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착한 나진 ㅣ 오늘의 젊은 작가 60
이서수 지음 / 민음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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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우리 모두 착하게 살면 적어도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속으로는 그렇게 믿고 있지 않을까?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받은 호의는 돌려주고, 누구에게나 적당히 친절하게 대하면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서수의 『우리 착한 나진』을 읽다 보면 그런 믿음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뼈저리게 실감하게 될 것이다.

서른여덟 살 여성 나진은 평생 착한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 겨울 아침, 15년 전 과외 학생이었던 다혜가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다. 다혜를 집에 얹혀 살게 해준 나진은 하필 그날 이후 전세 사기를 당하고 직장에서는 괴소문에 휘말리는 등 일상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결국 집도 직장도 잃은 초라해진 나진은 자신이 과거에 도왔던 다혜에게 거꾸로 돌봄을 받게 된다.

'착한 사람' 증후군에 걸린것만 같은 나진의 모습은 이상하게 낯설지 않다.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불편해도 상대의 사정을 먼저 헤아리고, 화가 나도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감정을 삼키는 나진의 모습들은 어쩌면 내 삶에도 녹아 있다. 나 역시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내 마음과 어긋난 행동을 한 적도 많았기 때문일까? 이런 답답한 경험들은 비단 나뿐은 아닐 것이다.

다혜가 나진에게 복수를 권하면서 이야기는 또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무기력하게 주저앉아 있던 나진은 드디어 욕을 하고, 따지고, 자신을 곤란하게 만든 사람에게 화를 내기 시작한다. 그 변화가 이상하게 통쾌하면서도 뭉클하기까지 하다. 사실 착한 사람이라는 평판을 지키는 것보다 자기 마음을 지키는 일이 먼저인 것을.

“파괴되기 전에는 못 넘어가도 파괴된 뒤에는 어디든 넘어갈 수 있다.” 나를 옭아매던 기준과 타인의 기대를 깨뜨려야 비로소 다른 곳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에서 언니로, 다시 나진 씨로 바뀌는 다혜의 호칭처럼 두 사람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진다.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구하거나 구원받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나란히 서는 관계로.

착한 사람으로 사는 것과 나답게 사는 것은 아마 다를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는 화를 내고 거절하는 일도 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니까. ‘우리 착한 나진’이 아니라 그냥 나진으로 살아가게 된 그녀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동시에, 나 역시 지금도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느라 놓치고 있던 내 마음이 어딘가에 또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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