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쓰기
김연수 외 지음 / 물결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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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계절은 사실 달력에 적힌 이름이 아니라, 각자가 품고 살아온 기억의 모양이다. 《계절 쓰기》는 김연수, 홍한별, 김소연, 허태임, 전의령, 윤경희, 김지승, 은유, 이렇게 여덟 명의 작가가 저마다의 계절을 꺼내 보이는 에세이다. 같은 여름과 겨울을 살아도 누구에게는 제주 바다의 노을이 되고, 누구에게는 ‘미현실의 방’에서 자신을 천천히 지우는 시간이 되며, 또 다른 누구에게는 철 잃은 꽃 한 송이 앞에서 멈춰 서게 만드는 순간이 된다. 그래서 이 한 권을 읽는 동안, 마치 여덟 편의 서로 다른 계절을 여행한 기분으로 충만해진다.

계절을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삶과 연결해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좋았다. “여름 안에 있으면서도 여름이 벌써부터 그리워진다”는 문장으로는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을, “나의 아가야, 봄이 왔다”는 문장으로는 상실조차 품어내는 계절의 힘을 풀어낸다. 또 식물분류학자의 시선으로 겨울눈을 바라보고, 철 모르고 핀 장미와 꽃게의 변화를 통해 기후위기를 이야기하는 글에서는 계절이 더 이상 당연한 순환이 아니라는 사실도 전해진다. 각 계절을 품은 담담한 기록들이라 더 푸근하다.

하지만 이 책은 계절을 소재로 하면서도 사람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다. 사랑과 이별, 그리움과 상실, 기다림과 회복이 계절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고, 여덟 명의 작가는 계절의 흐름에 맡기며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읽다 보면 어느새 나 역시 어떤 계절의 냄새와 바람, 그리고 오래 잊고 있던 장면들 속에 서 있다.

요즈음은 산책을 하다가도 계절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게 된다. 무심히 지나쳤던 바람의 온도, 나무 끝에 맺힌 작은 변화, 철 잃은 꽃 한 송이도 오래 즐기게 된다. 《계절 쓰기》는 계절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읽게 만드는 책이다. 조용하지만 오래 마음에 남는 문장들처럼, 이 에세이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펼쳐보고 싶다.

#계절쓰기 #물결점 #에세이 #계절 #계절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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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건너는 트릉카 다방 ㅣ 트릉카 다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임희선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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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기억을 건너는 트릉카 다방』를 읽다보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 이 책은 커피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오래 묻어 두었던 기억이 현재의 삶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이야기다. 전작이 상처 입은 사람들이 작은 기적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중심인물인 치요코 할머니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 촬영을 계기로 오래전 추억이 하나둘 떠오르고, 그 기억을 마주하는 과정 속에서 치요코 할머니는 지나간 시간을 붙잡는 것이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의 시간을 더 소중히 바라보는 법을 알게 된다.

트릉카 다방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오랜 시간 다방을 지켜온 마스터와 단골손님들, 그리고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음을 나누는 작은 쉼터다. "힘든 일이 있으면 여기 와서 하소연해도 된다. 여기 모인 사람들 모두가 네 편이다."라는 말처럼, 이곳은 누군가를 해결해 주는 곳이 아니라 그저 함께 있어 주는 공간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서 커피잔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곤 한다.

우리는 흔히 과거를 떠올리면 후회나 아쉬움을 먼저 생각하지만, 이 소설은 기억이 오늘을 살아갈 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누구의 인생에나 기적 같은 순간은 반드시 있다", 그리고 "오늘을 기억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와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마지막 고백은 평범한 하루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읽으면서 내 삶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칸트의 일화를 이야기하며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이야말로 커피를 더 맛있게 만든다"는 마스터의 생각은 단순히 커피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결과만 바라보며 조급하게 살아가는 요즘, 기다림조차 행복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래된 골목, 커피 향, 익숙한 사람들의 안부 같은 평범한 풍경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문득 보고 싶은 사람과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아무 말 없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잊고 있던 기억을 다시 꺼내어, 오늘을 살아갈 용기로 바꾸어 주는 소설이라 하고 싶다.

#야기사와사토시 #기억을건너는트릉카다방 #문예춘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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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나무의 바다 - 2026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ㅣ 미래주니어노블 21
마리아 돌로레스 아길라 지음, 김난령 옮김 / 밝은미래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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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나무의 바다』는 실제 인종 분리 교육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지만, 단순히 역사를 줄줄이 읊는 책이 아니라 한 아이가 느꼈을 감정을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다. 읽는 동안 마치 주인공 로베르토의 마음속에 함께 서 있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이 책은 운문 소설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전개에 있어 정말 큰 힘을 발휘하는 장점이다. 짧고 리듬감 있는 문장들이 이어져 쉽게 읽을수 있으면서도 감정은 덜어내지 않고 무겁게 실려있다. 종이 울리자 책이 탁 닫히고 아이들이 우르르 교실을 빠져나가는 평범한 풍경, 레몬나무 사이를 힘껏 달리며 "살았다!"를 외치는 순간, 그리고 어둠에 잠긴 레몬나무의 바다를 홀로 걸어가는 장면까지. 긴 설명 없이도 두려움과 희망이 자연스럽게 전해지고, 오히려 여백이 많아 감정이 파고들 자리가 크다.

