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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 세상이 지우려 했던 소녀들, 그러나 끝내 지워지지 않은 이야기
수잔 위그스 지음, 허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0월
평점 :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이라는 제목에, 혹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고 방황하는 아이들이 등장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읽으면서는 전혀 정반대의 내용에 당황하게 된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아이들의 삶을 짓밟고, 그 폭력을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1968년 미국 버펄로. 열다섯 살 메이린은 새아버지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려다 ‘선한 목자의 집’으로 보내진다. 하지만 그곳에서 소녀들을 기다리는 건 굶주림과 끝없는 세탁 노동, 체벌과 감시뿐이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어른들의 뜻에 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녀들은 자유를 빼앗긴다. 대체 무엇이 이 소녀들을 잘못된 존재로 만들었을까. 사실은 이 모든 비극은 소녀들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을 학대하는 어른들의 편견과 위선에서 시작한 것인데도 말이다.
그곳에서 메이린은 저마다 다른 상처를 지닌 소녀들을 만난다. 누군가는 현실에 순응하고,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친구를 배신한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린은 포기하지 않고 탈출을 시도한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소녀들은 연대한다. 연대란, 서로를 언제나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함께 같은 선택을 하는 행동이 아니라, 각자의 두려움과 약함을 안고도 곁을 내어주는 일로 재정의해야할것 같다. 때로는 친구를 밀어내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결국에는 다시 손을 잡고 나아가는 연대의 모습이 이 소설의 가장 따뜻한 부분이 아닐까.
하지만 더 마음 아팠던 건 소녀들이 그곳을 탈출했다고 해서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월이 흘러도 상처는 삶의 어딘가에 남아 있고, 이 소녀들에게는 자신이 겪은 일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배울 기회조차 없었다. 결국 다시 모인 소녀들이 과거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는 순간, 구원은 단순히 고통스러운 장소를 빠져나오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걸 보여준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잘못이었다고 말하고, 그 진실을 누군가에게 믿어달라고 요구하는 것, 그리고 같은 일이 다른 아이들에게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 그 과정에서 소녀들은 과거를 없앨 수는 없어도 과거가 자신들의 삶을 계속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비밀은 진실이 부끄러울 때나 만드는 거야.” 침묵을 지키는 편이 편한 세상에서 진실을 말하는 일은 또 다른 상처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누군가 곁에서 함께 있어준다면 그 두려움도 조금은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은 구원이 혼자 견뎌야 했던 고통을 더는 혼자 짊어지지 않게 하는 것에서 온다는것을 보여준다. 소녀들이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기에 끝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상처 입은 사람의 곁에 머무는 일, 그의 이야기를 믿어주는 일, 그리고 함께 세상을 바꾸려는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깊게 생각해볼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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