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각자 다른 세계를 산다 - 어원으로 찾아낸 감각의 생물학
박재용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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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을 보고 살아간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생명은 각자 다른 세계를 산다』는 그 믿음이 얼마나 인간의 시선 기준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은 생물학을 설명하는 교양서이면서도, 결국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게 만드는 책이다.

그리고 '움벨트'라는 개념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각 생물은 자신의 감각기관을 통해 경험하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박쥐는 초음파로 세상을 읽고, 상어는 미세한 전기장을 감지하며, 꿀벌은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자외선 무늬를 따라 꽃을 찾는다. 같은 숲을 살아도 모두가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한다는 사실은 단순히 신기한 지식을 넘어 묘한 경이로움을 안겨준다.

이 책은 생물을 분류하는 방식에 담긴 인간중심주의도 차분하게 짚어낸다. 오랑우탄의 학명에 담긴 의미나, 인간이 자연에 이름을 붙이며 만들어낸 기준들을 읽다 보면 우리가 자연을 이해했다기보다 인간의 기준으로 정리해왔다는 사실을 돌아보게 된다. 또 지의류나 오리너구리처럼 경계를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생명들을 통해 자연은 애초에 인간이 그어놓은 선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도 정말 인상 깊었다.

자연은 약육강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책 속에서 나오는 식물과 균근균이 서로 연결되어 양분과 신호를 주고받는 '우드 와이드 웹', 서로가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공생 관계, 죽은 동료를 애도하는 코끼리와 다친 동료를 돕는 돌고래의 모습은 생태계가 경쟁만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로도 유지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명이라는 존재는 생각보다 훨씬 다정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어려운 생물학을 설명하기보다, 생명 하나하나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나와 다른 감각, 다른 속도,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들을 인정하는 일. 어쩌면 그것이 생명을 이해하는 가장 첫 번째 태도가 될지도 모른다.

#생명은각자다른세계를산다 #생물학 #과학 #생물다양성 #청어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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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된 영웅은 없다
최해린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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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인스타그램 별:정원 @starry_garden_ 님의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노인이 된 영웅은 없다』는 독특한 히어로 소설이다. 이 책이 궁금했던 이유는 '늙지 않는 영웅'이라는 설정 때문이었는데, 사실은 영웅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살아야 했던 한 사람의 삶이 더 눈에 띄는 책이다.

처음에는 인턴기자 강결이 특종을 쫓아 사임당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감추고 있는 진실도 드러나고, 예상치 못한 추격전까지 펼쳐져 몰입감도 좋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건보다 사임당이라는 사람에게 더 시선이 간다. 영웅도 결국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가족이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기자 강결도 처음에는 성공과 특종만 바라보던 인물이었는데, 사임당을 만나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캐릭터가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라 어떤 의미로써의 성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게 정답을 내리는 일이 아니라 끝까지 곁에 있어주는 일이라는 걸 내포하는 성장이다.

이 소설에서의 영웅은 우상이 아니다. 누구나 영웅을 필요로 하지만, 정작 그 영웅이 어떤 시간을 견디며 살아왔는지는 쉽게 잊고 지낸다는 데서 영웅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영웅은 강해야 한다'는 익숙한 메타포 대신, 영웅도 지치고 외롭고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는걸 보여준다.

빠르게 읽히는 전개 속에서도 가족, 관계, 연대 같은 감정이 은근하게 스며 있어 여운이 긴 책이다. 화려한 히어로물은 아니만,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라 더 좋다.

#노인이된영웅은없다 #최해린 #슬로우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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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처럼 박물관 걷기 - 세상에서 가장 쉬운 고고학 기초 체력 수업 ㅣ 도슨트처럼
마일로 로시 지음, 안진이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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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박물관에 가면 왠지 거대한 왕관, 화려한 보석들이나 유명한 유물만 보고 오게 된다. 민망하지만 비단 나만 그런것은 아닐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이 책은 박물관에서 진짜 재미있는 건 역사를 만든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이름조차 남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라고 알려준다.

프랑스 루피냑 동굴벽화 이야기가 재밌게 느껴진다. 덜 마른 시멘트에 이름을 새기는 요즘 아이들의 장난과 수만 년 전 동굴 벽에 흔적을 남긴 옛날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시대는 달라도 같은 장난을 치는 모습이 귀엽기 때문이다.

또 신석기 시대 무덤에서 발견된 젖병을 분석했더니 3천 년 전 반추동물의 젖이 담겨 있었다는 이야기, 폼페이 거리에는 지금의 푸드트럭처럼 음식을 파는 노점들이 많았고, 벽에는 메뉴를 알리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는 내용들도 흥미롭다. 이 책은 거창한 역사책과는 다르게 바로 문명 그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평범한 하루를 보여준다.

