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책을 읽어 나가면서 내가 왜 석주명을 몰랐는지 알게 되었다.
중학교 교사였던 사람의 과학적 업적을 인정하기 어려웠던 학계
한국전쟁 초기에 죽은 탓에 오랜 전쟁 기간 세인에게 잊혀지고
전쟁이 끝난 뒤에도 석주명을 기억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없었던 탓이었다.
물론 그렇더라도 내가 몰랐던 데에 대한 제대로 된 변명은 될 수 없긴 하다.
석주명은 일제시대 조선인으로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학문적 업적을 이루고 인정받아 다양한 지원을 받아 나비 연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외국 학자들과의 연구 논문 교류에 폭넓게 이용했다고 한다.
나비에 대해서라고는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와 케일 몇장 먹이다가 번데기가 되고 하얀 나비가 되는 과정을 지켜본것이 전부인 내게 이 책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나비의 앞날개 길이로? 나비가 어릴때 잡아서 재면 짧고 큰 후에 잡아서 재면 긴거 아닌가?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알고보니 날아다니는 나비의 날개는 더이상 자라지 않는단다.
평전 석주명은 석주명의 생애와 연구 방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지만 나비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가 가득하다.
사실 이병철의 저서가 아무렇게나 도용당하고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는 과정이
석주명의 업적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것과 좀 닮아 있는것 같다.
그리고 이병철의 평전을 쓰는 고충에 대한 넋두리 혹은 아쉬움의 토로를 대하며 친근하게 느껴져 좋았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 싶은 마음도 들고. 여동생 석주선과 유일한 혈육 석윤희에게 나까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너무 늦지 않은 때에 [조선사 접류 총목록]을 옆에 두고 석주명을 연구한 누군가의 새로운 석주명 평전이 나와주기를 기다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