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는 돈이 들어 - 사랑을 해킹당한 시대의 잔혹동화 미스터리 ㅣ 나비클럽 소설선
박하익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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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사랑을 해킹한다는 책 소개글이 굉장히 낯설다. 그런데 《사랑에는 돈이 들어》를 읽고 나니 이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있을까 싶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 이상 온전히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치밀한 계산과 매뉴얼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섭도록 서늘하다.

네 편의 소설과 르포르타주 한 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같은 ‘로맨스 스캠’을 이야기하면서도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서 흥미롭다. 첫 번째 〈사랑에는 돈이 들어〉에서는 납치된 첫사랑을 구하기 위해 캄보디아까지 날아간 윤찬의 이야기인데,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오히려 더 잔인한 진실이 드러난다. ‘내가 사랑한 네가 진짜 너일까?’ 질문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서는 아버지를 잃은 뒤 처음으로 생기를 찾은 어머니가 온라인에서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뻔히 수상해 보이는데도 그 사랑을 쉽게 부정할 수 없는 아들의 마음에 오히려 마음이 아프다. 사랑이 거짓이라고 밝혀진다고 해서 그 사람이 느꼈던 행복까지 전부 거짓이 되는 걸까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점이었다.

반면 〈할머니 수사단〉은 무거운 소재 속에서도 웃음과 따뜻함이 있는 단편이다. 같은 사기꾼에게 당한 네 명의 할머니가 직접 수사에 나선다. “나는 내 마음대로 살면 안 되니? 나는 새로운 사랑을 꿈꾸면 안 돼?”라는 말에서 사기를 당한 피해자에 앞서서, 한 사람으로서 사랑받고 싶었던 할머니의 마음도 느껴져서 재밌으면서도 씁쓸하다.

무엇보다 마지막 전현진 기자의 르포르타주가 실제 로맨스 스캠 매뉴얼과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지금까지 읽었던 단편들 속 이야기가 영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게 된다. 사랑하는 척하는 방법까지 매뉴얼로 만들어 사람의 외로움을 파고든다는 사실이 정말 씁쓸한 지점이다.

사실 이 책이 무서운 이유는 사기꾼들이 너무 영리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모두에게 누군가를 믿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외롭지 않고 싶은 마음이 존재한다. 그런데 사랑을 믿고 싶은 마음은 잘못이 아니다. 다만 그 마음을 누군가의 돈벌이를 위한 먹잇감으로 이용하는 순간, 사랑은 가장 잔인한 함정이 될 수도 있다. 정말 무서운 대목이다.

#사랑에는돈이들어 #나비클럽 #단편 #앤솔로지 #로맨스스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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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외딴섬
이세진 지음 / 한끼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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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일주일이 흐르거나 손님 중 한 분이 죽으면 퇴소할 수 있어요.”

이 문장 하나 때문에 혹시 공포 이야기가 아닐까 처음에는 꽤 긴장하며 읽었다. 곧 누군가 죽게 되는 걸까, 서로를 의심하며 섬을 빠져나가기 위한 이야기가 되지는 않을까. 막상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사건보다 사람에 주목하여 읽게 된다. 삶에 지쳐 섬으로 흘러온 다섯 사람은 번아웃과 배신, 실패와 상실, 가족과 사랑 때문에 저마다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있는 이들이다.

특히 소영이 “싸우지 말고, 그냥 여행 온 것처럼 지내요”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이들의 일주일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한 끼 식사가, 누군가에게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안도감이 되고,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볼 때 피곤함보다 반가움이 먼저 드는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함께 밥을 먹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상처가 치유되듯이 마음이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이 참 좋았다.

“아크릴은 관대하거든.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그냥 밑바탕이 되는 거야.”
이 구절이 정말 와닿는다. 이미 지나간 실수와 상처도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 위에 새로운 색을 덧칠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것만 같다.

삶은 예고 없이 무너질 수 있고, 반대로 예고 없이 다시 세워질 수도 있다. 『이상한 외딴섬』은 삶에 지친 사람에게 잠시 멈춰 앉아 “나한테 진짜 필요한 게 뭘까” 생각해보라 말한다. 폭풍우 치는 바다 한가운데서 잠시 만난 고요한 섬 같은 일주일. 나에게도 이런 일주일이 있으면 너무 좋을것 같다. 결국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것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외롭고 지친 날, 조용히 되새겨보고 싶은 따뜻한 이야기다.

#이상한외딴섬 #이세진 #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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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멈춘 날
월리 램 지음, 박산호 옮김 / 리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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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인스타그램 책여사 @bookyeosa 님의 이벤트 당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어떤 소설은 마지막 장을 덮고도 먹먹한 마음에 한동안 쉽게 다른 책을 펼칠 수 없게 만든다. 《강물이 멈춘 날》이 내게는 그런 책이다. 이야기는 아주 평범한 아침에서 시작된다. 아이를 태우고 차를 후진하던 아버지, 장작이 걸린 줄 알았던 작은 충격, 그리고 너무 늦게 알아버린 진실... 그 끔찍한 사고가 너무나 일상적인 순간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잔인하게 다가온다. 비극은 특별한 날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가장 먼저 무너뜨린다.

