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랑해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유혜자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이 작가가 남성작가 라는데 새삼 깜짝 놀란다. 엄청나게 탁월하다고 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여자의 입장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캐릭터의 심리 묘사를 그려내는데는 일가견이 있다. 미루어보아, 아내를 포함해 주변의 여성 지인들과 진지한 대화를 자주 나누고 경청하는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일 듯 싶다.

아주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나도 스토커를 경험해 본 적이 있다. 상대의 나이가 나보다 어렸고 나는 나대로 단호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긴 시간을 끌지않고 끝났지만, 그 잠깐의 기간이라해도 일상생활이 전혀 안될만큼 큰 스트레스였다. 고작 갓 스물된 남자애가 만난지 한달도 안되어 나와 결혼하겠다며 집안 어른을 만나러 가자는데 식겁하지 않겠는가. 온갖 선물공세와 집앞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일 등은 예사였다. 사귀는 사이도 아니었고 느닷없이 들이댄 경우라 더 당혹스러웠고 일말의 정도 없었기에 다소 잔인하다 할 정도로 불쾌함을 몇차례 표시했더니 이윽고 사라졌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 때문인지 작중의 주인공이 좀더 이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했다. 머릿속으로 `이건 아니다`라고 판단한 순간 바로 끊어내야 하는데 주인공 유디트는 계속 상대에게 미련과 여지를 준다. 유디트에게 집착하는 한네스만 비난하기에는 유디트는 그야말로 `쉬운 여자`였다. 모든 것을 한네스의 계략과 그로인한 신경쇠약탓으로 돌리기엔 유디트의 뚜렷하지 않은 책임도 있다고 보여진다.

물론 사람이 말처럼 쉽게 모든 일에 있어 강단있게 살기는 어렵다. 더구나 인간관계, 특히 연애문제에 있어서는 더더욱 감정을 이성으로 다스리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남의 연애문제는 똑부러지게 조언해줄 수 있어도 그게 내 문제가 되면 그 조언은 대개 무용지물이 된다. 호되게 앓고나야 비로소 스스로 뒤늦게 주섬주섬 챙기게 되는게 사람의 연애다.

연애의 상처가 클수록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겠노라 호언장담하는 일도 빈번하다. 그래서 든 생각인데, 유디트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 역시 많이들 하는 조언이지만,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사람으로 극복되는 법이라 하더라. 요즘 들어 생각하지만, 그것도 꼭 100% 들어맞는 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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