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본드 16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미야모토 무사시,이 이름은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에도 이미 우리들이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영웅으로 추앙받는 이름이다.무언가 커다란 대업을 이루었다거나,천하를 도모한 것이 아니라 단지 칼 한자루로 무패의 신화를 이루었다고 칭해지는 일개 낭인의 개인적 삶의 그 그림만으로.

이노우에의 데뷔작이랄 수 있는 슬램덩크와는 정말 놀라우리만치 다르다. 슬램덩크를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이 작품을 처음 보고 정말 이 것을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렸는가라는 의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물론 곳곳에 그 특유의 개그가 자리잡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소한 컷들은 무시해도 좋을만큼 전혀 다르다.

남성적이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섬세한 필치,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성인 극화식의 명암과 색채,그리고 더욱 날카로워진 각진 펜선. 그림 하나만으로도 신선한,혹은 괴이한 감촉을 불러일으킨다.가끔 볼 수 있는 컬러 페이지에서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이 것이 정말 펜선인가라고 느낄만큼 동양적인 필치,베이스격인 도교적,혹은 무가적 감성.사무라이 디퍼 쿄우 류의 퓨전적 사극의 방식만이 해답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이 극단적으로 치달리는 극화적 구성도.

이 만화는 그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하나의 통과점일 수도 있고 실험작일 수도 있다.하지만 이 작품 하나만을 두고 볼 때 그 이상의 가치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작품,아니 이 작가의 앞으로의 변화가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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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Z 1
나가이 고 지음, 김영신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브레스트 파이어,로켓트 펀치,루스트 허리케인..20~30대 이상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이 귀에 익숙해있을 이름들이다.그만큼 마징가는 어린 시절의 우리들에게 하나의 상징이었고,또한 지고무상의 영웅이었다. 당시의 대부분의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마징가의 파일럿이 되는 것이었으며,'과학자'가 되려 하는 아이들을 엄청나게 늘려버린 만화이기도 하다.그 작품이 지금 무수정 완본으로 복간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 마징가Z하면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었지만,만화는 아마도 청소년 혹은 그 이상을 대상으로 그려졌었던 듯 하다.나가이 고의 스타일 자체가 약간 성인만화 풍인 점도 있고.

마징가Z는 무슨 지구를 지키거나 평화를 위해 태어난 로봇이 아니다.카부토 코지에게 할아버지가 선물로 만들어준 로봇,하나의 '힘'이다. 할아버지는 그에게 선물로서 '세계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거대한 힘을 선물로 주고 싶었던 것이다.'너는 신이 될 수도,악마가 될 수도 있다!'라며 뿌듯해 하는 할아버지에게서 코지는 묘한 두근거림을 느낀다.아마도,지구를 위협하는 아수라 백작 일당이 없었다면 마징가의 정체성은 과연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주인공이 아무 갈등 없이 자연스럽게 무슨 지구방위대 같은 입장이 된 것이나,배경설정 면에서 납득이 안가는 부분도 많지만,양성인간 아수라 백작이라거나(목욕씬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괴수들의 여러가지 기능이나 죽은 사람들의 뇌를 전사로 만든다거나 하는 갖가지 아이템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재미가 숨어있다. 다만 본래 마징가 Z를 알지 못했던 분에게는 그리 재미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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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툰 4 - 우린 날마다 자라요 비빔툰 (문학과지성사) 9
홍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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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둔 가장 정보통씨. 그는 아마도 작가 자신의 자화상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는 너무나 평범하고,너무나 인간적이다. 가끔은 어린 자식들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할 때도 있고, 육아와 살림에 찌든 아내에게 자신도 모르게 소홀할 때도 있다. 페미니즘과 교육적 차원을 뿌리박아놓고 '이렇게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어쩔 수 없는 평범함을 일상에서 드러내는,그리고 가끔은 고민하기도 하는 모습은 오히려 우리가 함께 느끼고 함께 고민하게 하기도 한다.그래서 그들 가족은 매력적이다.

이 만화는 단순히 육아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가족과 또 개인의 꿈들,아쉬움들,조금은 유치한 욕심들을 굳이 일부러 포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비뚤어진 시각으로 추한 모습으로 그려내지도 않는다. 이 만화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려 하거나 사람들을 가르치려기 보다는,함께 생각하고 함께 배워나가고자 하는 평범하고 정직한 이야기이다.

'교육'과 '상업'이라는 양극단으로 매달려 평행선으로 내달리기만 하는 요즈음의 만화 풍토에서,이 만화는 두려울만큼의 솔직함으로 순수성을 추구한다. 자극적이거나 거창한 만화들만이 팽배하는 요즈음에 한 점 쉼표 같은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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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 1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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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작이냐 아니냐를 떠나,이 만화는 굉장한 작품이다.'소용돌이'라는 단 하나의 아이템 안에서 무수하게 솟아오르는 작가의 상상력과,어느새 우리 주위에도 혼재에 있는 소용돌이의 존재를 깨닫고 몸서리치게 만든다. 대중적으로는 영화로 더 많이 알려진 작품. 영화는 상당히 졸작이었지만 그 영화로 원작을 판단하려 든다면 100% 오산.

크게는 회오리 바람에서부터 달팽이,지문,가마까지. 소용돌이에 대한 작가의 집착은 이토 준지를 사전에 알지 못하던 사람이라면 몸서리 치며 이상하게 여길만도 하다. 그만큼 이 만화는 집요하다. 이토 준지는 언제나 미스테리에 이유를 붙이고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미스테리는 그저 미스테리일뿐,그 것을 설명하지도 않는다.그래서 그의 만화에는 항상 이유가 없다.

'진짜 미스테리'를,미스테리 그 자체만으로 인간의 공포를 건드리는 것. 그 것이 이토 준지 만화의 습성이다. 건조하고 푸석한 그림체 역시 거기에 묘한 공감을 가져다주는 묘미. 책 말미에 덧붙여진 작가의 후기 역시 이토 준지의 또다른 면모와 개그적 감성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 중 '소용돌이'에서만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서비스. 팬이라면 소장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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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강호 30
전극진 글, 양재현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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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 강호가 벌써 30권까지 나왔다. 권가야의 '해와 달'같은 무협의 의미를 떠나 한국 무협,또는 창작물로서의 가치를 추구한 작품들과는 또 반대로,이 열혈강호는 '우리 식 냄새만이라도'넣어야 한다는 식의 중도적 팔아먹기 만화의 원칙을 아예 깡그리 무시하고 스토리와 구성에 전념하는 '재밌으면 장땡이다'라는 또다른 가치를 구현해왔다.(물론 그런다고 모든 만화가 다 재밌어지지는 않는다. 안타깝게도)

어찌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조금 띨띨하고 밝히는 주인공이 절세미녀를 만나서 그녀로 인해 자극받아 노력하게 되고 사실은 그 주인공에게는 굉장한 자질이 있었다는 식의,무협이 아니라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식상하고 안이한 설정으로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나,일부러 작정하고 찾아보면 스토리도 허술하고 여기저기 치명적인 모순이 드러나는 데도 그냥 주욱 읽고 있을 땐 전혀 그런 점이 느껴지지 않는 점 등.

어쨌거나 이 만화는 완결을 기다려 봐야 하겠다. 오랜 시간을 이어져 온 작품이지만, 아직까지 이 작품을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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