이 책은 사건 그 이후를 끝까지 따라가며 비춘다. 과실치사라는 죄명보다 더 무거운 것은 '자신의 아이를 죽인 사람'이라는 낙인이었다. 교도소 안에서 코비는 매일 자신을 조금씩 무너뜨리고, 결국 사라지는 것이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그를 다시 붙잡는 것은 "빛을 찾으세요. 빛을 향해 나아가세요."라는 한마디, 위층 침상에서 내려와 말없이 어깨를 감싸주는 동료의 손, 그리고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강물 소리 같은 아주 작은 순간들이다.

주인공이 강을 마주하는 장면이 특히 좋았다. 콘크리트와 무감각 속에서 함몰되유 지내던 사람이 물보라를 맞고, 햇빛이 반짝이는 수면을 바라보며 비로소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 모습은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선 감정을 폭발시킨다. 강물이 "이곳에 오면 때를 씻어 줄게요."라고 속삭이는 듯한 모습은, 죄를 없애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내보라는 응원처럼 느껴진다.

"기대는 하지 마라. 그러나 희망을 가져라." 기대는 결과를 요구하지만 희망은 그저 오늘을 버티게 하는 힘이다. 과연 사람은 한 번의 실수로 정의될 수 있는 존재인지, 용서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구원은 정말 가능한 것인지.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강물이 멈춘 날》은 가장 깊은 절망 속에서도 인간은 아주 작은 빛 하나를 붙잡고 다시 걸어갈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 같다. 읽으며 마음이 아파 많이도 울었지만, 마지막에는 강물처럼 가슴이 잔잔해진다. 삶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고, 우리 역시 언젠가는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이 책은 그런 위로가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물이멈춘날 #리프 #월리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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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와 죽을 때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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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전쟁이 인간의 삶과 사랑을 얼마나 잔인하게 앗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폐허가 된 고향을 바라보는 한 병사의 허망한 눈빛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별을 알면서도 사랑을 선택하는 두 사람의 용기가 총성과 폭격 소리 가운데에서 심금을 울린다.

2년 만에 휴가를 받아 돌아온 그래버는 부모님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무너진 도시와 마주한다. 벽마다 붙은 실종자를 찾는 쪽지들, 서로를 믿지 못하고 "조심"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전쟁은 총알이 날아드는 전선뿐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폐허로 만든다. 그런 절망 속에서 다시 만난 동창 엘리자베스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는 장면이 정말 애틋하다. 내일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기에 오늘을 붙잡으려는 마음이 심장을 울린다.

전쟁은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나뉘어지지 않는다. 그래버는 독일군이지만, 전쟁이 만들어낸 거대한 폭력 앞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질문하는 인물이다. 은사 폴만과 나누는 대화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침묵은 죄가 아닌지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또 후반부 러시아인 포로를 마주한 장면에서는 인간성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선택인지 절실하게 느껴진다.

레마르크의 문장은 역시 담담하면서도 심금을 울린다. 전선의 눈 녹은 자리에서 시신이 드러나는 풍경, 휴가가 끝나 다시 전장으로 향하는 순간, 그리고 "모든 것은 죽음과 죽음 사이에 있는 거친 꿈"이었다는 깨달음. 특히 고향에서의 짧은 시간이 현실이 아니라 마치 꿈처럼 느껴지게 하는 마지막 여운은 한동안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이 책은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전쟁이 인간에게서 무엇을 빼앗아 가는지를 보여준다. 사랑은 총탄을 멈추게 하지 못했고, 전쟁은 누군가의 행복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은 사랑하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인간답게 살아가려 애쓴다. 레마르크가 말하고 싶었던 희망은, 가장 잔혹한 시대에도 끝내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도 같지 않을까.

#사랑할때와죽을때 #민음사 #에리히마리아레마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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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염
아나벨라 로페스 지음 / 아트북프레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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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담았습니다 ***

어릴 적 읽었던 《푸른수염》은 금지된 방을 열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담은 다소 무서운 동화다. 다만 이번에 아트북프레스에서 새롭게 출간된 이 그림책은 익숙한 이야기를 전혀 다른 감각으로 다시 읽을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순히 고전을 그림으로 옮긴 것을 넘어서서, 오래된 설화 속에 숨어 있던 권력과 공포, 호기심과 용기라는 주제를 현대적인 시선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예전의 「푸른수염」에서는 금기를 어긴 대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 책에서는 금지된 방을 열려는 선택 자체가 마치 진실을 마주하려는 용기를 내는 것 같이 느껴진다. 숨겨진 방과 피 묻은 열쇠를 단순한 공포의 장치가 아니라, 감춰진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용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표현한다. 그래서 오래된 동화이지만서도 지금 우리의 현실과도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그림이라고 하겠다. 강렬한 푸른색과 붉은색의 조합과 콜라주 기법으로 완성된 질감이 눈에 띈다. 화려하기도 하지만 불안한 느낌을 주면서, 이야기를 결말까지 더 힘있게 이끈다.

다른 《푸른수염》 판본들과 비교했을 때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현대적인 해석을 이렇게 강렬한 이미지로 완성했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림의 상징과 색채만으로 독자 스스로 의미를 발견할 여백을 남겨 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읽을수록 더 다양한 감정과 해석들이 발견될 것만 같다.

이 책은 아이들보다 고전을 사랑하는 어른들에게 더 깊게 다가오는 예술 그림책이다. 오래된 이야기는 변하지 않지만, 그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현대적으로 변하곤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고전이 된 《푸른수염》을 통해 그 변화된 시선을 한 폭의 전시처럼, 아름답고도 강렬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푸른수염 #아트북프레스 #아나벨라로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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