의 주인이지만,그들 또한 절망의 인간이었던 과거,그리고 그 절망과 공포의 산물,'서랍 속의 면도칼'논리를 반증하는 또 하나의 인간의 모습일 수도 있다.

어느 것이 선이고 또 악인가라는 이제는 식상할 정도로 만화에서 흔히 써먹는 고민은 이 만화에서 또다른 모습으로 보여졌다. 그리피스 의 선택이라는 기로에서 그 것은 또 한 번 진지하고 복잡하게 독자를 괴롭혀 온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츠의 여정,새로 태어난 그리피스의 꿈(그 것을 꿈이라 부를 수 있을지는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으리라.).여행이 길 수록 점점 불어나는 갖가지 이유와 갖가지 원한,그리고 갖가지 희망들. 자,당신은 누구를 응원할 것인가?

회를 거듭하면서 초반의 문제의식과 독자를 향한 정신적 고문은 많이 옅어졌지만,정형화 될대로 정형화 된 환타지에 대한 새로운 시도라는 과제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이 시도를 가까이서 바라보아 주는 것도 또한 이 책을 읽는 묘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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