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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리는 우울증과 전쟁 중
조하리.허준혁 지음 / 라디오북(Radio book) / 2025년 5월
평점 :
참으로 정말 오랜만이다. 이렇게 한순간에 앉은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한번에 읽어내려가는 책이 오랜만이다.
너무 공감이 되서인가? 어디가서 애기하지 못한 그 답답함.. 가족조차도 나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함을 이 책을 통해서 해소되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울증, 강박증, 공황장애등,,, 남의 애기인줄만 알았다.
살면서 내가 우울증이 생길일이 없지.. 자신감이었나? 자존감이 높아서였나?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우울감과 조금은 다른 종류여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허양의 글 다음에는 남편이 허양에 대해서 느낀 부분을 쓴 글들이었다.
나도 첫 우울감은 회사에서 상사와의 불화였던 것 같다.. (역시 회사가 문제야..)
저자와의 같은 결은 아니지만, 다소 예민하고 강박증이 있었던 내가 상사와 일부분보다 다른것으로 부딪히면서 큰소리도 내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다 보니,, 어느날 가슴이 탁! 막히면서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퇴근하면서 다음날 출근을 걱정했다. 나는 소규모의 무역회사였고, 상사분들도 다들 연배가 있으셔서 어떤 말씀을 하셔도 고분고분한 직원을 원하셨던 것 같았는데,, 성격이 직설적이고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부딪힘이 많았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둘 수 없기에 난생 처음으로 병원에 방문했고, 약을 먹으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게 됐고, 회사를 자연스럽게 그만두게 됐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우울증은 없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또 그것이 찾아왔다.
책에도 나오지만, 사실 우울증이라는 것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 내일의 일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상황이 나아졌지만,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은 날 또 우울증이라는 깊은 터널로 밀어넣었다.
나도 저자처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특히 아버지한테서
원하는 건 어떻게 해서든지 해주셨고, 부족함 없이 자랐다. 아버지는 원래 지병이 있으셨다. 그러다가 폐렴이 악화되면서 중환자실로 옮겨지셨고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요양원에서 며칠을 버티시질 못하시고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근데 난 눈물이 나질 않았다. 장례식장에서 조차 눈물이 나오질 않았다. 가슴은 터질거 같고 숨은 안쉬어지는데, 왜 눈물이 나오질 않지? 안 슬픈건가? 난 이미 아버지의 죽음을 예상하고 있었던건가?
슬프면서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이 불안감으로 증폭이 되어서 아버지의 관에 이름을 적을때도 내가 맞게 쓴건가?
화장을 할 때도 아버지가 맞나? 어딘가에 살아계실거야. 라면서 이상한 환상에 휩싸여서 나를 괴롭혔고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할 정도로 물었다.
그때의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허양이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질 않고 남편이 다행히 찾았다고 하지만,
나는 그당시에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가 너무 걱정이 되기도 했고, 내가 무너지면 안될것 같았고,, 모든 사람들이 나한테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줬다. 그때 병원에서 나의 우울증지수는 거의 최고점이었다. 혼자서 무서워하는 엄마가 걱정이 되서 친정과 집을 오가며 아이도 챙기고 일도 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아버지의 안부를 물어보면 그냥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애기하기도 싫었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봤기에 목이 쉬어서 목소리가 안나왔었다.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신지 벌써 4년인데,, 나는 아직도 우울증 약을 먹고 상담을 주기적으로 받는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번씩 감정변화를 겪는다. 신경이 날카로운 날은 괜히 남편과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뒤돌아서서 후회를 한다. 내가 정상인 맞나? 아니다 나 아픈 사람이지?
그리고 어느날, 아이가 내게
"엄마! 약 먹었어?
이 말에 정신이 바짝난다. 맞다. 나는 엄마다.. 아이에게 약하고 이상하게 보이는 엄마로 보이기는 싫다.
그래서 지금은 여전히 약을 먹고 있지만, 나는 나름대로 이상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면 청소를 한다.
무한히 청소기를 돌리고 쓸고 닦고를 반복한다... 문앞 계단도 청소하고 우편함도 정리한다. 그렇게 내 마음도 정리한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무일도 없다고,
책에서는 방법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감정공유랄까?
아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이 말 한마디... 나도 어쩌면 그때 사람들이 이렇게 애기해주었으면 더 빨리 나아지지 않았을까?
몸이 아프면 당연히 걱정하고 신경써 주지만,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 왜? 너만 힘드니? 다 사는게 그래
이런말을 듣는다. 난 그냥 괜찮아... 한마디면 되는데,,,


마음이 아픈 환우들 모임도 좋지만, 그 가족들도 함께 모이면 좋을 것 같다.
환우들이 모르는 가족들만의 힘듬도 있을테니까...
나는 아이가 가끔 깜짝깜짝 놀라거나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너무나 걱정된다. 나처럼 될까봐
같은 마음의 병을 안고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환우들이 더 세상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