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병동 -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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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살다 보면 문득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질 때가 있기 마련이다. 이루지 못한 꿈이나 놓쳐 버린 기회들이 자꾸 생각날때면, 내가 살아 보지 못한 인생을 상상하기도 하게 된다.

가키야 미우의 『후회 병동』 에서 말기 암 환자를 담당하는 의사 루미코는 어느 날 우연히 주운 청진기로 환자의 마음속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환자들이 과거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인생을 경험하도록 돕게 된다. 배우의 꿈을 포기했던 사토코, 일에 몰두하느라 가족에게 소홀했던 게이치, 딸의 결혼을 반대했던 지토세처럼 각자의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과거와 그때의 내 선택들도 돌아보게 되는 책이다.

하지만 선택을 바꾼다고 해서 반드시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게 아이러니하다. 그토록 바라던 배우의 길을 걸었던 사토코에게는 또 다른 어려움이 찾아오고,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인생 역시 마냥 빛나지만은 않는걸 깨닫는다. 상상 속에서는 언제나 더 좋아 보이던 삶에도 나름의 고민과 후회가 있다는 부분에서, 내가 꿈꾸던 지금의 내가 아닌 삶에도 분명 후회는 있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후회는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만의 감정이 아니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완벽한 선택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삶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지나온 시간을 바라보는 마음을 다르게 먹고 싶어지는 책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하지 못한 인생을 아쉬워하기보다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똑바로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후회 없는 삶은 불가능하겠지만, 후회마저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을까. 따뜻하면서도 묵직한 위로를 안겨주는 책이다.

#후회병동 #가키야미우 #문예춘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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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착한 나진 ㅣ 오늘의 젊은 작가 60
이서수 지음 / 민음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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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우리 모두 착하게 살면 적어도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속으로는 그렇게 믿고 있지 않을까?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받은 호의는 돌려주고, 누구에게나 적당히 친절하게 대하면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서수의 『우리 착한 나진』을 읽다 보면 그런 믿음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뼈저리게 실감하게 될 것이다.

서른여덟 살 여성 나진은 평생 착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겨울 아침, 15년 전 과외 학생이었던 다혜가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다. 다혜를 집에 얹혀 살게 해준 나진은 하필 그날 이후 전세 사기를 당하고 직장에서는 괴소문에 휘말리는 등 일상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결국 집도 직장도 잃은 초라해진 나진은 자신이 과거에 도왔던 다혜에게 거꾸로 돌봄을 받게 된다.

'착한 사람' 증후군에 걸린것만 같은 나진의 모습은 이상하게 낯설지 않다.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불편해도 상대의 사정을 먼저 헤아리고, 화가 나도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감정을 삼키는 나진의 모습들은 어쩌면 내 삶에도 녹아 있다. 나 역시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내 마음과 어긋난 행동을 한 적도 많았기 때문일까? 이런 답답한 경험들은 비단 나뿐은 아닐 것이다.

다혜가 나진에게 복수를 권하면서 이야기는 또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던 나진은 드디어 욕을 하고, 따지고,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사람에게 화를 내기 시작한다. 그 변화가 이상하게 통쾌하면서도 뭉클하기까지 하다. 사실 착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지키는 것보다 자기 마음을 지키는 일이 먼저인 것을.

“파괴되기 전에는 못 넘어가도 파괴된 뒤에는 어디든 넘어갈 수 있다.” 나를 옭아매던 기준과 타인의 기대를 깨뜨려야 비로소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에서 언니로, 다시 나진 씨로 바뀌는 다혜의 호칭처럼 두 사람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진다.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구하거나 구원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나란히 서는 관계로.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과 나답게 사는 것은 아마 다를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는 화를 내고 거절하는 일도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니까. ‘우리 착한 나진’이 아니라 그냥 나진으로 살아가게 된 그녀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동시에, 나 역시 지금도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느라 놓치고 있던 내 마음이 어딘가에 또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우리착한나진 #이서수 #민음사 #오젊작 #오늘의젊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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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아메리칸 학원 1~2 세트 - 전2권
이민진 지음, 정소영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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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 ㅡ 언젠가부터 우리가 성공한 삶의 기준으로 삼게 된 것들이다. 이민진 작가의 『아메리칸 학원』은 이런 교육과 성공을 향한 열망 속에서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희생과 사랑을 깊이 들여다보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1992년, 존과 헬렌 부부는 시드니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 대치동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믿었던 선배의 스캔들과 IMF 외환위기로 안정적이던 삶은 무너지고, 가족은 다시 호주를 거쳐 미국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존도 낯선 땅에서는 학력이 힘이 되지 못하고, 가족을 위해 음식점 주방에서 일해야 했다. 그럼에도 부부는 세 아이만큼은 자신들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며 버틴다. 그 절실한 마음은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됨과 동시에 자신을 끝없이 뒤로 미루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보와 DH, 미도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미래를 고민한다. 대학 진학과 유학, 변호사라는 꿈, 가족을 돕기 위해 선택한 일들. 이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교육이 과연 성공을 보장하는지, 좋은 학위가 한 사람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된다. 한국에서 얻은 학력이 시드니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는 대목이 특히 씁쓸하다. 평생 노력해 쌓아 올린 것이 낯선 사회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게 이민자의 삶을 더욱 막막하게 느끼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학원’이라는 공간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은 아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며 서로의 결핍을 채워가는 사람들이 그 곳에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학원은 경쟁의 장소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혼자 남겨지지 않기 위한 작은 울타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삶의 규칙은 언제든 바뀌고,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은 찾아온다. 그래서 이 책에서의 지혜란, 당신이 얼마나 많이 배우고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가 아니라, 복잡한 현실 앞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만 같다. 자녀의 성공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이해되지만서도 그 과정에서 정작 자신의 행복을 잃어버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더 나은 삶을 위해 애쓰는 모든 가족에게, 성공만큼이나 중요한 무언가를 일컬어주는 책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메리칸학원 #이민진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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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 아이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42
우신영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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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아니라 사람이 무섭다는 영아의 말. 우신영의 『오드 아이』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끝내 한쪽 눈까지 잃은 소녀가 무당이 되어 복수에 나서는 오컬트 스릴러다. 기괴한 무속의 세계와 서늘한 복수극이 어우러져 재미가 배가 된다.

