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Z
야마다 에이미 지음, 이유정 옮김 / 태동출판사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해 일본 3대 여류작가, 라고 늘상 말하는 작가 중 하나가 야마다 에이미란 사실을 몰랐었다. 한국에서는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에 비해 그다지 비중이 없는 작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주위에서 야마다 에이미 작품을 읽어 봤다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가끔 일본 3대 여류 작가 중 나머지 하나가 누구였더라, 했던 기억이 나곤 한다. 바로 그 작가, 야마다 에이미의 글을 처음으로 읽어 보았다. A2Z. 비로소 나의 짧은 독서량이 드러났다고나 할까.

 

 읽고 나서야 알았다. A2Z가 야마다 에이미 답지 않은, 그러니까 하드하지 않은 글이라고 하는 것을. 그래서인지 읽는 동안 꽤나 담백한 작가로군, 하고 생각했다. 겨우 스물여섯글자로 담아 낸 사랑. 스물여섯글자에 맞추기 위해 억지스러운 감이 있기도 했지만, 거의 느껴지지 않도록 한 세심함이 보였다.

 

 겨우 스물여섯 글자로, 관계 모두를 그릴 수 있는 언어가 있다고, 그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예전에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그 일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스물여섯이든 이백육십이든, 이천육백이든, 관계를 묘사하 수 있는 정확한 말은, 단 하나뿐일지도 모른다. 혹은,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온 세상 말을 다 갖다 붙여도, 완전히 묘사할 수 없는 게, 본디 사람과 사람의 관계인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미리 포기했던 부분부터 다시 시작할 때, 말은, 사탕이 녹아들듯, 혀에 익숙해지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거다.

 

 야마다 에이미는 그렇게 말한다. 역시, 아무래도 상관이 없겠지, 라고 나도 생각해 버린다. 실로 글이란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을 것 같다가도 그렇지 않기도 하니까. 누구나 아는 문장이지만, 누구나 생각하지는 않는 그 문장에 마음이 빼앗긴 느낌이다.

 

 나츠는 응, 그랬어. 난, 여태까지, 당신 혼하고 사이가 좋았는데...... 어느새, 나만 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더군. 이라고 솔직하게 털어 놓더니, 별안간 나는 집어든 넥타이를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그만두자. 내 손은 이런 싸구려 넥타이를 자르라고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내 가위는, 질투용으로 쓰기엔 너무 아까운, 독일제다. 라며, 귀엽게 말하기도 한다. 서로 바람을 피우는 부부. 그리고 각자의 어린 상대. 일에 대한 열정. 모든 것이 잘게 어우러져 왠지 모르게 이해하게 만들어 버린다. 잔잔하게 웃기도 하고, 격정적인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그리고 이해.

 

 곁에 있어주기를 바랄 때, 곁에 있어주지 않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 차이를 나츠와 가즈는 깨달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호감이 가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 그런 사람이 있다. 그래서 나츠는 돌아온 것이 아닐까. 가즈도.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말인가. 돌아올 곳이라는 것은 장소 뿐만 아니라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는 것이 더욱 크다, 고 생각한다. 그 곳에 돌아왔을 때의 묘한 안도감을 둘 다 느꼈으리라. 애잔한 느낌이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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