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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2014 서점 대상 2위 수상작 오늘의 일본문학 13
기자라 이즈미 지음, 이수미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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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몇번이나 덮고 한숨을 내쉬거나 울었다. 작중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가 나와 거의 흡사한 처지여서 그랬을 것이다. 아직 젊은 사람들에겐 흔한 일이 아닐지 몰라도 중년이란 이름으로 불릴 나이가 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거나 잃을 준비를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아마도 그 현실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남다르게 각인될 것 같다.

[산다는 게 사실은 그런 건지도 몰라. 실제로 살벌해. 모두 그걸 알기 때문에 예쁘게 치장을 하고, 맛있는 걸 먹고, 같이 웃는 날을 만들려고 애쓰는 것 아닐까? 이런 군더더기가 없다면, 사람은 외롭고 쓸쓸해서 살아갈 수 없을 거야.]

나는 긍정적이지 못하고 매사에 회의적이라 어떤 사람들처럼 화이팅!하며 살아갈 순 없지만, 내가 생각하고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정말 지쳐 쓰러질 때까지 나름의 최선을 다해 이 삶을 버텨보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서 감당해야 할 시간이 늘어나 더 몸과 마음은 버거워져도, 세상에 나 혼자만 이것을 견디는게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환기시켜 주는 이런 소설 덕분에 그나마 작은 위안을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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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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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가 남성작가 라는데 새삼 깜짝 놀란다. 엄청나게 탁월하다고 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여자의 입장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캐릭터의 심리 묘사를 그려내는데는 일가견이 있다. 미루어보아, 아내를 포함해 주변의 여성 지인들과 진지한 대화를 자주 나누고 경청하는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일 듯 싶다.

아주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나도 스토커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상대의 나이가 나보다 어렸고 나는 나대로 단호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긴 시간을 끌지않고 끝났지만, 그 잠깐의 기간이라해도 일상생활이 전혀 안될만큼 큰 스트레스였다. 고작 갓 스물된 남자애가 만난지 한달도 안되어 나와 결혼하겠다며 집안 어른을 만나러 가자는데 식겁하지 않겠는가. 온갖 선물공세와 집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일 등은 예사였다.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고 느닷없이 들이댄 경우라 더 당혹스러웠고 일말의 정도 없었기에 다소 잔인하다 할 정도로 불쾌함을 몇차례 표시했더니 이윽고 사라졌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 때문인지 작중의 주인공이 좀더 이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했다. 머릿속으로 `이건 아니다`라고 판단한 순간 바로 끊어내야 하는데 주인공 유디트는 계속 상대에게 미련과 여지를 준다. 유디트에게 집착하는 한네스만 비난하기에는 유디트는 그야말로 `쉬운 여자`였다. 모든 것을 한네스의 계략과 그로인한 신경쇠약탓으로 돌리기엔 유디트의 뚜렷하지 않은 책임도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사람이 말처럼 쉽게 모든 일에 있어 강단있게 살기는 어렵다. 더구나 인간관계, 특히 연애문제에 있어서는 더더욱 감정을 이성으로 다스리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남의 연애문제는 똑부러지게 조언해줄 수 있어도 그게 내 문제가 되면 그 조언은 대개 무용지물이 된다. 호되게 앓고나야 비로소 스스로 뒤늦게 주섬주섬 챙기게 되는게 사람의 연애다.

연애의 상처가 클수록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겠노라 호언장담하는 일도 빈번하다. 그래서 든 생각인데, 유디트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역시 많이들 하는 조언이지만,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사람으로 극복되는 법이라 하더라. 요즘 들어 생각하지만, 그것도 꼭 100% 들어맞는 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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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100℃의 미열
노자키 아야 지음 / 스칼렛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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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연애소설에는 한국과 다른 정서와 선호적 장르 구분이 있다. 가쿠타 미츠요나 야마모토 후미오같은 순문학 사이에서의 연애소설-이라기보다 여성소설이라 불리고 있는-이 있고, 주로 라이트노벨군에 속하는 연애소설들이 있는데,이것도 독자연령층에 따라 중학생 정도를 대상으로 한 학원물 위주와 고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 TL(틴에이지 러브)소설-이라고 하나 사실상 판타지 성애소설이며 국내 정발판은 19금이다- 그리고 이삼십대를 대상으로 하는 OL소설등 비교적 장르가 세분화 되어있다. (TL소설은 성애를 다루고 있지만 성애만 전문으로 다룬 관능소설이란 장르가 별도로 또 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 연애소설은 소위 `로설`이라 통칭하여 이렇다 할 명확한 구분은 없다. 무협,역사,판타지 등으로 배경이 바뀌긴해도 따로 뚜렷한 장르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특정적 배경만 고집하는 로설 작가는 있다손 치더라도, 어쨌든 한국 독자들은 똑같은 `로설`로만 본다.

그런 한국 로설 독자에게 아마도 이 소설은 `로설`로 읽어주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뻔한 패턴의 로설을 질려하거나 경시하며 순문학적인 여성소설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역으로 `일본판 로설`로 평가될 수도 있다. 로설 애독자에겐 한없이 밋밋할 수 있으며 현실감 있는 소설을 바라는 독자에겐 한없이 유치해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연애소설에도 장르가 있다` 는 개념이 정착되지 않는 한 이 괴리에 의한 독자 판단은 정서적으로 많이 다를 것 같다.

특히 `오글거린다`는 표현이 정착될만큼 흔히 쓰여지는 요즘 젊은 독자층 사이에선 극단적 거부감도 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소설의 일본적 정서에 큰 거부감이 없고 일본드라마 등을 통해 그들 특유의 과장스런 수사에 익숙하다면 마치 그러한 일본 연애 드라마나 영화 한편을 본듯한 훈훈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종류의 일본드라마에 잘 적응하지 못해 즐겨보진 않지만, 일본의 소설이란 장르의 장르의 장르화가 늘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다. 한국은 SF나 추리소설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퉁치지 않는가. 이건 하드보일드, 이건 사회파 등의 구분조차도 없고 그냥 독자가 알아서 구분하든가 역자의 친절한 주석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즉, 장르를 구분하고 분류할만큼 가짓수가 없다는 반증이다. 분류가 필요한 만큼 가짓수와 독자층이 다양한 일본이, 소설의 질이나 취향과 관계없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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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의 행복 - Novel Engine POP
미아키 스가루 지음, 현정수 옮김, E9L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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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번역된 라이트노벨중에 이만한 호응과 비례해 또한 평가절하된 책도 흔치 않다. 작중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와 완전히 이미지가 상반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라이트노벨`스러운 표지탓인지도 모른다.

블라인드 테스트 마냥, 작중의 주인공 이름이나 표기를 서양식으로 바꾸고 양장본으로 꾸민 뒤 그럴듯한 이름 모를 평단의 호평을 카피로 내세워 띠지로 두른 다음 이름있는 출판사에서 출판했다면 그때의 평은 또 어땠을까. 내용이 주는 메시지 하나만으로도 제2의 파울로 코엘료 운운하는 평가 몇개쯤 나왔을런지도 모른다.

이 책에선 생명의 가치를 얘기하고 있는데, 나는 어쩐지 그 감당하기 힘든 명제보다 좀더 쉬운, 책의 가치에 대해 좀더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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