할머니를 잃은 뒤 홀로 남겨진 영아에게 학교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가해자인 태오는 영아의 눈을 찌르고도 자신의 앞날을 향해 나아가고, 과학고에 진학하고 의사가 될 꿈을 키운다. 반면 영아는 모든 것을 빼앗긴 채 무당의 길로 들어선다. 두 사람의 삶이 이렇게 다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이 화가 나면서도 씁쓸하다. 피해자의 상처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데 가해자의 미래만 반짝이는게 너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되면서도, 정말 무서운건 이게 마치 현실의 모습 같아서다.

영아의 “잊지 않을 거야. 소처럼 곱씹어서 곱으로 갚아줄 테야.”라는 다짐을 따라 복수가 시작되면서 드디어 통쾌함이 밀려온다. 특히 부적의 힘을 빌려 남편을 교수로 만들고 아들을 서울대 의대에 보낸 태오 가족이 서서히 무너지는 과정은 속시원하면서도 인간의 욕망과 위선의 단면을 날카롭게 드러내기에 맘이 불편하다. 출세를 위해 무속의 힘까지 빌리면서 아들의 성공에 집착하는 이들의 모습은 정말 귀신보다 섬뜩해 보인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겪은 고통이 아니라 자기 가족의 안녕과 성공이기 때문이다. 영아는 그들에게 고통을 되갚아주지만, 잃어버린 눈과 빼앗긴 시간을 되돌려받지는 못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여전히 서글프다. 사회가 지켜주지 못한 아이는 스스로 심판자가 되어야 한 것이다.

이 책 특유의 무속적인 기묘한 분위기와 거침없는 전개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복수 너머의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상처를 준 사람을 무너뜨리면 내 삶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오드 아이』는 통쾌함으로 시작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정말 무서운건 귀신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보고도 모른 척하는 사람과 그 침묵을 당연하게 만드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오드아이 #우신영 #자음과모음 #네오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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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 세상이 지우려 했던 소녀들, 그러나 끝내 지워지지 않은 이야기
수잔 위그스 지음, 허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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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이라는 제목에, 혹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고 방황하는 아이들이 등장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읽으면서는 전혀 정반대의 내용에 당황하게 된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어른들이 오히려 아이들의 삶을 짓밟고, 그 폭력을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감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1968년 미국 버펄로. 열다섯 살 메이린은 새아버지의 위협에서 자신을 지키려다 ‘선한 목자의 집’으로 보내진다. 하지만 그곳에서 소녀들을 기다리는 건 굶주림과 끝없는 세탁 노동, 체벌과 감시뿐이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어른들의 뜻에 순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녀들은 자유를 빼앗긴다. 대체 무엇이 이 소녀들을 잘못된 존재로 만들었을까. 사실은 이 모든 비극은 소녀들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을 학대하는 어른들의 편견과 위선에서 시작한 것인데도 말이다.

그곳에서 메이린은 저마다 다른 상처를 지닌 소녀들을 만난다. 누군가는 현실에 순응하고,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친구를 배신한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린은 포기하지 않고 탈출을 시도한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소녀들은 연대한다. 연대란, 서로를 언제나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함께 같은 선택을 하는 행동이 아니라, 각자의 두려움과 약함을 안고도 곁을 내어주는 일로 재정의해야할것 같다. 때로는 친구를 밀어내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결국에는 다시 손을 잡고 나아가는 연대의 모습이 이 소설의 가장 따뜻한 부분이 아닐까.

하지만 더 마음 아팠던 건 소녀들이 그곳을 탈출했다고 해서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세월이 흘러도 상처는 삶의 어딘가에 남아 있고, 이 소녀들에게는 자신이 겪은 일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배울 기회조차 없었다. 결국 다시 모인 소녀들이 과거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하는 순간, 구원은 단순히 고통스러운 장소를 빠져나오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걸 보여준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잘못이었다고 말하고, 그 진실을 누군가에게 믿어달라고 요구하는 것, 그리고 같은 일이 다른 아이들에게 반복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 그 과정에서 소녀들은 과거를 없앨 수는 없어도 과거가 자신들의 삶을 계속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비밀은 진실이 부끄러울 때나 만드는 거야.” 침묵을 지키는 편이 편한 세상에서 진실을 말하는 일은 또 다른 상처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누군가 곁에서 함께 있어준다면 그 두려움도 조금은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은 구원이 혼자 견뎌야 했던 고통을 더는 혼자 짊어지지 않게 하는 것에서 온다는것을 보여준다. 소녀들이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기에 끝내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상처 입은 사람의 곁에 머무는 일, 그의 이야기를 믿어주는 일, 그리고 함께 세상을 바꾸려는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깊게 생각해볼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길들여지지않은소녀들 #수잔위그스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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