고대 이집트 장인들의 근태 기록부도 눈에 띈다. "아내의 출혈"이라는 결근 사유가 사실은 월경으로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가였다는 해석을 읽으니 괜히 미소짓게 된다. 몇천 년 전 사람들도 가족을 걱정하고, 회사에 사정을 설명하며 하루를 쉬었다는 사실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그래서 유물보다는 사람을 설명하는 책에 가깝다. 지금은 유리 진열장 안에 조용히 외롭게 놓인 물건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웃음이고, 생활이었고, 사랑이었다고. 그래서 그런지 역사가 더 친근해지고, 마치 우리 주위에서 살아있는 이야기처럼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앞으로 박물관에 가면 유명한 유물보다 그 옆에 놓인 작은 토기 하나, 낙서 하나도 한참 들여다봐야할 것 같다. 아주 오래전 사람들도 우리처럼 먹고, 일하고, 사랑하고, 투덜대며 살아갔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고 재밌게 느껴지게 해준 책이다.

#도슨트처럼박물관걷기 #마일로로시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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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 - 덕자전성시대 덕자의 장편소설
박보미(덕자전성시대) 지음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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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은 낯선 세계다. 읽는 내내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져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환상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다 종내는 흩어져 있던 감정들이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지고, 이어서 깊은 울림이 밀려온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윤설이라는 인물이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도 끝내 누군가를 쉽게 미워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반복되는 배신과 불합리 속에서도 선의를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 답답하면서도 안쓰럽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버텨내는 윤설의 태도는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상처를 견디며 살아온 방식처럼 느껴졌다.

첫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믿었던 사람들과의 인연, 강아지 우주와의 만남, 그리고 삶을 함께 견디는 친구까지. 사건 자체는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윤설에게는 하나하나가 삶의 방향을 바꾸는 순간으로 다가온다. 사람을 믿고 싶지만 끝내 상처를 입고, 가까워지고 싶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에서는 인간관계 앞에서 작아질 수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고백이 전해졌다.

기억과 진실이 뒤섞이는 전개, 현실과 환상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는 구성도 인상 깊다. 영혼의 세계라는 설정을 통해 현실에서는 끝내 알 수 없었던 관계의 진실이 드러나고, 독자는 '내가 믿고 있는 것이 정말 진실일까'라는 질문을 계속 품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정신과 기록은 몽환적으로 흘러가던 이야기들을 다시 현실로 끌어당기며, 윤설이 왜 그런 방식으로 기억을 재구성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조용히 짐작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작가 덕자의 실제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여성으로 공업고등학교 전기과를 다닌 이력이나 직장에서 겪은 경험 등이 윤설의 삶과 비슷하게 맞닿아 있어, 어떻게 보면 소설이라기보다 자전적인 기록을 한 겹 감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윤설의 무덤덤한 태도와 절제된 감정 표현 하나하나가 허구라기보다 실제 삶에서 비롯된 감정처럼 읽힌다.

문장들도 참 깊다. "다쳐도 웃게 되었다.", "사라졌다는 사실만은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같은 문장들은 마치 새벽에 꾼 꿈처럼 선명하지는 않지만 감정은 오래 남긴다. 챕터 사이사이에 삽입된 음악 기호들 역시 잠시 숨을 고르게 하는 쉼표처럼 다가와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깊게 만들어 준다.

『그루잠』은 이렇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는 독특한 구성과 상처를 안고도 끝내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인상적인 소설이다. 오래도록 마음 한구석에 머무는 이야기를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그루잠 #박보미 #오픈도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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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 - AI부터 양자역학, 청색기술까지, 오래된 상상력의 비밀
이인식 지음 / 드림셀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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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어떻게 미래가 되는가》는 '신화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야기'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어릴 때 읽었던 신화는 그저 신과 영웅이 등장하는 오래된 전설이었는데, 이 책은 그 익숙한 이야기들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비추어 보여준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하늘을 날고 싶었고, 죽음을 넘어 영생을 꿈꿨으며, 인간과 닮은 존재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리고 수천 년이 지난 지금, 그 상상들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신화와 현대 과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간들을 보여준다. 반고가 우주의 알을 가르는 창세신화는 빅뱅 우주론을 떠올리게 하고, 카오스는 복잡계 과학과 나비효과로 연결된다. 미노타우로스의 미궁은 인공지능의 경로 탐색 알고리즘을, 청동 거인 탈로스는 휴머노이드와 트랜스휴머니즘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연결들이 하나씩 이어질수록 '인류는 사실 정말 오래전부터 미래를 상상해 왔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된다.

나는 이카로스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다.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추락한 신화는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결국 인간이 끝내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하기까지 이어진 오랜 꿈의 시작처럼 느껴졌다. 냉동인간 기술과 영생 신화, 거미와 누에에서 출발한 생체모방공학까지. 사실 신화는 허황된 상상이 아니라 인간이 가장 먼저 그려본 미래의 설계도였다는 말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과학이 그저 어렵게만 설명되는게 아니라 더 좋았다. 복잡한 기술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은 '인간은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오래된 신화와 최첨단 기술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웠다는 사실도 새삼 놀랍다.

예전에는 신화를 과거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미래를 향해 가장 먼저 손을 내밀었던 인간의 상상력으로 봐야할 것이다. 또한 과학은 더이상 신화와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분야가 아니라, 어쩌면 신화가 오래전부터 이어온 질문에 조금씩 답을 찾아주는 그런 과정에 있는 분야일 것이다. 익숙한 신화를 이렇게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신화는어떻게미래가되는가 #드림셀러 #이인식 #신화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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