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정원사 - 꽃이 지기 전에 다녀가세요
김용철 지음 / 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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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백년의 정원사』를 읽다 보면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보다, 마치 한 사람의 삶을 가꾸는 이야기를 읽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처음에는 꽃과 나무를 물감처럼 여기던 사람이 시간이 흐르며 그것들이 저마다의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변화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꾸는 과정이 무척 따뜻하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정원사는 십년 백년을 내다보고 손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겠지요." 당장의 결과보다 나보다 오래 살아갈 것을 심는다는 태도는, 비단 정원뿐 아니라 인생에도 필요한 자세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 책은 계절이 바뀌는 풍경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봄이면 꽃을 기다리고, 여름이면 땀 흘려 흙을 일구고, 가을이면 낙엽을 쓸고, 겨울이면 조용히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모습은 우리 일상의 단편과도 같다. "곧 꽃이 지면 사라질 풍경이니 정원사는 언제나 돌 위에 물로 그림을 그리는 셈입니다." 아름다운 것은 오래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끝내 손을 멈추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괜스레 뭉클한 대목이다.

그러나 정원은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다. 아버지가 심은 나무, 어머니가 돌본 꽃, 아이들이 뛰놀던 길, 그리고 대고모할머니에게는 '친정'으로 남아 있는 풍경까지. 정원은 한 사람의 취미가 아니라 여러 세대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기억의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시간만큼, 사람들의 추억도 함께 키워지고 햇빛을 받아 자라난다고 생각하면 이 모든게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름 없는 꽃은 없다. 우리가 이름을 모를 뿐." 이는 꽃을 향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람을 향한 말일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스쳐 지나가지만, 저마다의 이름과 아름다움을 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보내기 싫은 마음도 함께 보내야 한다."거나 "내가 정원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이룬 것에 대함이 아니라 이룰 것에 대함"이라는 고백 역시 오래 곱씹게 되는 문장들이었다.

『백년의 정원사』는 계절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자연의 속도를 따라가며, 나보다 오래 남을 무언가를 심는 삶이 얼마나 단단한 행복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책을 읽고 나니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흙을 만져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문득 나 역시 누군가에게 백년 뒤에도 남아 있을 작은 그늘 하나쯤은 심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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