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100℃의 미열
노자키 아야 지음 / 스칼렛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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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연애소설에는 한국과 다른 정서와 선호적 장르 구분이 있다. 가쿠타 미츠요나 야마모토 후미오같은 순문학 사이에서의 연애소설-이라기보다 여성소설이라 불리고 있는-이 있고, 주로 라이트노벨군에 속하는 연애소설들이 있는데,이것도 독자연령층에 따라 중학생 정도를 대상으로 한 학원물 위주와 고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한 TL(틴에이지 러브)소설-이라고 하나 사실상 판타지 성애소설이며 국내 정발판은 19금이다- 그리고 이삼십대를 대상으로 하는 OL소설등 비교적 장르가 세분화 되어있다. (TL소설은 성애를 다루고 있지만 성애만 전문으로 다룬 관능소설이란 장르가 별도로 또 있다.)

그에 비하면 한국 연애소설은 소위 `로설`이라 통칭하여 이렇다 할 명확한 구분은 없다. 무협,역사,판타지 등으로 배경이 바뀌긴해도 따로 뚜렷한 장르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특정적 배경만 고집하는 로설 작가는 있다손 치더라도, 어쨌든 한국 독자들은 똑같은 `로설`로만 본다.

그런 한국 로설 독자에게 아마도 이 소설은 `로설`로 읽어주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뻔한 패턴의 로설을 질려하거나 경시하며 순문학적인 여성소설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역으로 `일본판 로설`로 평가될 수도 있다. 로설 애독자에겐 한없이 밋밋할 수 있으며 현실감 있는 소설을 바라는 독자에겐 한없이 유치해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연애소설에도 장르가 있다` 는 개념이 정착되지 않는 한 이 괴리에 의한 독자 판단은 정서적으로 많이 다를 것 같다.

특히 `오글거린다`는 표현이 정착될만큼 흔히 쓰여지는 요즘 젊은 독자층 사이에선 극단적 거부감도 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소설의 일본적 정서에 큰 거부감이 없고 일본드라마 등을 통해 그들 특유의 과장스런 수사에 익숙하다면 마치 그러한 일본 연애 드라마나 영화 한편을 본듯한 훈훈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종류의 일본드라마에 잘 적응하지 못해 즐겨보진 않지만, 일본의 소설이란 장르의 장르의 장르화가 늘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다. 한국은 SF나 추리소설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퉁치지 않는가. 이건 하드보일드, 이건 사회파 등의 구분조차도 없고 그냥 독자가 알아서 구분하든가 역자의 친절한 주석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즉, 장르를 구분하고 분류할만큼 가짓수가 없다는 반증이다. 분류가 필요한 만큼 가짓수와 독자층이 다양한 일본이, 소설의 질이나 취향과 관계없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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