로베르토는 단지 피부색과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들과 떨어져 '마구간 학교'로 가라는 통보를 받는다. 학교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고 배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며, 어린아이가 마주하기에는 너무 잔인한 진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분노보다 두려움을 이겨 내는 용기와, 가족과 이웃이 함께 손을 맞잡는 연대의 힘을 더 강조한다.

"사람들은 내가 세상을 알기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지 않다. 난 열두 살이고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아이의 담담한 이 한마디가 어떤 긴 설명보다 크게 다가온다. 아이들은 세상을 전혀 모르는 존재가 아닌, 어른들이 만든 불공평함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느끼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희망으로 향하기에 더 심금을 울린다. 로베르토가 75명의 친구들을 대표해 법정에 서는 과정은 떨리는 마음으로도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의 성장이 된다. 『레몬나무의 바다』는 차별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책이다. 잔잔한 시처럼 흘러가는 문장 속에서 역사적 사실은 감동으로, 한 소년의 용기는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 읽는 동안 여러 번 마음이 먹먹해지는 책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힘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용기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레몬나무의바다 #마리아돌로레스아길라 #서평단 #뉴베리상 #역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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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 숨이 차지만 - 러닝 앤솔러지
김연수 외 지음 / 판미동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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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 말하기엔 조금 숨이 차지만』은 무언가를 오래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마음에 관한 기록이다. 김연수, 김혜나, 최유안, 노지양, 김연덕, 박은지, 윤이나까지, 7명의 작가가 7인 7색의 시선으로 풀어낸 달리기는 각자 전혀 다른 풍경과 감정을 품고 있다. 누군가는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달리고, 누군가는 상실을 견디기 위해, 또 누군가는 필사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달린다.

기록이나 페이스를 이야기하지 않기에 더 기억에 남는 달리기들이다.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 뛰는 게 아닐 것이다"라는 문장에는 위로가 있다. 달리기는 인생을 바꾸는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조금 더 견딜 힘을 얻기 위한 작고 반복되는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홍제천을 달리며 올드팝을 듣는 순간, 천변을 달리고 마시는 맥주 한 잔, 속초의 바다를 바라보며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장면들은, 평범한 일상조차 특별한 풍경으로 바꾸어 놓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도망치기 위해 달려 왔다는 걸 인정하고 나니 더 잘 달리고 싶어졌다"는 고백이 와 닿는다.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었을지도. "삶은 불행에 가까운 모양으로 쉽게 깨지지만, 흩어진 조각을 모아 행복의 모양으로 만드는 건 인간의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만 건강과 운동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달리기가 아니다. 글을 쓰는 일도,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이어가는 일도, 다시 내일을 살아내는 일도 모두 각자의 달리기라고 하겠다. 숨이 조금 차더라도 멈추지 않고 달려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달려보라고, 쉬지 말고 해보라고, 그렇게 끊임없이 용기를 건네는 책이다.

#좋아한다말하기엔조금숨이차지만 #판미동 #민음인 #에세이 #러닝앤솔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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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정원사 - 꽃이 지기 전에 다녀가세요
김용철 지음 / 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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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백년의 정원사』를 읽다 보면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보다, 마치 한 사람의 삶을 가꾸는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처음에는 꽃과 나무를 물감처럼 여기던 사람이 시간이 흐르며 그것들이 저마다의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변화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꾸는 과정이 무척 따뜻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정원사는 십년 백년을 내다보고 손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겠지요." 당장의 결과보다 나보다 오래 살아갈 것을 심는다는 태도는, 비단 정원뿐 아니라 인생에도 필요한 자세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 책은 계절이 바뀌는 풍경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봄이면 꽃을 기다리고, 여름이면 땀 흘려 흙을 일구고, 가을이면 낙엽을 쓸고, 겨울이면 조용히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모습은 우리 일상의 단편과도 같다. "곧 꽃이 지면 사라질 풍경이니 정원사는 언제나 돌 위에 물로 그림을 그리는 셈입니다." 아름다운 것은 오래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끝내 손을 멈추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괜스레 뭉클한 대목이다.

그러나 정원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아버지가 심은 나무, 어머니가 돌본 꽃, 아이들이 뛰놀던 길, 그리고 대고모할머니에게는 '친정'으로 남아 있는 풍경까지. 정원은 한 사람의 취미가 아니라 여러 세대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기억의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시간만큼, 사람들의 추억도 함께 키워지고 햇빛을 받아 자라난다고 생각하면 이 모든게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름 없는 꽃은 없다. 우리가 이름을 모를 뿐." 이는 꽃을 향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향한 말일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스쳐 지나가지만, 저마다의 이름과 아름다움을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보내기 싫은 마음도 함께 보내야 한다."거나 "내가 정원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이룬 것에 대함이 아니라 이룰 것에 대함"이라는 고백 역시 오래 곱씹게 되는 문장들이었다.

『백년의 정원사』는 계절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자연의 속도를 따라가며, 나보다 오래 남을 무언가를 심는 삶이 얼마나 단단한 행복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니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흙을 만져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문득 나 역시 누군가에게 백년 뒤에도 남아 있을 작은 그늘 하나쯤은 심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에세이다.

#백년의정원사 #김용철 #달출판사 #에세이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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